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센싱 모듈로 '티어 1' 도약…기판 부지 확보·전장 AP 매출 가시화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이노텍이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가 결합된 '시스템 솔루션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오는 2027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양산을 공식화하는 한편, 하드웨어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만간 글로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전격 발표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50기 정기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 신사업 로드맵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문 사장은 특히 최근 전자업계의 화두인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대해 "양산은 이미 시작된 단계로 현재 특정 공장에 투입돼 실전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들의 일정에 맞춘 의미 있는 수준의 대규모 양산은 2027년 또는 2028년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의 로봇 전략 핵심은 '복합 지능형 센싱 모듈'이다. 기존의 카메라 단품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를 하나로 묶어 로봇의 눈과 뇌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고부가 모듈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문 사장은 "이미 미국 내 유명 고객사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CES)를 기점으로 유럽권 고객사들과도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로봇 사업이 매출액 수천억 원 규모의 실질적인 숫자로 확인되는 시점은 대규모 양산이 본궤도에 오르는 3~4년 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사장이 이번 주총에서 가장 강조한 지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수익성 제고다. 그는 "단순한 하드웨어 납품 방식으로는 원가 절감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고객사가 우리 제품을 즉각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들웨어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함께 제공하는 티어 1 형태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업체와 현재 협력을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공식 발표를 다음 주 이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인수합병(M&A)에 앞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소프트웨어라는 부가가치를 하드웨어에 입히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장 부품 사업 역시 단순 센서를 넘어 AI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듈 매출이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광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모듈은 AI 기술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이 복합 적용된 차세대 부품이다. 문 사장은 전장 부품 부문의 전체 매출이 당분간 연간 20%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며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에 나선다. 현재 서버용 기판 등 주요 라인이 풀가동 중인 가운데, LG이노텍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용 부지 계약을 거의 마무리한 단계다. 문 사장은 "현재 캐파(생산능력)보다 2배 정도 규모를 키울 계획으로 2028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서버용 제품의 경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효율화와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청사진도 명확히 했다. 문 사장은 "과거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부터 감가상각비 부담이 줄어들어 상반기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부채비율 역시 100% 미만으로 내려가 투자 여력이 충분한 만큼 배당 성향과 배당액을 동시에 늘려 시장의 신뢰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이노텍의 사업 구조 전환은 이날 주총에서 의결된 이사회 개편으로 실행력을 갖추게 됐다. LG이노텍은 경은국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재무적 안정성 위에서 신사업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를 확보했다. 경 전무는 재무 전문가이면서도 로봇 등 전자 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G전자에서 로봇 사업을 담당했던 박충현 ㈜LG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임명해 이사회 내 로봇 전문성을 보강했다. 사외이사 역시 공학 및 산업 전문가인 노상도 교수와 박래수 교수를 재선임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