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BYD가 상반기 비중국 시장서 현대차그룹을 제쳤다
-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서 배터리·전동화 공급망을 키웠다
- 유럽선 아이오닉3로 대응하며 국내기지 역할 재편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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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생산능력 100만대 시대...국내 생산기지 역할 재편 '과제'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올 상반기 비(非)중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전기차 시대에 맞춰 수직계열화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철강 중심이던 기존 밸류체인에 배터리·반도체·전동화 부품을 더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시장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까지 현지에서 조달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전기차 시대에는 미국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 모비스·LG엔솔·SK온, 조지아서 배터리 밸류체인 완성
현대차그룹의 기존 수직계열화는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고, 현대모비스 등 부품 계열사가 핵심 부품을 맡는 방식이다. 전기차 시대에는 여기에 배터리와 전력전자, 전동화 부품이 추가됐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 시스템과 구동모터·인버터 등 전동화 부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현대제철도 자동차용 강판을 넘어 전기차 관련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의 수직계열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76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이달부터 2교대 생산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9월 정식 전환을 앞두고 인력 배치와 생산공정, 물류 흐름을 점검하는 단계다. HMGMA는 연산 30만대 규모로 가동을 시작해 향후 20만대를 증설, 최대 5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HMGMA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배터리 시스템과 부품 모듈을 생산해 공급 중이다. 인근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HL-GA 배터리)도 준공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완공이 지연됐지만, 최근 내부 공사를 끝내고 연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조지아주에서는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합작공장(HSBMA)이 지난 6월 먼저 양산에 들어가 HMGMA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했다. 완성차 공장을 중심으로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 공급망을 함께 구축한 셈이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배터리 합작공장은 연간 약 30GWh 규모로 전기차 약 30만대분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다. SK온과 세운 합작공장도 연간 35GWh 규모로 비슷한 물량을 소화한다. HL-GA 배터리 공장까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배터리 셀 생산부터 팩 조립, 전기차 생산까지 이어지는 현지 밸류체인이 미국에서 완성된다.
배터리 합작 투자까지 포함한 조지아 누적 투자액은 126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 공장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능력도 100만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수요가 둔화하면서 HMGMA가 하이브리드까지 생산하는 혼류 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라는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전기차만을 위한 공장이 아니라 미국 시장의 전동화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거점을 만든 것이다.

◆ 아이오닉3 튀르키예서 양산, 유럽 소형 전기차 승부수
현대차그룹의 해외 전략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대응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를 유럽 시장에 투입하고, 내년부터 연간 4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오닉3는 이달 중순부터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을 직접 찾아 아이오닉3 생산라인과 배터리 시스템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공장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양산 초기부터 품질을 최우선에 두고 고객 기대를 넘어서는 완성도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장 경영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량은 990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37만대를 판매해 25.3% 늘었다. 시장 평균 성장률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3.1%에서 3.7%로 상승하며 8위에 올랐다.
문제는 비중국 시장이다. BYD가 자국 시장에서 쌓은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전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비중국 전기차 인도량은 459만8000대로 전년 대비 30.3% 늘었는데, BYD는 이 시장에서 49만7000대를 팔아 81.4% 급증하며 3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37만대로 25.9% 늘었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에 못 미쳐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그룹도 이에 대응해 전기차 핵심 부품의 내재화와 현지 생산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구축했던 기존 수직계열화만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생산 100만대 시대, 국내 생산기지는 '숙제'
현대차그룹의 과제는 '수직계열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핵심 경쟁력을 어디서 확보하고, 국내와 해외 생산기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철강과 부품을 국내에서 틀어쥐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전기차 시대는 다르다. 배터리·전동화 부품의 현지 조달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한 권역에서 묶어내는 쪽이 경쟁력을 쥔다. 상황을 뒤집어 보면, 이 같은 해외 현지화가 확대될수록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생산의 한계는 높은 인건비라는 지적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토요타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50%를 일본 내에서 생산하려 했지만, 높은 인건비 때문에 이를 접었다"며 "현대차그룹도 지금의 높은 인건비 구조에서는 국내 생산의 장점이 사실상 없다. 중대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가속하고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생산 구조를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공급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기지를 연구개발과 첨단 전동화 부품, 차세대 생산기술의 중심으로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단순히 국내 생산물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대로 해외 생산 확대에만 집중하면 국내 제조 경쟁력과 공급망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수직계열화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과 함께, 한국을 어떤 역할의 생산기지로 남길 것인지가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가격과 기술을 넘어 생산 효율과 공급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국내와 해외 생산기지의 역할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