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기업 퇴직자 재취업은 중소기업과의 연결이 핵심이다.
- 30년 경력은 직무가 아니라 문제해결 경험으로 봐야 한다.
- 정부와 기업은 숙련 인재 연결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대기업에서 30년을 일했는데, 퇴직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중장년 구직자를 만나 상담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필자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며 질문을 거꾸로 던진다. "대기업에서 30년을 일했다면, 퇴직 이후 중소·중견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요?"
막상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한다. "과연 중소기업에서는 저 같은 사람을 원할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장년 재취업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상당수는 퇴직 이후 경력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회사에서 맡았던 직책과 조직, 직급, 명함이 사라지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경쟁력도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소·중견기업에는 대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중장년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인사제도를 만들어 본 사람,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해 본 사람, 생산라인을 직접 현장에서 관리해 본 사람,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본 사람, 해외 거래처와 협상해 본 사람, 조직의 갈등을 조정해 본 사람 등 이들은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다.
문제는 이 둘이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쪽에는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내가 중소기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중장년 퇴직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을 뽑고 싶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있다. 수요와 공급은 존재하는데 시장에서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대기업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58세의 A 씨를 만났다. 그는 생산관리와 품질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퇴직을 앞두고 재취업 교육을 받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중소기업에 가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경력을 하나씩 다시 살펴봤다. 생산관리만 한 것이 아니었다. 생산성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협력업체의 품질 문제를 해결했으며, 생산라인의 문제를 분석하고 후배 직원들을 교육했다. 해외 공장의 생산관리 체계를 구축한 경험도 있었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만약 작은 제조기업의 대표라면 이런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웃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어쩌면 이것이 대기업 퇴직자가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퇴직했다고 해서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장년 퇴직자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한 명의 부서장이었던 사람이 중소기업에서는 대표(CEO)의 경영을 곁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서 구매 담당자였던 중장년이 중소기업의 원가절감 전문가, 대기업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중장년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이나 생산성 개선을 지원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중장년은 인사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조직관리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퇴직 이후의 일은 반드시 다른 회사의 동일 직무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기업의 문제와 연결하는 능력이다.
현장에서 그동안 중장년 구직자들을 만나면서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해 왔다. 퇴직 이후 중장년이 재취업을 준비할 때 어느 회사에 들어갈 것인가만 생각하면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면 달라진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오랜 시간 축적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중장년 노동시장을 확인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대기업 퇴직자의 경력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모든 분야에 전문 인력을 두기 어렵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직무에만 특화된 사람보다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해 본 사람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대기업 퇴직자가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 규모가 달라지면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도 다르고, 보상 수준이나 업무 범위도 다르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중장년 퇴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눈높이 낮추기가 아니라 개인의 경력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30년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30년 동안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그것이 새로운 기업에서 어떤 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업 역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중장년을 채용하면서 '우리 회사의 직급 체계에 맞을까?', '연봉이 잘 맞을까?',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부분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 가운데 우리 회사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쪽에는 사람이 부족하고, 다른 한쪽에는 경험이 넘친다. 그런데 두 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 퇴직 예정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퇴직 후에도 대기업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질문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내가 30년 동안 쌓은 경험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그곳이 반드시 대기업일 필요는 없다. 50명의 직원이 있는 제조기업일 수도 있고, 성장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새로운 사업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퇴직은 직장을 잃는 사건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선택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대기업에서의 오랜 경력은 그 선택에서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제 중장년 재취업의 기준도 조금 달라졌으면 한다. "어디에서 몇 년 근무했는가?"보다는 "무엇을 해결해 왔는가?", 그리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중장년이 중소·중견기업에 가는 것을 하향 이동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것은 30년 동안 한 조직에서 축적한 경험을 또 다른 기업의 성장에 활용하는 새로운 경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연결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기업의 문제와 연결하는 경력 재설계가 필요하고, 기업에는 필요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발견할 수 있는 연결 채널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단순히 퇴직자의 취업을 돕는 제도에 머물게 하기보다, 대기업에서 축적된 숙련과 경험이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내 연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이 퇴직 이후 제2의 경력은 첫 번째 직장보다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조직에서 축적한 경험이 새로운 기업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찰청 보건복지정책심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