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시가 26일 서소문고가 철거 중 붕괴와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등 대형 사고를 잇따라 일으켰다
- 사고 후 서울시와 코레일 공방, GTX 보고 지연 등으로 발주·관리기관인 서울시 안전관리 부실과 책임 회피 비판이 커졌다
- 전문가들은 발주처가 기획·설계·공사계획 단계부터 안전을 주도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법적·제도적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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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서울시, 이상 징후 통제·보고 적정성 도마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시가 발주·관리한 대형 인프라 공사 현장에서 중대 사고와 부실시공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철근 누락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서울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 서소문고가 붕괴 코레일과 공방…"위험 알고도 못 막아"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주·관리한 대형 인프라 공사 현장에서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각 사고마다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서울시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철거 중이던 서소문고가차도 구조물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사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서대문구 관계자 등 3명이 다쳤다.
사고 당일 새벽 슬래브 절단 작업 중 2.9㎝가량의 단차가 확인돼 작업이 중단됐고, 오후 안전점검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노후 시설물로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참사는 노후 기반시설 철거 과정의 위험을 알고도 막지 못한 인재"라며 "철도 위에 놓인 구조물인 만큼 해체 과정에서 구조 안정성뿐 아니라 하부 철도 운행 안전, 시민 통행, 작업자 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붕괴 위험을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징후가 확인된 상황에서 충분한 통제와 안전 확보 없이 현장 점검이 진행된 경위를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고 이후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공방도 논란을 키웠다. 서울시는 사고 경위 브리핑에서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하루 약 3시간만 작업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새벽 시간 작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24시간 작업을 통해 철거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철도 운행 문제로 작업 시간이 제한됐다는 취지다.
코레일은 즉각 반박했다. 서울시로부터 24시간 작업이나 월 30일 작업 등 작업시간 확대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울시는 초기 계획 단계부터 심야 차단작업을 전제로 철도보호지구 행위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사고 당일 야간작업 중 단차가 발생했거나 주간에 안전진단을 시행한다는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사고 직후부터 작업시간 제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작 발주·관리기관으로서 이상 징후 인지 이후 통제와 보고가 적절했는지는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철근 누락 5개월 뒤 보고…GTX 삼성역도 관리 부실?
앞서 벌어진 GTX-A 노선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도 서울시 관리 책임 논란을 키웠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승강장 기둥 일부가 설계 기준과 다르게 시공됐다고 발표했다. 설계상 기둥에는 주철근이 2열로 배치돼야 했지만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1열만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확인된 기둥은 전체 80본 중 50본이었다. 누락 규모는 약 2500개, 총 178t에 달했다. 단순 시공 오차로 보기에는 누락 범위와 물량이 큰 데다, 해당 구간이 광역철도 승강장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으로 번졌다.
작업자가 설계도면의 '투 번들' 표기를 놓치면서 시공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도면 확인과 시공 검측, 감리 단계에서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현장 역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처였다. 시공은 현대건설, 책임감리는 삼안이 맡았다. 공공 발주처로서 시공사와 감리단의 품질관리, 이상 징후 보고, 보강 대책 검토 과정을 적정하게 관리했는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철근 누락은 지난해 11월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으나 국토부 공식 보고는 지난달 29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현대건설로부터 오류 사실을 보고받고도 약 5개월이 지나서야 국토부에 공식 보고한 셈이다. 국토부는 심각한 시공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보고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보고 지연 논란은 안전관리 문제를 더 키웠다. 대형 교통시설 공사에서 구조 안전과 직결되는 오류가 확인됐다면 발주처와 감리단, 시공사 사이에서만 보완 방안을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 관계기관에 즉시 공유하고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합동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공사 중단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공공부문 안전관리 책임을 거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와 GTX 철근 누락 문제를 두고 "이 사건들은 누구보다 국민 안전에 앞장서야 할 공공부문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며 관계기관의 신속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규명을 주문했다.
◆ "시공사만 볼 일 아니다"…발주처 책임론 부상
건설안전 전문가 사이에서도 발주처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발주자는 단순히 공사를 맡기는 계약 주체가 아니라 사업 전 단계에서 위험을 줄여야 할 핵심 주체라는 주장이다.
경상대 건축공학과 연구진이 공공기관(38%), 설계사(16%), 시공사(46%)를 대상으로 발주자 안전관리 책임 중요도를 5점 척도로 산출한 결과 시공단계가 평균 4.5로 가장 높았다. 실제 안전사고가 빈번한 단계에서 발주자 역할의 중요도 역시 높게 인식된 셈이다. 역할별 중요도 조사에서도 시공단계 발주자 역할은 평균 4.1로 나타났다.
'건설현장 재해를 막기 위해 어느 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론 '공사 계획'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설계'(31%)와 '기획'(23%) 순이었으며 '시공'이라고 답한 비율은 8%에 그쳤다. 사고 예방을 위해선 공사가 시작된 뒤 현장 관리에만 맡길 게 아니라 기획·설계·공사계획 단계부터 발주처가 안전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석헌 경상대 교수는 "발주처는 예산과 공정, 안전계획 확인 권한을 쥐고 있는 주체"라며 "사고 이후 시공사 책임만 따질 게 아니라 발주·관리 단계에서 위험을 제대로 통제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공에서도 건설사고 예방을 위해선 기획, 설계, 공사발주, 시공, 준공 단계에 걸쳐 위험요소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주처가 공사 초기부터 설계에서 도출된 잔여 위험 요소를 참조해 시공자가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희 국토안전관리원 건설안전본부장은 "발주 단계에서부터 위험요소를 시공사에 제대로 넘기고, 시공 과정에서 추가 위험요소를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이어 발생한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서울시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공사 발주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사망자 발생 등 사안의 경중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발주자는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방지하기 위해 조직·인력·예산 등 결정권한을 총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지닌다"며 "공사 수급인을 선정한 이후에도 현장 점검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안전조치 이행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