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교사노동조합연맹은 31일 학생부와 고교학점제의 근본적 개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교사들은 학생부가 입시용 변별 도구로 변질돼 과도한 기록 노동과 '가짜 기록'을 양산하고 평가권이 학부모 민원과 입시 압박으로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 교사노조는 대입·진학 연계 구조 재검토와 학교급별 학생부 재설계, 기록 항목·분량·방식 개선, 교사 평가권 보호 및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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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학부모 민원·입시 압박으로 사실 기록 어렵고 가짜 기록 양산"
"대입 연계 구조 재검토·장문 서술 축소·평가권 보장·교원 확충 필요"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입시용 변별 자료로 변질돼 교사의 기록 노동과 악성 민원을 키우고 있다는 현장 비판과 함께 학생부와 고교학점제 운영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을 기록하여 교육 활동을 돕겠다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오늘날 학생부는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는커녕, 교육 활동 전체를 '기록 작성 경쟁'에 가두고 교사를 '입시 서기'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노조는 "수업과 평가는 학생의 배움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학생부에 넣을 문장을 생산하는 수단이 됐고 학교 밖에서는 고가의 '학생부 컨설팅'이 판을 치며 '셀프 학생부'라는 말이 등장했다"며 "학생부는 성장을 담는 기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를 입시 경쟁에 가두는 벽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시교육청 정기감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21~2024년) 서울시 소재 239개 고등학교의 학생부 작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교원 803명이 동일한 내용을 1106건 중복 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18명의 교원은 반 전체 학생 수의 70%를 초과하는 학생들의 종합의견을 동일한 내용으로 기재했고 3명은 하루 동안 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600자 분량 종합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조는 이 같은 감사원의 서울지역 고교 교원의 학생부 중복 기재 지적과 조치 요구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운 기록을 교사에게 떠넘긴 뒤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불성실로 돌리는 것이며 학생부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례라고 주장했다.
특히 학부모 민원과 입시 압박 속에서 교사의 평가권이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송수연 교사노조 위원장은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행동을 기록하면 학부모 민원과 정정 요구가 들어오고 고등학교에서는 대입의 유불리까지 결합해 기록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진다"며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학생의 긍정적인 면만 기록하는 것을 넘어 부정적인 면조차 긍정의 언어로 포장해 '가짜 기록'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심지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기 단위 과목 이수가 시작되면서 교사들이 작성해야 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분량은 폭증했다"며 "교사 1인이 일 년 동안 소설책 2권 분량에 해당하는 문장을 써내야 하는 살인적인 '기록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학생부 작성이 교육을 밀어내는 과도한 기록 노동이 됐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 유선정 씨는 "한 학기에 평균 3개 과목, 200명 가까운 학생을 가르친다. 작년에는 한 학기에 4개 과목을 가르친 적도 있다"며 "과목 하나를 맡으면 수업 준비부터 시험 출제, 수행평가, 채점, 성적 처리, 학생부 기록까지 모두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수행평가는 한 학기에 8개 정도 진행하고 결석한 학생이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불러야 한다"며 "하루 종일 학생들을 만나지만 정작 한 명을 자세히 바라볼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학생부는 퇴근 후, 밤에, 주말에, 방학에 다시 고쳐 쓴다"고 호소했다.
최근 감사원이 서울 고교 교사들을 '복붙 교사'로 지적한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유 교사는 "같은 과목을 가르치고 같은 실험을 하고 같은 성취기준으로 평가했는데 활동을 설명하는 문장까지 모두 달라야 하냐"며 "문장이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불성실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교육적인 감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초등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수연 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초등학교의 기록은 담임교사 1인이 다수 교과에 걸쳐 평가와 기록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한 학급 25명 기준 시 담임교사 한 명이 한 학기에 생성해야 하는 평가 기록은 300건이 넘고 연간 600건에 이르는데 상시 관찰 기록인 누가기록까지 더해진다"고 말했다.
김희정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복붙 교사' 논란을 두고 "교사에게 해낼 수 없는 기록을 요구해 놓고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실패를 교사 개인의 불성실과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한국 교육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기 어렵게 하고 모든 학생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성장 서사를 쓰도록 만든 제도가 과대 포장의 진짜 책임자"라고 했다.
교사노조는 ▲현행 대입·진학 연계 구조 전면 재검토 ▲초·중·고 학교급별 교육 목적과 발달 단계에 맞춘 학생부 체계 마련 ▲교사 판단에 따라 평가하도록 기재 항목·분량·방식 전면 개선 ▲부당한 정정 요구·민원에 대한 교육청 직접 대응과 교사 평가권 보호 ▲고교학점제로 늘어난 학생부 기록 노동량 재산정과 교원 확충 등을 요구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