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시티 7억 이상 하락가 기록·서울 매물 급증
토허제 데드라인 3월 말~4월 초 분수령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2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는 '급매'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나붙어 있었다. 잠원한신 34평형(전용 84㎡) 32억원, 메이플자이 33평형 55억원 등 몸값을 한껏 낮춘 매물들이 지나가는 대기 매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이 석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철옹성 같았던 서초구 핵심 입지에서도 매물 해빙기의 전조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이른바 세 낀 집 매매를 허용하는 당근책을 부여하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눈치싸움이 4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서초 잠원한신, 약정서 기준 1.5억 하락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공인중개사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약정서 기준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A 공인중개사는 "원래 기존 매물이 3개 수준이었는데, 최근 처분하려는 급매가 6개 정도로 2배 늘었다"며 "잠원한신 전용 84㎡의 경우 직전 최고가가 36억원이었고 지난 1월 공식 실거래가가 35억8500만원에 찍혔지만, 최근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작성 중인 약정서 기준으로는 34억5000만원에서 35억원 사이로 이미 1억원에서 1억5000만원가량 빠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최근 급매로 나온 전용 84㎡ 32억원짜리 매물에 대해서는 "1층 물건이긴 하지만 고점 대비 4억원이나 내려간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격 조정 폭이 마포, 송파 등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B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타 지역이 10~15% 빠질 때 5% 내외로 조정받는 선에 그치고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세금 철퇴를 피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외곽 지역 물건을 먼저 팔지,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잠원이나 반포 일대 핵심 물건은 끝까지 쥐고 가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5월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와 더불어 추가적인 세제 개편을 기다리는 매수자와의 눈치싸움도 이어지는 중이다. C 공인중개사는 "호가가 5% 정도 내려가 급매가 출현하긴 했지만,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해 매수자들이 거액의 현금을 동원해야 하는 구조적 장벽이 크다"며 "매수자들은 정부의 후속 세제 개편안 발표를 기다리며 당장 지갑을 열지 않고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눈치 싸움' 토허제 데드라인 4월 초 분수령
앞서 정부의 다주택자 관련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서울 내 유력 단지들 내에서는 가격을 대폭 낮춘 매물들이 나오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는 전용 84.99㎡ 9층 주택이 23억8200만원에 거래되면서 1월 동일 면적 매매가인 31억4000만원보다 7억58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팔렸다. 이는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동일 면적 시장 호가(28억~33억원) 하단보다도 4억원 이상 낮게 팔린 가격이다.
시장 전반적으로도 서울 내 매물이 속속 감지되면서 가격 하락이 점쳐진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의 데이터에 따르면 2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3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 대비 불과 한 달여 만에 1만4114건이나 급증한 수치다. 또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124) 대비 무려 16p 급락한 108을 기록해,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의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2022년 7월(16p 하락)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조정의 분수령이 3월 말에서 4월 초에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여 세입자가 있는 주택도 매매할 수 있도록 이른바 '세 낀 매매'의 퇴로를 열어두었다. 다주택자가 5월 9일 이전에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으려면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입금 이력을 남겨야 한다. 통상 약정서를 쓴 뒤 구청의 허가를 받는 데만 3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 데드라인은 4월 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A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집주인들이 데드라인에 쫓겨 3월 말이나 4월 초에 호가를 한 번 더 눈물을 머금고 내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정부가 세 낀 매매를 허용해 주었음에도 대기 매수자들이 바닥을 확인하려 들기 때문에 아직 실질적인 거래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당분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 적채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3월 중순~ 4월 고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일부 양도세 중과를 유예 받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가격 조정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