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 밀려…"V자보다 W자 바닥 가능성"
반도체·방산·전력 주목…에너지·금융·방어 업종 대안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는 장중 8% 넘게 밀리며 5100선 초반까지 후퇴했다. 증권가는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조정 구간에서는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내린 5265.37에 장을 시작한 뒤 낙폭을 확대하며 오전 10시 30분 기준 5132.07까지 밀렸다. 전 거래일 대비 452.8포인트(8.11%) 하락한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58.66포인트(5.08%) 하락한 1096.48에 개장한 뒤 하락 폭을 키웠다. 오전 10시 56분 기준 1067.24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87.43포인트(7.57%)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기준 상위 업종 가운데 반도체·반도체장비 업종의 낙폭이 가장 컸고 자동차, 복합기업, 증권, 전기제품, 제약, 은행, 우주항공·국방 등이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업종이 크게 하락하면서 지수 낙폭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는 이날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98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115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 5월물도 99.75달러에 출발해 장중 115달러대를 기록하는 등 급등 흐름을 보였다.

◆ 유가 급등에 커진 증시 부담…"조정 시 매수" 시각 필요해
증권가는 이번 충격의 핵심 변수로 유가·환율·금리를 꼽는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압력을 동시에 높이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급등은 기업 비용 부담과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 코스피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변수는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라며 "이란 본토로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전쟁 장기화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급등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이고 수출 중심의 코스피에 부정적"이라며 "높은 유가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 수익률에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경우 주요국 통화 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9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중동 지정학 이벤트 사례를 보면 증시는 일정 기간 이후 충격을 흡수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과거 사례에서 코스피가 지정학적 충격 이후 1개월 만에 이벤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3개월 후 평균 8.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과도한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증시, V자보다 W자"…유가·환율 변수에 경계해야
이번 충격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유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이는 글로벌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공포의 정점에서는 일부 벗어났지만 안도 국면에 완전히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격 흐름도 V자 반등보다는 다시 저점을 확인하는 W자 패턴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업종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대차증권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종,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방산 업종을 유망 분야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종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영향으로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방산 업종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상수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꾸준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변동성 국면에서 업종 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승 폭 대비 최근 조정 폭을 비교하면 방산, 에너지(정유), 건설, 증권, 반도체, IT가전(2차전지) 업종은 상승분을 상당 부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호텔·레저, 소프트웨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미디어 업종은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거나 더 큰 하락을 보이며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투자증권은 변동성 국면의 대안 업종으로 은행·보험·통신 등 금융 방어주와 조선·전력기기·전력 인프라 등 자본재 업종을 제시했다. 화장품과 의류 업종도 원화 약세 환경에서 일부 종목이 수혜를 볼 수 있는 후보로 꼽았다.
노 연구원은 "이번 장세는 이익보다 할인율이 더 크게 흔들리는 구간에 가깝다"며 "유가 상승과 금리 변동성 확대, 환율 상승 환경에서 시장 핵심 베타 업종이 먼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전략은 시장 방향성보다 변동성 환경에서도 실적과 수급이 견조한 업종을 선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