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이 23일 사우디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
- 협정은 골드스탠더드 예외와 2년 공동연구를 담았다
- 한국 협상엔 직접 영향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원자력 강국' 한국, 사우디 협정 비교 부적절
韓, '사우디 모델' 아닌 '우리 손으로 농축' 목표
'2년 공동연구' 완충장치 의도와 배경 파악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23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체결한 원자력협정은 미국이 그동안 타국과 원자력협정 체결시 확고한 원칙처럼 지켜왔던 이른바 '골드스탠더드'에 예외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번 협정이 현재 한·미 간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상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핵협정은 미국이 사우디 원전 시장에 참여하고 사우디에 원자로·핵물질·관련 기술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 연료를 위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되, 농축·재처리에는 미국 인력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큰 논란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완전히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정은 양측이 2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경제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 내에서 농축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 영토 내에서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골드스탠더드'가 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사우디 원자력협정이 한·미 간 안보 협상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우디에게 정책적 유연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에게도 협상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사우디에게 유연성을 보인 것에 대한 국내외적 반작용으로 한국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스탠더드 예외 적용
미국의 원자력 협정에서 골드스탠더드는 '협정 상대국 영토 내 농축·재처리 영구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 채택' 등 2가지 요소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추가의정서란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불시 사찰을 받아들이는 강화된 세이프가드를 말한다.
이번 미-사우디 협정에서는 '사우디 영토 내에서의 농축·재처리를 법적으로 불허한다'는 명시적 문구가 빠졌다. 비록 2년 공동연구를 거쳐 미국 기업과 인력이 운용하는 농축 시설을 허용한 것이지만 사우디 영토 내에 농축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또한 이번 협정은 사우디의 IAEA 추가의정서 가입을 의무로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간 공동연구에서 경제성과 타당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사우디는 직접 농축을 할 수 없다. 미국 기업이 사우디 영토 내에서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사우디는 '완제품 농축 우라늄'을 받아 쓰는 이른바 '블랙박스' 형식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미국이 적용해온 골드스탠더드에 예외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우디는 직접 농축을 할 수 없고, 비확산 통제권을 미국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골드스탠더드의 취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개정된 협정은 한국의 농축 필요성이 있을 경우 한·미 고위급 협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당시 한국 정부는 언론 발표에서 '농축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구조이므로 '통과할 수 있는 열쇠를 미국이 갖고 있는 길'이었다. 이번 사우디 협정 역시 미국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골드스탠더드의 예외가 적용된 것이 선례로 남아 추후 더욱 완화된 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협정이 한국에게 유리할까
핵정책의 측면에서 미국이 사우디에게 유연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이 추구하는 것은 사우디 모델이 아니다. 한국은 원전 26기를 운용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탁월한 기술을 보유한 원전 강국의 위치에 걸맞은 완전한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10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요구에 이번에 사우디에게 적용한 방식과 유사한 제안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은 핵연료 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내세워 농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한국이 해외 농축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한국 내에 미국이 운용하는 농축 시설을 건설해 농축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진짜 의도는 안정적인 핵연료 수급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농축을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이 제안은 한국에 의미가 없었다.
한국은 원자력 분야의 능력과 원전 운용 등에서 사우디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있다. 따라서 미국과 사우디의 원자력협정 내용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보인다.
한·미 원자력협력에 정통한 소식통은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적용한 것과 같은 방식을 한국에게 제안한다면 한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사우디 협정은 한·미 협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한국에게 유리한 선례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년 공동연구'의 의미
미국이 사우디와 협정에서 '2년 공동연구'를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2년 뒤'를 제시해 사우디가 중국·러시아와 손잡는 것을 막았다. 당장 사우디에 농축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사우디를 미국의 원전 공급망 체인 안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

미 의회의 반대를 염두에 둔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의 원자력협정은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당장 사우디에 농축을 허용하기 않고 안전 장치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해 의회의 반대를 무디게 만드는 방안으로 2년 공동연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우려도 감안하고 있다. 미국은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통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즉각 농축을 허용할 경우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2년 이라는 유예 기간을 통해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외교적 주고 받기를 조율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언제든지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중단시킬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2년 뒤 국제 정세나 사우디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타당성 조사 결과 상업적·기술적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협정을 철회할 수 있다.
결국 2년 공동연구는 미국이 모든 키를 쥔 채 사우디에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중·러와 밀착하는 것을 막고 미 의회와 이스라엘을 안심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
이는 미국과의 핵협정은 단순히 기술적, 상업적 타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 전략과 국제 정세, 미국 내 정치적 지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사우디 핵협정에서 한국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협정 내용이 아니라 미국이 2년 공동연구라는 완충 장치를 두게 된 배경과 의도"라며 "한·미 협상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