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 U-17 여자배구대표팀이 12일 알제리를 3-0으로 꺾고 5전 전승으로 16강에 올랐다.
- 손서연·어민서·장수인 등이 고르게 활약하며 이탈리아도 잡는 저력을 보였다.
-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다양성을 입증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여자배구의 유망주들이 세계무대에서 일을 내고 있다. 조별리그 5전 전승. 그러나 이번 돌풍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이승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여자배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칠레 로스안데스에서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여자 세계선수권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알제리를 세트스코어 3-0(25-10, 25-17, 25-18)으로 완파했다.

푸에르토리코를 시작으로 대만, 이탈리아, 도미니카공화국을 연달아 꺾었던 한국은 알제리까지 제압하며 5전 전승, 승점 15로 D조 1위를 차지했다. 첫 출전한 U-17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16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알제리전에서는 여유까지 있었다. 한국은 엔트리에 포함된 14명을 모두 투입했고 앞선 4경기에서 91점을 폭발했던 주장 손서연(선명여고)은 1세트만 뛰고 벤치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장수인(경남여고)이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13점, 어민서(한봄고)가 61.11%의 공격 성공률로 12점을 올리며 단 1시간 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한국의 5연승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상대 때문이다. 단순히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 승수를 쌓은 것이 아니다. 특히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세계랭킹 3위이자 2024년 초대 U-17 세계선수권 동메달팀 이탈리아를 3-1로 제압했다.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도 한국의 배구는 통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의 활약을 갑자기 등장한 돌풍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들이 걸어온 과정이 분명하다.
현재 U-17 대표팀의 주축은 2010년생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열린 U-16 아시아선수권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토너먼트에서는 아시아 여자배구의 강호들을 연달아 넘어섰다. 준결승에서 일본과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승리했고 결승에서도 대만을 3-2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세계선수권 출전권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손서연은 결승에서 무려 30점을 폭발시키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를 동시에 차지했고, 이서인은 베스트 세터, 이다연은 베스트 미들블로커에 선정됐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약 1년 뒤 세계무대에서 다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캡틴' 손서연이 있다. 손서연은 이번 세계선수권 조별리그 5경기에서 97점을 올렸다. 알제리전에서 1세트만 뛰고 6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음에도 도미니카공화국의 라이니 몬데시(102점)에 이어 대회 득점 2위에 자리했다. 공격 득점도 82점으로 5위다.
푸에르토리코와의 첫 경기에서는 28점을 폭발시켰고 이탈리아전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각각 23점을 책임졌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30점을 올리며 '리틀 김연경'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공격력이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손서연 혼자만의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민서는 조별리그에서 58점을 올리며 확실한 2옵션으로 자리 잡았고, 신장이 170㎝에 불과한 장수인도 52점을 기록했다. 손서연에게 상대 블로킹이 집중되면 어민서와 장수인이 반대쪽에서 공격을 해결한다. 세 명의 날개 공격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득점하면서 한국의 공격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다.

중앙에도 확실한 무기가 있다. 184㎝ 미들블로커 최민주(경해여중)는 조별리그 종료 기준 블로킹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터 이서인(선명여고)도 세트 부문 8위에 오르며 공격진을 조율하고 있다.
이승여 감독이 만들어낸 배구의 특징도 여기에서 나타난다. 과거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무대에서 확실한 공격수 한 명에게 높은 공을 집중시키는 배구를 자주 활용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이 존재했던 시절에는 그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하면 공격의 파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한계도 분명했다.
이번 U-17 대표팀은 조금 다르다. 손서연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존재하지만 모든 공격을 손서연에게 맡기지 않는다. 이서인의 토스를 중심으로 어민서와 장수인의 측면 공격, 최민주와 이다연(중앙여고)의 중앙 공격을 적극적으로 섞는다. 상대 블로커 입장에서는 손서연만 쫓아다닐 수 없는 구조다.
서브 역시 중요한 무기다. 단순히 상대 코트에 공을 넘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강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든 뒤 상대의 공격 선택지를 제한한다. 이후 블로킹과 수비로 연결하고 다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한다. 신장과 힘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한국이 스피드와 조직력,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세계의 장신 선수들을 상대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부터 이어진 경험도 힘이 됐다.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연달아 풀세트 승부를 이겨내며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을 버티는 방법을 배웠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한 세트를 내주더라도 경기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 알제리전을 제외한 앞선 4경기를 모두 3-1로 승리했다. 네 경기에서 모두 상대에게 한 세트씩 허용했지만 한 번도 승부를 뒤집히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중 흔들린 뒤 다시 흐름을 되찾는 능력은 더욱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 알제리전은 이 팀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은 손서연을 1세트만 투입했고 14명의 선수를 모두 코트에 내보냈다. 그래도 결과는 3-0이었다. 장수인과 어민서가 공격을 책임졌고 대표팀은 세 세트를 통틀어 단 45점만 허용했다. 손서연이 잘해야 이기는 팀에서 손서연이 빠져도 자신들의 배구를 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여자배구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은 연령별 여자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7년과 1981년 U-21 세계선수권(당시 U-20), 1991년 U-19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은 어느덧 35년 전의 이야기가 됐다.
성인 대표팀의 최근 상황을 생각하면 이번 세대의 등장은 더욱 눈길을 끈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과 양효진 등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대표팀을 떠난 뒤 세대교체 과정에서 세계와의 격차를 절감했다. 국제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절실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0년생 선수들은 지난해 아시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세계선수권에서도 5연승을 달리고 있다.
물론 아직 이들을 '황금세대'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U-17에서의 성공이 성인 무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선수들이 V리그와 성인 대표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체계적인 육성과 기회를 제공받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들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과 대만을 넘어 정상에 올랐고 손서연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발굴했다. 여기에 어민서와 장수인이 측면에서 힘을 보태고 최민주와 이다연이 중앙을 지키며 이서인이 공격을 조율한다. 그리고 이승여 감독은 이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특정 선수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배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시아 정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한국의 배구 소녀들은 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이 준비해온 배구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