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 15일 방콕 쿤스트할레에서 국제교류전 '경계에서 함께 보기'를 개막했다.
- 이번 전시는 강릉 GIAF 커미션 영상작품을 재구성해 한국·태국 동시대미술로 도시 재생과 공동체 회복을 조명했다.
- 재단은 방콕 쿤스트할레와 장기 협력 및 인온 개관을 통해 강릉을 글로벌 문화예술 허브로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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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까지 고등어 이양희 정연두 홍이현숙 라스잠리안숙 등 참여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이번에는 태국 '방콕'(Bangkok)이다. 방콕에서 한국과 태국의 동시대미술이 만나고 펼쳐지면서, 도시 공동체의 회복과 재생을 함께 짚어본 특별한 미술전시가 최근 개막했다.
강원도 강릉을 기반으로 출범한 재생의약 전문기업 ㈜파마리서치의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사장 박필현)이 강릉에서 매년 개최해온 국제미술제(GIAF)를 넘어 이번에는 방콕에서 의미있는 판을 벌였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은 지난 2022년부터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을 개최해왔다. GIAF가 열리는 기간에는 대관령 너머의 도시 강릉 구도심과 골목골목마다 현대미술의 에너지가 들어차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띈다. 재단은 이 GIAF를 세차례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태국의 방콕 쿤스트할레(Bangkok Kunsthalle)와 손잡고 국제 협력전시 '경계에서 함께 보기(Watching Together at the Boundary)'를 지난 15일 방콕서 개먁했다.
오는 8월 9일까지 방콕 도심의 복합문화공간인 방콕 쿤스트할레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을 통해 제작·발표된 커미션 작품들을 쿤스트할레의 공간 특성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5점의 무빙 이미지로 짜여졌다. 한국에서는 고등어, 이양희, 정연두, 홍이현숙 작가가 참여했고, 태국에서는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작가가 참여했다.
태국 방콕 도심의 핫플레이스이자 유서 깊은 문화지구인 야오와랏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방콕 쿤스트할레'는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 3개 동으로 이뤄졌다. A,B,C 등 3개의 동 중 가장 높은(7층) 콘크리트 건물인 B동은 과거 교과서 인쇄공장이 있던 곳이다.

지난 2001년 화재가 난 후 오랫동안 방치됐던 곳을 태국의 유력기업인 CP그룹의 특별고문이자 카오야이 아트재단을 설립한 마리사 치아라바논(Marisa Chearavanont) 고문이 인수해 2024년 1월 쿤스트할레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아트센터는 근래들어 글로벌 문화예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방콕 현대미술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며, 차이나타운의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중이다.
태국 문화예술인들의 요람인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경계에서 함께 보기'전의 개막식에는 양국 문화계 관계자와 국내외 기업인, 외교사절, 현지 언론인, 관객 등이 운집해 1층 라운지를 가득 채웠다. 비록 서로 다른 역사와 언어,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양국이지만 현대미술로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미술전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한 것.
사실 강원도 강릉과 태국 방콕의 야오와랏 차이나타운간 직선거리는 위도·경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4300km에 달한다. 그러나 이같은 물리적, 지정학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미술과 독특한 영상작품은 양국 관계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게 했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국내외 주요 문화예술계 인사와 재태국한인회 관계자, 현지 관객이 참석했다. 특히 박용민 주태국대한민국대사와 이선주 주태국한국문화원장이 참석해 이번 전시에 대한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와함께 행사의 주역인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과 박소희 상임이사, 태국 카오야이 아트재단 설립자인 마리사 치아라바논 고문도 참석했다. 또 방콕 쿤스트할레 디렉터인 스테파노 라볼리 판세라(Stefano Rabolli Pansera) 예술감독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와 함께, 강릉과 방콕이라는 두 장소가 공유하는 공간적 맥락이 소개됐다.

전시를 총괄기획한 박필현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해외에서 열리는 단발성 전시를 넘어, GIAF의 국제적 역할을 연속성있게 확장하려는 파마리서치 문화재단의 장기 프로젝트 방향성을 보여주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기관인 방콕 쿤스트할레와의 연대를 시작으로, 향후 강릉 '인온'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국제 협력망을 구축해 지역과 세계를 잇는 글로벌 문화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전시의 큐레이터인 박소희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상임이사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의 맥락과 담론을 기반으로 '방콕 쿤스트할레'라는 장소에서 글로벌 첫 기획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국제교류의 첫발을 떼게 됐다"며 "전시 타이틀에 '경계'를 넣었는데 경계는 일종의 '문지방'이라고 생각한다. 문지방은 이 곳과 저 곳을 구분해주기도 하지만 서로를 연결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경계를 함께 성찰하며, 함께 건너는데 전시의 촛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CP그룹 특별고문이자 카오야이 아트재단 설립자인 마리사 치아라바논(한국명 강수형) 고문은 "예술은 우리에게 치유와 사랑, 긍정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며 "두 나라, 두 도시를 잇는 이번 미술전시의 타이틀은 '경계에서 함께 보기'이지만 나는 '경계 없이 함께 보기'라고 하고 싶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지속가능한 기획력에 신뢰를 표하며 앞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스테파노 라볼리 판세라 방콕 쿤스트할레 예술감독은 "큰 화재로 건물 뼈대만 남은채 검게 그을린 쿤스트할레의 장소적 기억과, 산불을 비롯해 자연재난을 겪어온 강릉의 경험이 지닌 공통점은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하는 추동력이긴 했다. 하지만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두 도시가 축적해온 재생과 회복의 감각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연결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교류전 '경계에서 함께 보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와 한 해의 액운을 씻고 새 시작을 축복하는 태국의 전통축제 '송크란'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공동체적 회복의 감각'에 주목하고 있다. 두 축제는 서로 다른 지역의 전통적 제의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모여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고 삶의 리듬을 회복해왔다는 점에서 연결돼 있다.
박소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GIAF가 축적해온 강릉의 장소성과 서사를 방콕이라는 또 다른 도시의 시간 안에서 다시 읽어보는 과정으로, 전시의 핵심개념인 '함께 보기'는 단순한 집합적 관람을 넘어 관객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하고 머무르는 경험 자체를 회복과 환대의 실천으로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의의 전개가 만들어내는 리듬을 상영 프로그램의 구조원리로 삼아 강릉과 방콕이라는 두 장소의 시간과 감각을 영상작품을 통해 불러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오프닝의 하이라이트로 전통연희집단 '푸너리'의 축하공연은 큰 호응을 받으며 한국과 태국간 간극을 더욱 좁혔다. 강릉의 오랜 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무격부 전승자들로 구성된 전문예술단체인 '푸너리'(김운석 악사 외 3인)는 강릉단오굿의 악樂·가歌·무舞·극劇을 바탕으로, 전통의 재현을 넘어 굿이 지닌 원초적인 생명력을 동시대 무대 언어로 풀어내는 단체다.
특히 이번 오프닝 퍼포먼스는 방콕 쿤스트할레 1층 라운지에서 시작해 여러 전시실을 관객과 함께 돌며 장관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단오제의 상징적 제의물인 '지화(紙花)'를 손에 들고 예술가들과 경계 없이 호흡하며 기꺼이 퍼포먼스의 일부가 됐다. 푸너리가 뿜어낸 역동적인 음악과 제의적 리듬, 신명나는 몸짓은 쿤스트할레 공간을 가득 채우며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푸너리의 공연이 강릉단오제의 리듬과 신명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어 진행된 작가·큐레이터 토크에서는 전시의 기획배경과 작품에 대한 깊이있는 담론이 펼쳐졌다. 한국어·영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이 토크에는 발표자로 정연두 작가와 박소희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정연두 박소희 두 참여자는 자연재난을 극복해온 강릉의 지역적 서사와 의례적 감각이 방콕이라는 전혀 다른 장소 속에서 어떻게 맥락화되는지 짚어냈다. 또한 의례와 기억, 장소의 경험이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어떻게 전유되고 재창조되는지 분석했다. 특기할 점은 정연두 작가가 본래 3채널 4K 디지털 비디오 작품이었던 '싱코페이션 #5'를 방콕 쿤스트할레의 공간적 특성을 감안해 단채널 비디오 버전으로 편집했다는 점.

정연두 작가는 "원래 3채널이었던 2025년 작품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시공을 초월한 3개의 화면들이 '대화'하도록 한 것인데 이번 상영을 위해 단채널로 수정하면서도 그 점에 중점을 뒀다"며 "보이지 않는 것, 말하지 못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같은 것들이 서로 어긋나며 궤적이 되는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은 2027년 제4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7)에서 복합문화공간 '인온(INON, 가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시를 선보인 후, 2028년 9월 인온의 공식개관과 함께 방콕 쿤스트할레와의 장기 협력 관계를 심화할 예정이다. 향후 인온을 거점으로 방콕 쿤스트할레와의 협력 전시 및 한·태 작가 교환 프로그램 운영, 해외 주요 예술기관과의 파트너십 확충 등을 추진하며 강릉을 국제적 문화예술의 허브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오는 8월 9일까지 태국 방콕의 방콕 쿤스트할레에서 이어지는 '경계에서 함께 보기'전의 관람시간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오후 2시~ 8시까지)이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