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숙사 확충 시도...주민 반발로 곳곳 사업 지연
"대학 기숙사, 지역과 상생하는 주거 정책 모델로"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전국 대학 기숙사 평균 수용률이 20%대에 머물면서 대학생 5명 중 4명은 여전히 학교 밖에서 방을 구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숙사 확충까지 주민 갈등에 건립이 지연되는 가운데 기숙사 문제를 도시·주거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표한 '2025년 대학정보공시' 분석에서 일반·교육대 193개교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2.2%로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22.8%에서 0.6%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10월 발표 당시 교육당국은 "1·2인실 확대에 따라 방당 인원은 줄었지만 전체 정원이 크게 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격차를 보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사정이 더 심각하다. 2025년 기준 수도권 사립대 수용률은 17.8%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사립대 수용률이 25.9%로 수도권과 8.1%p 차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의 구체 수치를 보면 상위권 대학 상당수가 10~20%대 초반에 몰려 있다. 서울대 기숙사 수용률은 21.5%로 서울권 주요 종합대 가운데 가장 높고 이화여대 20.7%, 성공회대 19.4%, 연세대 17.9%, 건국대 17.1%, 한양대 15.6%, 덕성여대 15.3% 순이다.
같은 자료에서 중앙대는 12.7%, 광운대 12.3%, 숙명여대 12.0%, 고려대 11.5%에 그친다. 동국대, 성균관대, 홍익대, 경희대는 각각 10.5%, 10.3%, 9.8%, 9.3%로 저조했다.
청년 주거권 단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한 대학의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학생이 1400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며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수요가 누적돼 있다"라고 말했다.
국공립대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25년 국공립 일반대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6.6%로 사립대 평균 20.8%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재학생 4명 가운데 1명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같은 국공립 안에서도 편차가 크다. 지방 거점국립대 일부는 수용률이 30% 안팎까지 올라가지만 경북대, 인천대, 부산대 등은 각각 22.9%, 22.2%, 16.5%에 그친다.
양희진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대학생 주거는 높은 주거비가 문제"라며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대료 수준은 낮지만 양질의 주거 환경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거나 캠퍼스 외부 거주 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자체 재정과 부지로 기숙사를 더 짓기 어려워지자 기대를 모은 것이 행복(공공) 기숙사다. 행복기숙사는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재원을 모아 짓고 운영하는 공공기숙사로 학교 주변에 대형 생활관을 지어 수용률을 끌어올리는 모델이다.
그러나 행복기숙사와 글로벌 교류센터 등 공공기숙사를 합산하고도 전체 평균 수용률은 22.2%에 머물고 있는 상황일뿐더러 행복기숙사가 들어서는 과정에서는 주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행복기숙사가 지어진다고 해도 연합형 모델 기준으로 수용 인원이 한정적이라 대학생 주거권 전체를 해결하기에는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인천 인하대는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개선하기 위해 1700명대 규모 행복기숙사를 추진했지만 주변 원룸 소유주와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원룸 공실 증가와 상권 침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랫동안 표류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광진구 화양초 폐교 부지 행복기숙사 건립을 둘러싸고 건국대 학생들과 인근 주민·원룸 임대업자 사이 갈등이 2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대학 기숙사를 더 이상 대학 내부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도시·주거 정책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 교수는 "폐교 부지 활용 등 행복기숙사 건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상권·임대수익·생활환경 등 지역 내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기숙사 내 공공시설이나 커뮤니티 공간을 주민과 함께 활용하는 등 상생 구조를 설계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또 "대학생 주거 문제는 대학이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역할을 나눠야 하는 영역"이라며 "대학생 주거 정책을 단순한 주거 복지 정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도시 활력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도 "청년 주택이나 기숙사가 지역 이용시설과 결합해 지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면 갈등을 줄이고 주거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