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평택시는 2040년까지 인구 105만 명을 목표로 반도체·도시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 평택아트센터 개관 등 문화시설 확충으로 시민의 문화수요를 담기 시작했으나 일터와 삶터가 분리된 구조는 여전했다.
- 도시는 건물과 이벤트가 아니라 예술 생태계와 문화적 연속성을 통해 사람이 머무는 생활공간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혜연 문화 기획자(문화유목민 대표)
도시는 숫자로 성장하지만 사람으로 완성된다. 평택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숫자가 커지는 도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서고, 수 십조 원의 투자가 이어지며, 도시는 105만 명을 품겠다는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평균연령을 가진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섰고, 도시의 외형은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누구도 평택의 성장세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때일수록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남는다. 그 많은 사람들은 과연 평택에 머물 것인가. 일자리를 찾아 평택으로 오는 것과, 평택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공장은 사람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힘이다. 오늘의 평택은 바로 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성장하고 있다. 다섯 번째 생산라인(P5)에는 약 3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평택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이미 40조 원을 넘어섰다. 평택시는 2040년 인구 105만 명을 목표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산업과 자본은 도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하지만 도시의 성장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과 아파트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2025년 문을 연 평택아트센터에서 시작되었다. 노후한 평택문예회관으로는 유치하기 어려웠던 대형 공연들이 새 공연장으로 옮겨오기 시작했고, 개관 공연은 높은 예매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이어진 공연들 역시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빠르게 매진되었다.
이 풍경은 의미심장하다. 평택에는 문화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은 이미 존재했다.
다만 그 열망을 담아낼 공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평택아트센터는 도시가 성장하며 가장 늦게 도착한 퍼즐이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 퍼즐을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 하나가 도시를 완성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택은 같은 시기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퇴근과 동시에 다른 도시로 향한다. '일터는 평택, 삶은 다른 도시'라는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평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도시가 겪어온 공통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택은 그 어느 도시보다 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더 많은 인재가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30조 원의 투자. 105만 명을 향한 도시계획. 매진되는 공연장. 그런데도 사람들은 퇴근 시간이 되면 도시를 떠난다. 왜일까. 나는 그 답이 시설과 생태계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은 지을 수 있다. 미술관도 세울 수 있다.
광장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예술 생태계는 지을 수 없다. 그것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이며, 사람들이 함께 쌓아 올리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차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소비문화는 사람을 지출하게 만들고, 문화예술은 사람을 머물게 만든다.
공연 한 편을 보고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경험은 훌륭한 소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기는 어렵다. 정착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이 도시에서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에 참여하고,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며, 이웃과 예술을 매개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도시는 삶의 공간이 된다. 사람은 관람객일 때보다 참여자가 될 때 도시에 애정을 갖는다. 평택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 인근 안정리 일대에서는 오래된 기지촌 공간을 문화예술 거점으로 재생하려는 사업이 추진되었고, 지역의 역사와 국제적인 특성을 문화콘텐츠와 연결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찾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과 문화가 일상이 되는 것은 더욱 다르다. 접근성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시민과 외국인,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지속적인 콘텐츠 역시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도시는 건물을 지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찾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는 생명을 얻는다.
평택시문화재단 역시 지역의 특성을 담은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지역의 이야기와 음식, 다문화적 특성을 문화콘텐츠로 풀어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충분히 의미 있다. 그러나 도시의 문화 브랜드는 개별 행사 몇 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하고, 하나의 전시가 끝나면 다시 평택을 찾게 만드는 연속성과 축적이 필요하다. 문화도시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내는 습관이다.
예술 생태계는 가장 늦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한번 뿌리를 내리면 가장 오래 도시를 지탱한다. 그래서 문화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도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한 기반이다. (2편에서 계속)
*전혜연은 여성인권·미디어아트·도시교류를 통해 예술을 사회변화의 도구로 만드는 행동하는 큐레이터다. 2014년 글렌데일 '위안부의 날 특별전'을 시작으로 소녀상 지키기 국제 연대전을 이끌었고, 2017년부터 글렌데일시 공식 행사로 승격, 8개국 100여 명 작가가 참여했다. 국내에선 《여성인권이야기: 행진》을 성북, 부산, 보은, 고성, 포항, 인천, 김포, 파주 등 지방정부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2018 평창올림픽 미디어아트 기획을 계기로 공공 미디어아트의 사회적 소통 가능성을 열었고, 수원문화축전·국립극장 등에서 지역 역사와 장소성을 담은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김포-글렌데일 교류전은 '경계'와 '자유'를 주제로 일상 공간에 공공미술을 설치했으며, 2024년에는 김포의 지역 의제를 다룬 '다양성'이란 전시로 네 지역을 아우르는 28명 작가 참여한 대규모 미디어아트전도 기획했다. 최근에는 사이버불링을 여성인권 의제로 삼아 국회 논의·전시·온라인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그는 예술이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 대안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현 국제예술생태연구협회 대표, 귀주사범대 동아시아미디어센터 책임연구원, 비영리 단체 문화유목민 대표, 전시 기획사 SR Comm 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