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본법 통과 후 인허가권 제한도 시사
"가상의 코인이 거래된 심각한 사안" 우려
조사 결과에 따라 거래소 존속에도 영향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빗썸 오지급 사태에 대해 '재앙'이라고 우려를 나타나며 보유하지도 않은 가상자산이 거래된 이른바 '장부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빗썸측의 위법한 과실이 확인될 경우 현행법상 가능한 모든 조치는 물론, 현재 입법을 준비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인허가권에 제재를 가하는 수준의 규제까지도 언급해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6년도 주요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빗썸 오지급 사태를 보고 받은 후 현장 점검에 착수 중"이라며 "법 위반 소지가 확인되면 검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신뢰도 자체가 흔들린 위중한 사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오후 7시 빗썸이 이벤트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대상 고객 249명에서 2000원이 아닌 2000 비트코인을 지급하면서 발생했다. 총 62만개, 당시 거래금액 9800만원 기준 61조원 규모다.
빗썸은 20분만에 오지급을 인지하고 곧바로 거래 및 출금을 차단했지만 125개(약 129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은 이미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9.7%에 해당하는 61만8000여개인 회수된 상태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빗썸이 보유하지도 않은 '가상'의 코인이 '거래'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가상자산거래소 전체의 신뢰도를 흔드는 사건이다. 다른 거래소들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체 보유 175개와 고객 위탁 4만2619개 등 총 4만2794개에 불과하다. 14배가 넘는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58개에 달하는 '유령' 비트코인이 지급된 셈이다.
이는 비트코인 거래시 실제로 코인이 블록체인상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거래소 내부 장부에서 숫자만 바뀌는 이른바 '장부거래' 구조로 인해 가능하다. 이는 빠른 거래와 수수료 절감 등을 위한 구조로 장부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빗썸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자산이 지급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보안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원장 역시 "어떻게 오지급이 가능했는지, 그렇게 지급된 코인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임에도 어떻게 거래가 될 수 있었는지가 가장 큰 문제이며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빗썸은 이번 사태를 이벤트 담당 직원의 실수라는 입장이다. 또한 대다수 오지급 비트코인이 회수된 점과 피해가 발생한 고객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진 30억원에 대해서도 고객 등과 회수를 논의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오지급 사태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입법을 준비중이지만,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만으로도 과태료는 물론, 영업정치 등의 처분도 가능하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지만, 있는 법 만으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제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지급으로 인한 파장이 빗썸의 가상자산거래소 운영 자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로 고객 자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내부통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 인허가권에 제한을 줄 수 있는 조항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본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장부거래 등의 보완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할 경우 사업권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일단 장부거래 등의 정보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디지털기본법이 통과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인허가권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기에 이번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결과에 따라, 위법성이 있는 사안이 확인되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