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빌 게이츠가 14일 서울서 회동했다.
- HD현대는 테라파워 SMR 제조 파트너 확대를 논의했다.
- 투자에서 원자로 기자재 공급으로 협력 범위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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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ITER로 쌓은 초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가 14일 서울에서 회동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약 7개월 만의 재회다. HD현대가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서 투자자를 넘어, 원자로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제조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 회장과 게이츠 창업자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양측은 지난해 3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 협약을 맺은 뒤 같은 해 8월 서울, 올해 1월 다보스에서 연이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는 크리스 레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도 참석해 기술 협력과 미국 SMR 시장 선점 방안을 논의했다.
◆ 3000만달러 투자에서 원자로 제작으로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2022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이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투자 협력에 머물던 양사의 관계는 차세대 원전 기자재 제작과 공급망 구축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12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추진하는 345㎿급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갈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하고 있다.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노심과 냉각재를 담는 핵심 설비다.
지난 5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 기본합의서(FA)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나트륨 원자로의 주기기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테라파워가 향후 나트륨 원자로의 반복 생산에 나설 경우 HD현대가 제조 공급망의 한 축을 맡을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차세대 원전 모델이다. 상업화의 관건은 설계 검증뿐 아니라, 원자로 용기와 RES 등 핵심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제작·공급할 공급망을 갖추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선소 제작 역량, SMR 공급망으로
HD현대의 전략은 원전 설계사 보다 '만들 수 있는 기업'의 위상 설정으로 관측된다. 대형 원자로 기자재 제작에는 고난도 용접과 품질보증, 대형 구조물 제작, 모듈화, 정밀 공정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초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제작해 온 조선업의 생산 인프라와 제조 경험이 원전 기자재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SMR 시장은 설계 검증 뒤 다수 호기 생산 단계로 진입할수록 제조 역량의 중요도가 커진다. 표준화한 모듈을 반복 생산하려면 대형 제작 인프라와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 납기 대응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HD현대가 향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HD현대는 테라파워 사업 참여를 통해 미국 원전 공급망에 진입하는 동시에 원자력 추진선과 해양 원전 등 미래 원전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직접 SMR과 원자력 추진선 구상을 챙기는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원전 제조사'로 넓히는 HD현대...차세대 원전 전략적 가치 커져
HD현대의 차세대 에너지 전략은 SMR에만 머물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 관련 대형 진공용기 제작에 참여하며 고난도 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을 쌓아왔다. ITER 진공용기는 총 9개 섹터로 구성되며, 한국이 4개, 유럽이 5개를 제작했다. 한국 측 4개 섹터의 제작사는 HD현대중공업이다.
SMR과 핵융합 모두 아직 대규모 상업화가 본격화한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산업 전력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 확보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차세대 원전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이번 회동은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이 투자와 단일 기자재 공급을 넘어 상업용 원자로 제조 공급망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RES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후속 물량이나 본계약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테라파워의 미국 나트륨 원자로 사업이 실제 상업화와 반복 발주로 이어질 때, HD현대가 글로벌 원전 제조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