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바탕해 부과했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련 관세(캐나다·중국·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현지시간 20일 연방 대법원의 제동으로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사법적 패배'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플랜B'로 기존 관세 효과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는데, 절차상 문제 등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게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 교역 상대국과 추가 협상 가능성, 그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진통으로 글로벌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트럼프의 플랜B는 이론상 크게 5개 대체수단, 즉 ▲무역법 122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무역법 201조,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 수단을 포함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세금과 관세의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지만, 의회는 여러 법률을 통해 그 일부를 행정부에 위양하고 있는데 이들 다섯 가지 수단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오는 24일 즉시 발효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10% 관세'의 경우, 무역법 232조와 301조 등에 근거한 별도 관세를 마련하기까지 한시적 조치에 가깝다. 가용할 수 있는 플랜B의 5개 대체 수단의 발동 요건과 절차, 과거 실제 적용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무역법 122조
1974년 도입된 미국의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에게 "국제수지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여기에 근거해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방기관(상무부 및 무역대표부 등)의 조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가능하다.
무역법 122조의 발동 요건은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시정하거나,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달러의 임박하고 상당한 가치하락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을 때다. 무역법 122조에 바탕한 관세율은 최대 15%로 제한된다. 적용 기한은 최대 150일이다. 이 기한을 넘어 조치를 지속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무역법 122조는 이전까지 실제 발동된 적이 없다. 오는 24일 발효되면 첫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5월 국제무역법원은 중소기업인 5명과 12개 주정부 당국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시정을 목적으로 관세를 발동했다면 그것은 IEEPA가 아니라 '무역법 122조'의 적용 범위에 해당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 무역법 301조
무역법 301조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의 무역 조치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이거나 국제무역협정에 근거한 미국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보복 관세를 발동할 권한을 인정한다. 여기에 근거해 부과하는 관세는 세율의 상한이 없다.
즉시 부과할 수는 없으며 USTR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날(현지시간 20일) USTR은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명의 성명에서 "대부분의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 관행은 USTR이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자하는 외국 정부에 먼저 협의를 요청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미국 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밟기도 한다.
301조에 근거한 (보복)관세는 USTR이 연장 요청을 받지 않는 한 4년 후 자동 종료된다. 연장 요청이 있는 경우 연장 가능하다. 이 법에 근거한 조사는 기본적으로 특정 1개국을 대상으로 하지만, 여러 나라에 공통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병행해 심사할 수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이 구조를 이용해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11 개국·지역의 디지털 서비스세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이 법에 근거해 실제 관세 부과가 이뤄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기술 이전과 지적 재산권 실태 등을 조사한 후, 그 해(2018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후임자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기차를 포함한 특정 중국산 제품에 무역법 301조에 바탕해 해당 품목의 관세를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의 경우 USTR이 브라질의 무역정책과 지적재산권 정책, 삼림 벌채 관행, 에탄올 시장 접근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3. 무역법 201조
무역법 201조는 해외로부터 수입 증가가 미국 제조업체에 심각한 손해를 입혔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인정한다.
이 법에 근거한 관세 역시 즉시 발동할 수는 없다.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먼저 조사를 실시하고, 신고 후 18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무역법 232조에 근거한 실태 조사와 달리 ITC의 공청회 개최와 대중 의견수렴을 '의무화'하고 있다. 무역법 201조의 경우 교역상대국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세가 아니라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다.
무역법 2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때는 기존 관세율보다 최대 50%까지만 높게 설정할 수 있다. 최초 4년간 부과할 수 있고 최장 8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1년 넘게 해당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일정 간격을 두고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무역법 201조에 근거해 관세가 발동된 사례가 있는데,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태양전지 셀과 모듈, 가정용 세탁기 수입품에 부과했던 관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후 태양전지 관련 관세는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연장·수정되었지만 세탁기 관세는 2023년 만료됐다.
4. 무역확장법 제232조
1962년 도입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통해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관세율과 적용 기한에 상한이 없다.
232조에 근거한 관세도 즉시 부과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상무부의 조사 결과, 해당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조사가 시작되면 상무부 장관은 27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이용해 부과했던 상호관세와 달리, 무역확장법 232조는 개별 품목에 적용되도록 설계됐다.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8년 미국은 이 법에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백악관에 복귀한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조사 결과에 바탕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예외규정을 대부분 제거하고)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마무리했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 결과에 바탕해 작년 5월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방침도 발표했다. 수입산 파생 구리 제품에 대한 관세도 232조에 바탕했다.
현재 상무부는 반도체 등 여러 품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관세 대상 품목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5.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
대공황 시기였던 1932년 제정된 이 조항은 교역상대 국가가 불합리한 요금이나 제한을 가하는 경우 미국에 대한 차별적 행위라는 점을 대통령이 확인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앞서 연방기관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없다. 이 법에 근거한 관세율은 50%까지다.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가 실제 적용된 사레는 한 번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항을 활용하려들 경우, 법조계 안팎에서는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제338조를 발동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하원 민주당 의원 5명은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의 폐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