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 노사가 13일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성과급 산정과 상한 폐지 입장차 좁히지 못했다.
- 21일 반도체 노조 총파업 가능성 커지며 생산 차질과 경제 피해 우려 확산된다.
- 산업계와 학계는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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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에 산업계 목소리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에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과 상한 폐지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는 21일 반도체 노조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업 예정일까지 8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수준의 생산 차질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한 번 발생하면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렵고, 글로벌 고객사 이탈은 장기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공급망 신뢰까지 흔들릴 경우 한국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 안정성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가 노사 자율 해결 원칙을 유지하되, 파업 현실화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성과급 평행선에 파업 리스크 고조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의 50%로 설정된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현행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와 연봉 50% 상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노위 조정안도 EVA 기준 OPI와 연봉 50% 상한을 유지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인 데다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영업이익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미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큰 상황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을 일괄 적용할 경우 성과와 책임 원칙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도 회사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노사 입장차가 총파업 직전까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갈등이 개별 기업의 보상 체계 논쟁을 넘어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급망과 직결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매출 차질을 넘어 고객사 납기, 수출, 협력사 생태계, 자본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노사 자율 교섭을 최대한 존중하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긴급조정권, 경제 충격 우려 때 발동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후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이 기간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 회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발동 요건은 엄격하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가 크고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부가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넘어 개입하는 만큼 '최후의 수단' 성격이 강하다.
◆ "18일 파업 땐 직접 손실 30조원"
학계에서는 파업 피해 규모가 긴급조정권 발동 논의의 핵심 근거로 거론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추산도 제시했다.
노조 측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도 20조~3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 손실만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거시경제 파장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대표 산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본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파업 규모 역시 이례적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6만6000명에 달했고 찬성률은 93.1%였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 당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미만 정전 때 약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전례도 있다.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도 부담이다. AMD·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는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본다. 파업에 따른 납기 차질이 발생하면 단기 손실을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의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 언론 기고문에서 "삼성전자 갈등은 일반적 임금 교섭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긴급조정 필요성을 검토해야 할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현대차·항공 파업 때도 발동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는 많지 않다. 그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 온 제도다. 다만 국가 경제와 공익에 중대한 파장이 우려되는 사안에서는 실제 발동된 전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이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연대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자동차·조선 등 핵심 수출 산업의 생산 차질이 커지자 김영삼 정부는 같은 해 7월 2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이후 노사 양측은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고 사태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자동차 산업이 당시 한국 경제의 핵심 수출 산업이었던 만큼 국민경제 타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005년에는 항공업계에서 긴급조정권이 잇따라 발동됐다. 같은해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 대상이었다. 당시 정부는 항공 파업이 국가 물류망과 국민 일상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보고 개입했다.
재계에서는 현재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위상이 1990년대 자동차 산업이나 2005년 항공 산업보다 더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직접 피해가 3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만큼 긴급조정권 검토 명분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 정부·재계 우려도 커져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파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사후조정 결렬 소식을 접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사후 조정으로도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므로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했다. 그는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달 27일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우려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 26일 "삼성전자는 형식상 사기업이지만 실질은 국민기업"이라며 협력업체와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노사 자율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론도 노조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3%가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과도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