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축소·서버 쏠림…메모리 물량 부족 심화
장기 계약 확대…가격 협상 주도권 반도체 기업 이동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메모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이 공개된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2분기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메모리 공급사들이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재편하면서 시장 내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가격 협상 주도권도 반도체 기업으로 넘어갔다.

◆D램 가격 상승 지속...줄어든 물량 서버 수요가 '싹쓸이'
1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8~63%, 낸드플래시 가격은 70~75% 상승할 전망이다. 1분기 전망치가 각각 93~98%, 85~90%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는 흐름이다.
D램 가격은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지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PC 수요가 둔화됐지만 메모리 공급사들이 출하를 줄이면서 시장 내 유통 물량이 감소했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물량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특히 D램 가격 상승은 서버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 영향으로 클라우드 기업들의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공급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시장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줄며 전체적인 공급 부족이 심화된 상태다.
모바일과 그래픽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반영해 생산량을 일부 줄이고 있지만, D램 사용량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아 수요는 유지되는 상황이다. 그래픽 D램도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라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소비자용 제품 역시 수요는 다소 줄었지만 공급 감소 폭이 더 커 전체적으로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낸드 정상화는 2028년에도 어려워"
낸드 시장도 AI 수요 확대 영향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공급사들이 공정 개선과 QLC(Quad-Level Cell) 적용 확대에 나섰지만 생산량 증가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PC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PC·노트북용 SSD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공급사들이 2분기까지 가격을 유지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PC·노트북용 SSD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용 SSD는 AI 확산 영향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주문이 이어지면서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생산능력 확대도 단기간 내 쉽지 않아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의미 있는 생산 능력 확장은 내년 말이나 오는 2028년까지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장기 계약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18일 주주총회에서 고객사와의 거래 구조를 기존 분기·연 단위에서 3~5년 장기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수요 변동을 조기에 파악해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이 반복되는 이른바 '사이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효율 혁신에도 수요 늘 것"
업계는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등장했는데도 이 같은 가격 상승 흐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터보퀀트' 같은 메모리 효율화 기술이 나오면서 D램 사용량이 줄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기술 개선 효과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효율 향상으로 비용이 낮아질수록 활용처가 더 넓어지고, 그 결과 전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제번스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