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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대법원 충돌 '시즌 2' 기다린다...연준·시민권 소송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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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국 아버지들의 유산, 대법이 승계 "대표 없이 과세 없다"
트럼프식 우회로, 소송 늪에 빠질 위험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대표(민의의 대리자: 국회 의원) 없는 과세'에 반발해 혁명(독립전쟁)을 치른 직후였고, (그런만큼) 과세 권한의 특별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오로지 의회에만 '국민의 주머니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 20일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며 월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제시한 핵심 논거다.

*"Recognizing the taxing power's unique importance, and having just fought a revolution motivated in large part by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The Framers gave Congress alone the power of the purse; they alone were to have access to the pockets of the people." (2026년 2월20일 연방대법원 판결문)

☞ 2026년 2월20일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문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재정을, 식민지 미국에서 세금을 걷어 충당하려던 1760년대 영국의 재정정책은 식민지 미국의 거센 반발과 독립전쟁을 초래한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무거운 징수액만 문제였던 게 아니다. 영국 의회 내 자신(식민지 미국인)들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의원)가 없음에도 일방적 과세가 이뤄졌다는 데 대한 분노가 컸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다. 이는 미국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정치적 슬로건이 됐고, 이후 연방제의 근간을 이루는 작동원리 중 하나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확립한 이 원칙(N.T.W.R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은 260여년이 흘러 현지시간 2월20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적법성을 다투는 대법원에서 다시 메아리쳤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거의 대부분 사안에서 대통령 편에 섰던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 다수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은 6대 3 과반으로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반기를 들었다. 외신들에서는 트럼프의 권능에 한계를 지운 역사적 사법 판단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을 놓고 "반미(反美)적" 대법관들의 일탈이라 거듭 비난했는데, 대법원과 트럼프의 충돌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리사 쿡 이사 해임을 둘러싼 송사, 그리고 '출생 시민권' 수정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재연될 수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로 주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린다 해서 순순히 물러설 트럼프는 아니다. 다양한 우회로를 동원해 뜻한 바를 기어코 이루려는 트럼프의 고집스런 성정 탓에 크고 작은 소송은 더 빈발할 수 있다.

☞ 트럼프 '플랜B' 주머니에 담긴 5개 관세 수단...실제 적용사례는

1. "트럼프의 거수기는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IEEPA에 근거한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아주 높은 확률로 위법 결정이 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를 이루는 대법원에 거는 기대가 컸다.

아래 블룸버그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연방 대법원은 보수적 성향 6명의 법관과 진보적 성향 3명의 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이번 판결에 찬성한 대법관 6명 가운데 3명이 보수 성향이다. 그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 3명 중 2명이 포함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진보, 오바마 행정부 임명), 엘레나 카건 대법관(진보, 오바마 행정부 임명), 닐 고서치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진보, 바이든 행정부 임명),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브렛 캐버노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현지시간 2026년 2월20일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대법원 판결에서, 여기에 동참한 대법관 6명 가운데 3명이 보수 성향이다. 그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 3명 중 2명이 포함됐다. 판결에 반대한 소수파 3명 법관은 모두 보수 성향으로, 한 명은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됐다.[사진=블룸버그]

지난 1년 동안 대법원은 20건 넘는 긴급 신청(가처분신청) 사건 등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 과정에서 대법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과 기타 자금 집행을 중단하는 조치, 독립기관 수장의 해임,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금지 조치 등을 적어도 잠정적으로 허용했었다.

이런 전례 때문에 트럼프가 대법원에 걸었던 기대는 컸지만 바랐던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표 작성한 이번 판결문은 "의회의 과세 권한을 모호한 표현으로 양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법률에 명기된 '수입' '규제'라는 단어들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했지만 6명의 대법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만약 그러한 견해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관세 정책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의회가 관세 권한을 (대통령에) 위임할 때는 명시적인 조건과 엄격한 제한을 두고 위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닐 고서치 대법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함께 이른바 '중대 쟁점에 대한 질의(검증)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도 들고 나왔다.

이 원칙은 법원이 행정부의 광범위한 조치를 허용하는 법률을 해석하기 전에, 의회가 그런 조치를 명확하게 승인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내 보수성향 법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적용해 학자금 부채 탕감 등 바이든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런만큼 이번에도 그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소수파 3인, 즉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 대통령이 IEEPA에 따라 자신의 권한 내에서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 "관세 분쟁은 외교 문제이며, 대통령이 헌법상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의 대법관 가운데 트럼프의 편에 선 이는 캐버노가 유일했다. 여기에 동참한 토머스와 알리토는 부시 정권 때 임명된 대법관이다.

UC버클리 로스쿨의 어윈 케머린스키 학장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조치를 그대로 승인해주는 '거수기' 역할을 거부한다는 메시지에 해당한다"며 "로버츠 대법원장이 '의회가 과세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법원은 이를 집행할 것'이라는 헌법적 전제에서 출발한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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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럼프 vs 대법원 충돌 '시즌 2' 기다린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둘러싼 심리와 판결, 나아가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송사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내걸어 해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 1월 심리 이후 법조계에서는 '대법관들이 쿡 이사의 지위를 당부간 유지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쿡 이사는 사기 대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이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 사안은 법무부가 형사 기소 취지로 진행중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당초 예산을 크게 웃돈 연준 본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한 관리 소홀 책임 등에 대한 수사)와 맞물려 연준 독립성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트럼프의 행정 명령 역시 대법원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말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 명령은 수정 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전통적 법률 해석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적어도 한 명의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 경우에만 출생아에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그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하급심은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제한 조치가 위헌이라고 잇따라 판결했다. 대법원 심리는 오는 4월1일 예정돼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캐리 코글리아네세 교수는 "이번 관세 판결에 비춰보면 대법원은 출생 시민권 사안처럼 법리적으로 명확한 사건인 경우 대통령에 맞서 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직의 임기 보장을 둘러싼 소송 등 여타 논쟁적 송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패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지난 1년 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연방대법원 판결을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1일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대법원을 재차 비난하며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해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글로벌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법적 상한인)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제동이 자신의 관세정책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다.

☞ 트럼프 "글로벌 관세 10→15%로 인상"…사법부 제동 무력화 '속도전'

다만 이런 류의 우회로는 또 다른 법적 다툼을 볼러올 위험을 내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가 발표한 15% 관세가 무역법 제122조의 발동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적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임시 수입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만, WSJ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가 무역법 122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 잠재적으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플랜B' 주머니에 담긴 5개 관세 수단...실제 적용사례는

향후 대법원에서 다투게 될 다른 민감 사안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로를 찾으면 찾을수록 새로운 송사에 휘말릴 위험이 꼬리를 물게 돼 그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

osy7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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