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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동자, 소프트웨어로 진화중…SDV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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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DV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 했다
  • 내연기관차도 OTA 등 소프트웨어가 바꿨다
  • 노키아·코닥처럼 전환 못하면 도태된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 "자동차는 구동 아니라, 기능과 가치를 SW가 정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는 언제쯤 현실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에는 SDV가 자율주행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기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업으로 삼고, SDV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일해 온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대 그 전제부터 틀렸다. SDV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우리 세상에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들어오고 있다.

SDV의 화려한 미래상은 이미 충분히 소개되어 있다. 스스로 운전하는 차, 움직이는 거실, 대화하는 AI 비서 같은 비전은 여러 기업의 발표와 전시장에서 매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런 미래의 청사진 대신, 지금 도로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그것이 산업에 던지는 냉정한 질문을 이야기하려 한다. SDV를 제대로 이해하는 출발점은 화려한 데모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의 실체를 직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르세우스 서상범 대표.

◆전기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흔한 오해 하나가 SDV를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SDV의 본질은 구동 방식이 아니라 "차량의 기능과 가치를 소프트웨어가 정의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금 판매되는 내연기관차에 이미 깊숙이 적용되어 있다.

오늘날 내연기관차의 엔진 출력과 연비, 배출가스 특성은 기계 세팅이 아니라 엔진제어장치(ECU)의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같은 엔진이라도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차가 된다. 차선유지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자동긴급제동 같은 운전자보조 기능은 센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소프트웨어가 순수하게 만들어내는 가치다.

무선 업데이트(OTA)는 이미 여러 브랜드의 현실이다. 테슬라가 십여 년 전부터 주행 성능과 기능을 무선으로 개선하며 길을 열었고, 이제는 현대차그룹,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차에까지 OTA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리콜을 위해 정비소에 가는 대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가 해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내비게이션의 진화는 이 변화를 가장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도를 갱신하려면 서비스센터를 찾거나 메모리카드를 꽂아야 했다. 지금은 차가 스스로 최신 지도를 내려받고, 실시간 교통 정보와 연결되어 매일 더 정확해지며, 목적지 추천과 음성 인식까지 소프트웨어가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 운전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차는 이미 소프트웨어로 성장하는 기기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소프트웨어가 상당 부분을 정의하는 차를 타고 있다.

◆기계에서 전장으로, 전장에서 소프트웨어로

이 흐름을 길게 놓고 보면 자동차는 세 단계로 진화해 왔다.

첫 단계는 기계의 시대였다. 자동차의 가치는 엔진, 변속기, 섀시 같은 기계공학의 완성도로 결정됐고, 좋은 차란 곧 잘 만든 기계였다. 제조사의 경쟁력은 정밀 가공과 내구 품질에서 나왔다.

두 번째 단계는 전자장치, 이른바 전장의 시대다. 전자식 연료분사를 시작으로 ABS, 에어백, 전자식 변속 제어가 차례로 들어오면서 기계를 전자가 제어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차 한 대에 수십에서 백 개가 넘는 ECU가 탑재되고, 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져 온 것은 이 시대가 축적한 결과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 소프트웨어의 시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흩어져 있던 전자장치들이 소수의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며, 차량의 기능이 출고 이후에도 계속 진화하는 단계다. 중요한 것은 이 세 단계가 단절적 혁명이 아니라 연속적 진화라는 점이다. 전장의 시대가 기계를 버리지 않았듯, 소프트웨어의 시대도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의 ECU에서 시작된 흐름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한 겹씩 쌓이며 SDV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필름이 이미 보여준 길, 그리고 사라진 이름들

이 진화의 경로는 낯설지 않다. 휴대전화가 정확히 같은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처음의 휴대전화는 통화라는 단일 기능을 위한 하드웨어였다. 이후 카메라, MP3, 전자수첩 같은 전자 기능이 하나씩 더해졌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하드웨어는 플랫폼이 되고, 기기의 가치는 운영체제와 앱, 즉 소프트웨어가 정의하게 됐다. 우리는 더 이상 전화기를 통화 품질로 고르지 않는다.

이 전환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세계 시장의 40퍼센트를 쥐고 있던 절대 강자 노키아가 불과 몇 년 만에 무너졌다. 기업용 시장을 장악했던 블랙베리도, 한 시대를 풍미한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도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몰락한 것은 하드웨어 경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통화 품질도, 내구성도, 제조 역량도 여전히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기기의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잘 만든 기계라는 자부심이 오히려 전환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 것이다. 더 뼈아픈 사실은, 이들이 변화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키아는 애플보다 먼저 터치스크린 스마트폰과 유사한 PDA폰을 연구했다. 알고도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지 못한 것, 그것이 진짜 패인이었다.

코닥의 이야기는 이 비극의 원형이다. 세계 필름 시장을 지배하던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자사 연구소에서 만들어냈다. 그러나 디지털이 필름 사업을 잠식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기술을 서랍 속에 묻어두었고, 결국 자신이 발명한 기술에 의해 무너져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처지가 됐다. 미래를 가장 먼저 손에 쥐고도, 현재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그 미래를 외면한 것이다. 노키아와 코닥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공한 현재와 결별할 용기가 없어서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이 패턴은 산업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바꿔 반복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지금 마주한 상황이 정확히 이것이다. 차량이라는 하드웨어는 플랫폼이 되고, 그 위에서 어떤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브랜드의 경쟁력이 된다. 출고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인 차, 쓸수록 좋아지는 차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시장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그렇다면 이 변화는 소비자와 시장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스마트폰이 그랬듯, SDV 역시 어느 날 완성형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스며들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는 무선 업데이트의 일상화가 먼저 온다. 지금은 일부 브랜드의 차별화 기능으로 여겨지는 OTA가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당연한 기본기가 된다. 소비자는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고도 주행 보조 기능이 개선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경험을 표준으로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차는 마치 앱을 설치할 수 없는 휴대전화처럼 낡은 물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수익 모델의 전환이다. 차를 파는 순간 거래가 끝나던 산업이,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기능과 서비스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바뀐다. 구독형 기능,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손익계산서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미 장착된 하드웨어에 요금을 물리는 방식에 소비자들이 반발했던 사례가 보여주듯, 가치가 분명한 소프트웨어만이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품질과 진화 속도 그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

더 멀리 보면 경쟁의 축은 개별 기능에서 생태계로 이동한다. 차량이 하나의 컴퓨팅 플랫폼이 되면, 그 위에서 누가 더 풍부한 개발 도구와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스마트폰 시장이 결국 두 개의 운영체제 생태계로 재편되었던 역사가 자동차에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생태계 경쟁의 특징은, 한번 판이 굳어지면 후발주자에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SDV 전환의 한가운데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로서, 나는 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이것은 과장된 위기론이 아니라 이 산업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실감이다. 그리고 이는 완성차 업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품사도, 소프트웨어 기업도, 심지어 지금 SDV를 만들고 있는 기업조차 예외가 아니다. 판이 바뀌는 시기에는 어제의 강자라는 사실이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노키아의 사례가 이미 증명했다.

변화는 산업의 지형도도 다시 그리고 있다. 기계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사에게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새로운 진입 조건이 되고, 반대로 자동차를 만들어 본 적 없는 IT 기업과 반도체 기업들이 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들어오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사,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경쟁과 협력이 뒤섞인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런 시기에 필요한 것은 기존의 지위를 지키려는 방어가 아니라, 바뀐 판 위에서 자기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공격적인 전환이다.

물론 완전한 SDV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십 년간 기계 중심으로 짜인 조직과 개발 문화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는 일, 기능안전과 사이버보안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일,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모두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화려한 비전과 실제 양산 사이의 간극도 여전히 크다. 그러나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과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되돌릴 수 없다. 현실적으로 본다는 것은 변화를 축소해서 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화려한 미래에 취해 있을 시간에, 이미 시작된 변화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SDV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할 미래의 발명품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제어에서 시작해 전장의 시대를 거쳐 오늘의 OTA까지 이어져 온, 이미 진행 중인 진화의 이름이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SDV는 언제 오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이 흐름에 올라탔는가"라고.

우리는 지금 이 전환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야만 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다. 노키아와 코닥이 그랬듯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인지. 그 선택이 갈리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는 2007년 세계 최초 ARM 오픈소스 하이퍼바이저 'Secure Xen ARM'을 개발한 차량용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2016년 페르세우스를 설립해 SDV 전환에 필요한 하이퍼바이저·보안·고속 부팅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으며, 2025년에는 독일 Fraunhofer IESE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페르세우스는 CPU·MCU 하이퍼바이저 모두에서 세계 최초로 ISO 26262 ASIL-D 인증을 획득했으며, 글로벌 완성차·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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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성과급 400%+1270만원' 잠정합의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가 장기간 이어진 교섭과 파업 끝에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공동 대응하고, 2028년까지 기술직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상견례를 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사는 25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16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종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했다.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올해 교섭은 7월 이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장기간 진통을 겪었다. 파업에 따른 차량 생산 차질과 직원 임금 손실이 발생했고, 부품 협력사의 경영 부담도 커졌다. 노사는 추가 피해를 막고 하반기 생산과 신차 출시 일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파업 여파를 조속히 수습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는 임금과 근로조건뿐 아니라 미래 산업 전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노조와 투명하게 공유하고, 노사는 미래 산업 전환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변화 대응력과 생산성,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한다. 기술직 신규 채용도 진행한다. 노사는 2027년 하반기 핵심 직무를 중심으로 기술직 200명을 채용하고, 2028년에는 300명을 추가로 뽑기로 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재편에 따라 기존 1공장과 42라인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규모 인력 배치 전환이 예정돼 있지만, 노사는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임금과 성과급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경영성과금 400%+1270만원, 현대차 주식 15주, 해시포인트 50만원 지급 등으로 구성됐다. 기본급 인상분에는 호봉승급분이 포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간의 교섭 진통과 파업으로 주주와 고객, 부품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하반기 생산과 신차 출시에 총력을 다해 고객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2026-08-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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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희소성 쇼크 몰려온다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조달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부채 폭식이 초래할 금융 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저축 과잉(Saving Glut)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자본 희소성(Capital Scarcity)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월가의 공룡 투자은행(IB)은 기업부터 정부까지 자금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돈줄이 말라 들어가면서 기간 프리미엄의 구조적 상승과 채권 자경단의 빈번한 출몰이 뉴 노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중국의 과잉 저축과 IT 대기업의 자금력, 여기에 일본의 초저금리가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을 흡수하면서 금리를 누르고 자산시장의 버블을 부추겼던 패턴이 깨졌다는 얘기다. 무위험 자산으로 통했던 미국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자본 효율성이 낮은 기업이나 부채 규모가 큰 정부가 시장의 냉정한 심판에 직면하게 됐고, 저금리를 지렛대 삼은 자산 버블을 뒤로 하고 높은 레벨의 자본 비용을 전제로 한 새로운 투자 방정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월가 구루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레버리지 청산과 미 국채 금리 급등, 호르무즈 해협 분쟁 등 2026년 여름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든 세 가지 변수가 일회성 악재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여년간 지속된 과잉 저축 시대가 끝나고 자본 희소성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경고음이라는 얘기다. AI 레버리지 투자로 고수익률을 올렸던 헤지펀드가 7월 반도체 지수 폭락으로 160억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시타델(Citadel)에 전량 매각한 사실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차례 금리 인하에도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7%까지 뛴 점, 그리고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미국 전략석유비축(SPR) 규모가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년간 저금리를 떠받쳤던 대전제가 무너진 데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저축 과잉 시대 종료와 자본 희소성 시대 개막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해외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이 34% 선에서 2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자금 공급의 축소를 의미하고, 연간 8000억달러 이상 AI 인프라 구축과 리쇼어링, 각국 방위비 증액, 여기에 국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수요까지 자금 수요는 폭발적이다. 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자본의 가격에 해당하는 실질 금리, 즉 기간 프리미엄이 구조적인 상승세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과 국채시장, 원유시장의 유동성이 동시에 막히는 이른바 '유동성 트리플 킬(Liquidity Triple-Kill)로 인해 변동성 상승이 일상화되는 '고변동성 사이클(High Volatility Cycle)에 진입했다고 보고서는 판단한다. 골드만 삭스가 제시한 '유동성 트리플 킬'은 주식과 채권, 원유를 포함한 실물 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한 시점에 동시에 막히면서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유동성 경색을 의미한다. 실제로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AI 테마에 베팅했던 헤지펀드가 지수 폭락으로 담보 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무차별 매도를 강행, 주가 하락과 강제 청산, 추가 급락의 악순환을 일으켰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연간 1조달러를 웃도는 이자 비용과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달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지만 해외 중앙은행과 연기금의 매수는 위축되는 실정이다. 미 재무부가 시장에서 막대한 현금을 흡수하면서 빅테크를 포함한 기업들 자금줄이 바닥을 드러냈고,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역주행이 벌어졌다. 설상가상, 호르무즈 해협 차단으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던 미국 전략비축유가 4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유가 변동성을 완충해 줄 실물 유동성 버퍼도 거의 소멸했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 아래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연준의 손을 벗어난 문제라고 주장한다. 원유시장만 보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회성 충격에서 지속적인 할인 요인으로 전환했고, 원유 변동성지수(OVX)와 뉴욕증시의 공포지수(VIX) 간의 거대한 격차가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2026년 여름을 기점으로 금융시장이 마침내 자본 희소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했고, AI 레버리지 청산과 미 국채 금리 급등, 호르무즈 분쟁이라는 세 가지 힘은 거대한 서사의 세 가지 단면일 뿐 이면에 깔린 구조적 동인들은 이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한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 저금리와 저물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고금리 고착화와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 양극화, 채권 자경단의 지배력 강화, 자산시장 변동성의 일상화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등장했다는 것. 월가의 황제로 통하는 제이미 다이먼 JP 모간 최고경영자(CEO)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 5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월가가 과잉 저축의 시대를 뒤로 하고 자본 희소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 저축 부족과 대출 수요 폭발로 시장 금리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국채 발행과 이자 부담,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에 들어가는 거대한 인프라 자금, AI 및 국방비 지출 급증 등 세 가지를 '자금 폭식'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7%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물 수익률도 상승 흐름을 지속, 시장이 정부의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는 가운데 다이먼은 기업 신용 시장에 닥칠 '이중 고통'을 경고했다. 국채시장 뿐 아니라 회사채와 신용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모든 회사채의 이자율 벤치마크가 올랐고, 기업 부도 위험 재평가로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기업들이 만기 연장에 나서면서 과거보다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신용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누적, 차환 대란이 터질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 밖에 월가의 여러 전문가들도 흡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씨티그룹의 매크로 전략가 짐 맥코믹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30년물 수익률의 핵심 목표치로 5.5%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6%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채 장기 약세장이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차환 압박이 누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고착되면서 채권과 신용시장이 앞으로 보다 가혹한 시험대를 직면하게 될 가능성에 월가는 무게를 둔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종료되고 자본 희소성과 고금리가 정착되는 새로운 국면에서는 과거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주가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AI 레버리지 청산에서 보듯 악재가 터지거나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때 시장을 받쳐줄 '무제한 자금'이 실종됐고, 증시 전반의 변동성 상승과 재무 건전성에 따른 기업들의 극단적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대와 소문에 기대 오르는 주식보다 잉여현금흐름(FCF)과 실적이 우량한 종목으로 투자 영역을 좁히고, 인컴 및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shhwang@newspim.com 2026-08-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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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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