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개시 직전,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 측이 주요 방산 기업들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란 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른바 '전쟁의 설계자'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대한 이해충돌 및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번질 전망이다.

◆ 공습 직전 블랙록 방산 ETF '수백만 달러' 매수 문의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모간스탠리 소속의 헤그세스 장관 담당 중개인이 지난 2월 대이란 군사 작전 개시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연락을 취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개인은 블랙록이 운용하는 '디펜스 인더스트리얼스 액티브 ETF(티커명: IDEF)'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며, 블랙록 내부에서는 이례적인 접근을 인지하고 이를 '주목할 만한 잠재 고객' 사안으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ETF는 운용자산 32억 달러 규모로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RTX(옛 레이시온) 등 미 국방부를 최대 고객으로 둔 주요 방산업체들과 군사 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 등을 대거 편입하고 있는 상품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국방 예산 확대에 따른 수혜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지난해 5월 출시됐다.
◆ 실제 매수는 불발…국방부는 "전적으로 허위 조작" 일축
FT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 측의 이번 방산 투자는 최종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당시 모간스탠리의 거래 플랫폼이 시장에 존재하는 1만 4000여 개의 ETF 중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은 해당 상품을 고객들이 매수할 수 있도록 아직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 중개인이 다른 방산 관련 펀드로 우회해 투자를 집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IDEF 펀드는 중동 전쟁 국면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오히려 약 13% 하락해 결과적으로 단기 손실은 피한 셈이 됐다.
그러나 FT는 "국방장관이 이끄는 부처가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하던 시점에 그의 대리인이 그러한 투자를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 국방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FT의 주장은 전적으로 허위이며 조작된 것"이라며 "헤그세스 장관이나 그의 대리인 누구도 블랙록에 그러한 투자 문의를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블랙록과 모간스탠리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 도마에 오른 '트럼프 이너서클'의 거래 타이밍
이번 의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핵심 정책 결정 전후로 월가와 예측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거래 타이밍에 대한 시장의 감시가 깐깐해지는 가운데 불거졌다.
FT는 헤그세스 장관이 상원 인준 과정에서 제출한 재산 공개 자료를 통해 2025년 6월 기준 29개 기업의 주식을 매각했다고 신고한 바 있으며, 폭스뉴스 진행자 시절 급여와 인세, 강연료 등으로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음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트럼프 핵심 안보 라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대이란 전쟁을 주창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전 투자 시도 의혹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