나치식 세뇌 탈피해 국민통합 기여
남광규 교수 "시민적 숙의 필요해"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시민 통일교육 과정에서 과거 독일이 진보·보수 간 이념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도출했던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er) 합의'를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남광규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정릉동 국민대 법학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보이텔스바흐 합의 3원칙인 강제금지 원칙, 논쟁성 보장 원칙, 학생 중심 원칙을 각각 통일교육에 관한 열린 공론장 제공, 다양한 의견 제시, 학생을 포함한 시민 주도 참여의 원칙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밑으로부터'통일교육 논의와 합의를 거쳐 국가와 전문가, 시민적 숙의가 통합된 표준화된 통일교육의 정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일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한 세미나 1세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남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통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완화와 통일에 대한 일반의 무관심과 통일 불필요성을 극복하기 위한 내용과 대안을 모색하는 게 긴요해 보인다"며 "현재 극심한 불안정을 보이는 국제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통일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 교육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및 한반도미래연구원, 한국동북아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는 통일부가 후원했다.
남 교수는 "통일을 위해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의식을 형성해 국제사회 속에서 한민족의 좌표를 설정하고, 한민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통일에 무관심하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젊은 세대들에게 계량적 통일 편익을 제시하고, 통일이 미래 청년들에게 가져다줄 기회와 활동 공간을 제시하는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내용과 수치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76년 11월 당시 서독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작은 마을 보이텔스바흐에서 독일정치교육학회(DGPD) 학자들이 주도한 이 합의안은 정치교육의 공통 규범을 찾기 위한 워크숍 과정에서 나왔다.
1980년 초까지 '정치교육의 최소 규범'으로 인식되며 나치 시대 세뇌교육의 반성과 1970년대 보수·진보간 이념 갈등을 극복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홍석훈 국립창원대 교수는 토론에서 "통일교육은 단순한 교육정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만들고,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전략으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통일교육의 미래는 정치적 논쟁을 넘어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평화와 상생의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밑으로부터의 통일논의 확산'은 현재 한국 사회 통일논의가 정부와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 간에 깊은 분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필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에스라 민주평통 정책연구위원은 "평화통일 민주시민교육은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원칙 아래 과정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통일 이전의 자유민주 시민교육 경험은 한국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통일 이전부터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축적해온 점은 통일 이후 사회통합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통일교육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제2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기완 국립창원대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 및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정세 인식 형성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북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래지향적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합의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며 "국민 누구나 최소한 동의할 수 있는 대북 및 통일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 형성과 노력은 진영 갈등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식 동아대 통일교육선도대학 사업단 교수는 토론에서 "통일한반도를 위한 실질적 환경 조성의 기본 조건들인 민주시민교육의 활성화가 소모적 논쟁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통일교육에서 '통일비용' 담론을 넘어서 남북 협력이 가져올 집합적 이익이라 할 '한반도 국가 효능' 관점에서의 설득전략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형준 건국대 교수는 "인위적으로 정부가 나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국민 스스로가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통일 환경의 기반' 조성이 중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규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합리적 판단력을 갖추게 되면 정보 왜곡이나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해도 이로 인한 우리사회의 극단적 분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현철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교수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통일인성 함양'지식인 양산을 비롯한 국민대 통일교육선도대학 사업의 목표 등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이를 타 대학에 확산시키기 위한 사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동북아학회 김일기 회장은 개회사에서 "독일 통일의 밑바탕이 된 동방정책은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며, 그 기반에는 민주 시민교육이 있었다"면서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속성을 가능한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그 핵심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김형진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및 한반도미래연구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평화통일 민주 시민교육은 갈등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평화를 실천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만들어가는 시민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북아학회와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및 한반도미래연구원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향후 통일교육 등 통일·대북 현안과 관련한 공동 연구와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