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이란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석유 수출망과 탄도미사일·첨단 재래식무기(ACW) 조달 네트워크를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불법 석유 판매를 지원하고 탄도미사일 및 ACW 개발을 뒷받침해 온 30여 개의 개인·기관·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는 국제 제재망을 우회해 수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해 온 이른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와 그 운영 주체들을 정면 겨냥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파나마·바베이도스·팔라우 등의 국적을 가진 선박 12척과 관련 선사들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동아시아 등지로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 고유황 연료유(HSFO), 나프타, 암모니아 등을 실어나르며 이란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왔다.
또한 재무부는 이란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반을 둔 복수의 무기 조달 네트워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 네트워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국방군수부(MODAFL)에 탄도미사일 및 ACW 생산 재개에 필요한 전구 물질과 민감 기계류를 공급하고, 이란의 무인기(UAV)를 제3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관여해 온 것으로 드러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란은 금융 시스템을 악용해 불법 석유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세탁해 핵 및 재래식 무기 프로그램의 핵심 부품을 조달하며 테러 대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재무부는 이란 국민의 삶보다 테러 지원을 우선시하는 이란 정권의 무기 역량을 겨냥해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별도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자국 경제를 파탄 낸 채 외국 대리세력과 미사일·무기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의 그림자 선과 불법 석유 거래망을 겨냥한 제재를 통해 테헤란으로 흘러가는 수익을 차단하고, 유엔 대이란 제재와 비확산 체제를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이란의 핵 합의 의무 불이행에 대응해 재부과된 유엔 제재와 제한 조치를 지원하는 비확산 제재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출범 직 채택한 '국가안보 대통령각서 2호(NSPM-2)' 이행의 일환으로, 이란의 그림자 금융·자금세탁·무기 확산·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겨냥한 최대 경제 압박 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성격을 지닌다. 재무부에 따르면 OFAC는 2025년 한 해에만 이란과 관련해 875개 이상의 개인, 선박, 항공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개인·기관·선박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이들과 금융 거래를 수행하는 제3국 금융기관 역시 미국의 행정명령(E.O. 13902, 13382, 13949 등)에 따라 미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사실상 배제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제재는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지원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미·이란 핵협상을 하루 앞두고 발표돼, 워싱턴이 협상과 병행해 경제·금융 압박 수단을 극대화하려는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