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가 60년 만에 첫 삽을 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된 이번 착공은 단순한 철도 공사의 출발이 아니다. 이는 거제의 교통 환경과 산업 구조, 시민의 삶의 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이제 거제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수도권과 직접 연결되는 도시로 도약하며, '더 큰 거제' 시대를 열었다.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국가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구와 일자리, 자본과 정보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은 상대적 침체를 겪었고, 수도권은 과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 격차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제약 요인이 되었다. 남부내륙철도는 이 불균형을 완화하고 국토의 성장 축을 다변화하기 위해 설계된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인프라다.

김천에서 진주를 거쳐 통영과 거제까지 이어지는 노선이 확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설계 과정을 거쳐 마침내 착공에 이르렀다.
수십 년 동안 지역사회의 염원으로만 존재하던 철도가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거대한 변화의 출발이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와 산업의 구조를 새롭게 짜는 기반 시설이다.
이 노선이 완성되면 하루 18회 고속열차가 운행되고, 거제를 포함한 남해안권은 수도권과 2시간 40분대로 연결된다. 이는 이동시간의 단축을 넘어 사람과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고속철도 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져 있던 지역이 국가 교통망의 중심축으로 편입되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부내륙철도 건설로 생산유발효과 13조500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5조 8000억 원, 취업유발효과 8만 6000명이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할 고용과 투자, 관련 산업의 성장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다. 철도 사업은 착공 단계에서부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프로젝트다.
고속열차 운행이 본격화되면 거제의 일상은 한층 넓어진다. 섬이라는 지리적 제약이 해소되면서 거제는 전국 경제권과 직접 연결된 개방형 도시로 변모한다. 접근성의 개선은 곧 기업 활동의 범위 확장으로 이어지고, 도시 경쟁력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다. 철도는 도시의 속도를 바꾸고, 그 속도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력이 된다.
가장 먼저 체감될 변화는 관광 분야다. 거제는 이미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해양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매력보다 접근성이었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거제를 찾는 발길이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단순한 방문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체류형 관광코스 개발, 야간 콘텐츠 확충, 지역 문화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준비될 때 철도 효과는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국내 여러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강릉과 여수는 접근성 개선을 관광산업 활성화로 연결했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지역경제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반면 철도 개통만 믿고 후속 준비가 부족했던 일부 지역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철도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성과는 지역의 준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 사례들이 분명히 입증하고 있다.
산업 구조의 전환 역시 중요한 과제다. 조선산업 중심이던 거제경제는 철도 개통을 계기로 관광·물류·서비스 산업이 결합된 복합경제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 접근성이 높아지면 기업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새로운 산업의 유입이 촉진된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는 변화다. 철도는 기존 산업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산업의 폭을 확장하는 기반이다.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 수단은 역세권 개발이다. 역은 단순한 정차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 성장의 중심이 된다. 주거·상업·업무·관광 기능이 균형 있게 배치될 때 철도 개통의 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역세권 개발의 본래 목적은 단순히 철도 이용객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철도 개통으로 형성되는 잠재력을 도시 발전으로 흡수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거제시는 지역 여건과 시민 요구가 국가 계획에 반영되도록 협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야 한다.
남부내륙철도의 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단계는 가덕도신공항과의 연결이다. 거제~가덕신공항~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철도망이 구축되면 거제는 동남권 교통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한다. 철도와 공항이 하나의 축으로 묶일 때 관광과 산업, 물류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진다.
항만과 연계한 전략도 중요하다. 진해신항과 인접한 장목면 일원을 중심으로 한 배후도시 조성과 물류 거점 육성은 거제의 미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는 과제다. 철도·공항·항만을 하나로 묶는 '트라이포트(Tripot) 체계'가 완성될 때 거제는 남해안권의 교통·물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남부내륙철도는 그 거대한 구상의 출발선이다.
도로망 확충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거제와 마산을 잇는 국도 5호선이 완성되면 철도와 맞물려 입체 교통망이 구축된다. 철도는 사람의 이동을 바꾸고, 도로는 물류의 흐름을 바꾼다. 두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도시 경쟁력은 극대화된다.
남부내륙철도 사업의 상징인 통영–거제 해저터널은 이러한 변화의 정점이다. 국내 최초의 철도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거제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국가 철도망의 중심축으로 편입된다. 해저터널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거제가 미래로 향하는 관문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준비다. 연계 교통망 정비, 관광 콘텐츠 강화, 산업 유치 전략, 인력 양성 체계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착공이 시작이었다면 앞으로의 순서는 개통과 실행이다. 준비된 도시만이 철도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균형발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서 완성된다. 이동이 편리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삶의 선택지가 넓어질 때 변화는 체감된다. 남부내륙철도는 그런 변화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기반이다.
거제는 이미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 착공에서 개통, 공항과 항만 연계로 이어지는 단계적 과정은 거제경제의 미래 설계도다. 오늘의 첫 삽은 내일의 거제를 바꾸는 출발점이며, 남부내륙철도는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이정표다. 거제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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