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토교통부가 27일 최근 5년 해체·철거공사 사고 1141건과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참사 발생을 확인했다.
- 영월 상동교·광주 학동 등 해체공사 대형사고가 반복되며 절단 이후 구조 안정성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됐다.
- 전문가들은 해체공사 설계·감리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현장 중심의 순환형 위험성 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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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상동교·광주 학동 참사에도 사고 반복
업계 "현장 반영한 위험평가 필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며 해체공사 안전관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체계획 수립 이후 절단·점검 등 공정별 구조 안정성 관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 철거 막바지에 무너진 고가…공정률 87%서 6명 사상
27일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전국에서 발생한 토목·건축 해체 및 철거공사 사고는 총 1141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94건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248건으로 27.8% 증가했다.
전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침하 현상이 확인된 뒤 구조물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 관계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1966년 지어진 이 고가차도는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철거 공사는 사고 당시 공정률이 87%를 넘어 7월 말 완료를 앞두고 있었다. 서울시는 교량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가 중간에서 끊기면서 차도 구조물이 아래로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경간 슬래브 절단 작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슬래브가 내려앉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전진단 전문가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이 거더 안으로 들어가 안전점검을 하던 중 상판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사고와 관련해 "철거 계획 수립 당시 거더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영월 상동교·광주 학동 참사…해체공사 대형 사고 여전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로는 2020년 9월 강원 영월군에서 발생한 상동교 철거 공사 사고가 있다. 노후 교량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상판이 무너져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작업자들은 길이 15m, 폭 8m 규모의 마지막 상판을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 크레인으로 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부 구조물을 옮긴 뒤 와이어를 제거하던 중 상판이 한쪽으로 무너지며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단된 상판의 무게 배분이 흐트러졌을 가능성과 절단면에 빗물이 스며들어 하중이 달라졌을 가능성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
상동교와 서소문고가차도 사고는 모두 교량 구조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절단 작업 이후 기존 구조물의 하중 흐름이 바뀐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구조물 안팎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해체공사 특유의 위험성이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물 해체 현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고는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다.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쳤고,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고 조사에서는 해체계획서 부실 작성·승인, 현장 안전관리 미흡, 감리업무 부실,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축물관리법'을 개정했다. 해체공사 허가 대상을 넓히고 허가 대상 공사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해체계획서도 전문가가 책임지고 작성하도록 했으며 해체공사 감리자의 교육 이수와 현장점검, 주요 공정 사진·영상 촬영·보관 등도 강화됐다.
◆ 법 고쳤지만 사고 계속…"현장 대응책 절실"
제도 개선에도 현장 위험은 여전하다. 해체공사는 분진과 소음 등 환경 유해 요인뿐 아니라 붕괴, 추락, 낙하물 사고 위험이 큰 고위험 공종이다.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은 현행 내진·화재 안전 기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시기에 지어진 경우가 많다. 사용 과정에서 불법 용도변경이나 증축이 이뤄졌다면 해체 과정의 구조적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체공사 관련 재해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재해 원인으로는 작업계획서 부재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조 안정성 검토 부족 24%, 안전감리 미이행 18%, 작업자 안전교육 미흡 15% 순이었다. 계획 수립과 구조 안정성 검토 문제만 합쳐도 전체 원인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경기대 건축공학과 연구팀은 해체감리자, 작업자, 해체계획서 작성자 등 해체 관련 업무 유경험자 50명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구조물 안정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수행되는 고소작업과 중량물 취급 작업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작업으로 꼽혔다. 비계·말비계·지붕 해체 작업과 잭서포트, 판넬, 구조체 해체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체공사의 설계·감리·위험성 평가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옥남 선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현행 건축물 해체 관련 제도에서는 해체공사의 설계 없이 건축물 해체계획서만 작성하게 돼 있다"며 "해체공사 설계·감리 업무에 대한 주체와 책임의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정 경기대 교수는 "해체감리자, 현장대리인, 작업반장 간 협업 기반의 순환형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장 조건 변화에 따라 위험요인을 실시간으로 재평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