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지배력 확대 비상…마케팅 비용 가중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일본 파나소닉이 유럽과 북미 시장의 TV 판매 사업을 중국 스카이워스에 이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판매 대행을 넘어 중국 업체가 일본 브랜드 신뢰도와 현지 유통망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로 해석된다. 이에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식해온 프리미엄 TV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오는 4월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의 TV 판매 업무를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로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포괄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파나소닉은 판매 부진을 겪어온 해당 지역의 사업권을 넘김으로써 인건비와 물류비 등 고정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이 높은 일본 내수 시장과 고부가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가전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소니 역시 TV 사업 부문을 분리해 중국 TCL이 지분 51%를 보유하는 합작회사를 내년 4월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파나소닉의 경우 2024년 기준 일본과 유럽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90%에 달할 정도로 유럽 시장의 상징성이 크다. 미국 시장은 재진출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번 이관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이번 중·일 연합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분야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한다. 그동안 중국 브랜드가 지녔던 저가 이미지의 한계를 파나소닉의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워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워스가 파나소닉 TV의 판매권을 행사하며 북미와 유럽 매장의 핵심 구역에 제품을 진열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를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권 이관은 단순한 업무 대행이 아니라 파나소닉이 수십 년간 다져온 현지 유통망과 영업 노하우가 중국 기업에 통째로 전이되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이 파나소닉의 영업망을 발판 삼아 자국 브랜드 제품까지 끼워 팔거나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상력을 높일 경우 국내 기업의 매장 내 진열 면적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글로벌 유통 현장의 주도권 변화다. 베스트바이 등 글로벌 대형 유통사와의 관계에서 중국 기업이 파나소닉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으면 한국 제품의 노출 빈도가 줄어들어 매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표면적인 브랜드는 일본이지만, 공급망은 중국인 제품이 한국 가전의 북미·유럽을 공략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품질 우위만으로 시장을 방어하기 어려운 비대칭적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 경우 삼성과 LG는 기존 노출 빈도를 유지하기 위해 유통사에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일본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국내 기업에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라며 "일본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중국 기업이 유통 지배력까지 갖출 시 발생하는 마케팅 압박과 점유율 공세는 향후 글로벌 TV 시장의 주도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