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CME그룹이 16일 AI 연산비용 선물 출시를 추진했다.
- 실리콘데이터와 손잡고 GPU 임대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 기업들은 AI 컴퓨팅 비용을 헤지할 길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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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컴퓨팅 파워를 원유처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월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Group)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AI 연산 비용을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시장 출시를 추진하면서다.
수십 년 동안 선물시장은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항공사는 연료비를, 제조업체는 원자재 가격을 헤지해 왔다. 이제 같은 메커니즘이 AI 인프라 비용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 AI 연산 비용, 금융시장으로 편입 시도
16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클라우드 및 GPU 가격을 추적하는 스타트업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와 CME그룹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양측은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비용을 기초자산으로 한 첫 선물계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품이 규제 당국 승인을 받을 경우 기업들은 급등하는 AI 연산 비용을 선물시장을 통해 헤지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최종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시장 기대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프로셰어스(ProShares)와 렉스셰어스(Rex Shares)는 해당 선물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까지 거론되면서 초기 단계부터 파생상품 시장 확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리콘데이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카르멘 리는 "AI 컴퓨팅 시장은 장기적으로 원유 선물시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AI를 구동하는 에너지 수요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를 합친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 "GPU는 엔진, AI는 항공 산업 구조"
이번 구상의 핵심은 AI 산업이 항공 산업과 유사한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가 연료 없이는 운항할 수 없듯, AI 기업도 GPU 기반 컴퓨팅 없이는 모델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러나 GPU는 대부분 직접 보유되지 않고 클라우드 또는 네오클라우드(neocloud)를 통해 임대된다. 문제는 이 비용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AI 수요 급증과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임대 가격은 빠르게 변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AI 프로젝트의 장기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산타클라라대 금융학과 서영 김 교수는 "현재는 극도로 불확실한 단계로, 기업과 공급자 모두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가격지수에서 선물시장으로
실리콘데이터는 이미 GPU 임대 가격을 추적하는 지수를 구축했다. 이 지수는 다양한 공급업체의 가격을 표준화해 산출되며, 향후 선물계약의 기준가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 지수가 원유 시장의 WTI(서부텍사스산원유)처럼 AI 컴퓨팅 시장의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이 지수는 일부 기업 공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X(SpaceX)는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에서 실리콘데이터의 GPU 임대 가격 데이터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투기자금 유입과 변동성 리스크
시장 참여 확대는 필연적으로 투기적 자금 유입도 동반한다. 실제 컴퓨팅 수요와 무관하게 가격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확대와 가격 발견 기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변동성 확대와 실물 수급과 가격 괴리를 우려하고 있다.
카르멘 리 CEO는 "헤지 수요자, 시장조성자, 투자자 모두가 시장 생태계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 표준화가 최대 난제…규제 승인 '관문'
시장 성공 여부는 '표준화'라는 구조적 난제를 넘느냐에 달려 있다.
엔비디아 H100 GPU만 해도 구성 방식이 50가지 이상에 달하고, 메모리·네트워크·데이터센터 조건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결국 단일 선물계약이 이 복잡성을 얼마나 정확히 대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실리콘데이터는 모든 가격 데이터를 표준 H100 기준으로 정규화해 지수를 산출하고 있지만, 이 과정 자체가 복잡한 구조를 내포한다.
규제 당국의 판단도 핵심 변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계약의 기초자산 정의, 가격 산정 방식, 결제 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무엇을 거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는 상품화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 시장의 성패는 AI 컴퓨팅을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