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29일 강력범죄 촉법소년에 한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 법조계는 선택적 연령 하향을 평가하면서도 중대범죄 기준 명확화와 보호처분 전반 정비를 주문했다
- 전문가와 법원은 처벌 강화보다 교화·예방 시스템과 시설·인력·예산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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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보다 재범 방지가 핵심…전문가들 "교화·예방 시스템 구축해야"
현장은 이미 한계…법원 "시설·인력·예산 뒷받침돼야 제도 작동"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정부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한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전면적으로 낮추기 보다는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절충안이다.
2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관련 권고안은 이르면 30일 국무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 강력 범죄 대응 필요하지만...법조계 "중대 범죄 기준부터 명확히"
법조계는 국민 법 감정과 강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고려하면 선택적 하향은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형사 처벌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는 만큼, 연령 조정보다 '중대 범죄'의 범위를 법률상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 처벌 대상은 생명과 신체를 직접 침해하는 극히 제한적인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만약 연령을 하향한다면 살인이나 강도 살인, 강간 살인처럼 생명권을 직접 침해하는 범죄 정도만 매우 예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사기 등 일반 범죄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 범죄'라고만 규정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이 어떤 범죄가 적용 대상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변호사는 중대범죄의 기준 설정에 대해 "특정 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특정강력범죄를 준용할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폭력 범죄를 적용할지, 불법 촬영이나 딥페이크처럼 구체적인 죄명을 열거할지는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양 변호사는 "연령 하향 여부뿐 아니라 보호 관찰과 소년원 송치 기간, 소년 분류 심사 절차 등 보호 처분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청소년 범죄에 있어 형사 처벌과 교화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처벌보다 재범 방지가 핵심…전문가들 "교화 시스템부터 다시 세워야"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문제를 단순히 형사 처벌 연령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사회 복귀까지 이어지는 교화·교육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국민 불안과 법 감정을 고려하면 일부 강력 범죄에 대한 연령 하향 논의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논의가 중대 범죄 여부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촉법소년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사건 가운데는 법률상 중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중대 범죄만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고 해서 촉법소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촉법소년 범죄가 늘어난 것은 그동안 청소년 교화와 사회 복귀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소년 교도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 상담사, 심리 전문가 등을 교정 시설에 배치해 행동 교정과 심리 치료, 생활지도까지 함께 지원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도 처벌 강화보다 예방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13~14세가 살인이나 강간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근거로 형사 처벌 연령을 낮추기보다 성범죄 예방 교육이나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현장은 이미 한계…법원 "시설·인력·예산 뒷받침돼야 제도 작동"
실제 소년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실무에서도 연령 하향보다 교화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호 처분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시설 부족과 예산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처벌 대상만 확대해서는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소년부는 보호 처분을 결정할 때 범죄뿐 아니라 시설의 수용 가능 여부와 아이의 성향까지 모두 고려하지만, 시설 정원이 부족해 적절한 처분을 내리고도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시설마다 교육 프로그램과 학적 인정 여부가 달라 교화 시스템도 일률적이지 않고, 심리 검사와 상담을 맡는 전문가들 역시 부족한 예산 속에서 대부분 사명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설 종사자들 역시 열악한 처우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교화 체계 전반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령만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시설과 인력, 상담·치료 체계, 교육 시스템까지 함께 정비해야 제대로 된 보호 처분이 가능하다"며 "교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처벌 대상만 확대하면 현장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