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농진청이 25일 설원·슈퍼골드·그린시스 녹색배 생산단지 확대에 나섰다
- 신고 편중과 명절용 소비 구조를 바꿔 일상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 기후변화 대응 품종도 함께 육성해 농가 경쟁력과 시장 안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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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슈퍼골드·그린시스 보급 확대 추진
맛·크기 다양화해 소비 감소 돌파구 모색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명절 선물용 큰 배와 '신고' 품종에 편중된 국내 배 시장이 변화를 모색한다. 핵가족화와 소비 편의성 중시 등 과일 소비 흐름이 달라지면서 정부는 크기와 맛, 수확 시기가 다양한 녹색배 보급을 늘려 평상시 배 소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은 '설원'과 '슈퍼골드', '그린시스' 등 국내 육성 녹색배 품종의 생산단지를 확대해 국산 배의 일상 소비 기반을 넓힐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 14Brix '설원'부터 새콤달콤 '슈퍼골드'까지
현재 국내 배 시장은 일본에서 육성돼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온 신고에 크게 편중돼 있다. 신고 재배면적 비중은 1980년대 35% 수준에서 1990년대 후반 70%까지 높아진 뒤 2025년에는 85.4%에 달했다.
이는 1990년대 지베렐린 처리 기술이 개발되면서 신고의 수확 시기를 약 1주일 앞당기고, 과실 크기와 수확량을 늘릴 수 있게 된 영향이 컸다. 이후 저장기술과 재배·유통 체계까지 신고 중심으로 구축되면서 품종 편중이 심화했다.
문제는 소비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절 선물용 과일 중심에서 평소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다양한 맛, 용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흐름이 바뀌고 있다.
신고 중심의 생산 구조는 추석이 이른 해에는 명절 수요에 맞추기 위해 충분히 익지 않은 배를 출하하는 문제도 낳았다. 유통시장 역시 맛보다 크기와 외관 중심으로 가격을 매기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단일 품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신고는 꽃가루가 없고 개화기가 빨라 봄철 저온 피해에 취약한 데다 최근에는 9월 고온에 따른 과실 장해 발생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농진청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녹색배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갈색배와 외관부터 달라 소비자가 새로운 품종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품종별 맛과 식감도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대표 품종인 설원은 9월 초 수확하는 조생종이다. 평균 무게가 600그램(g)이고 당도는 14브릭스(Brix)이상으로 신고보다 약 2Brix 높다. 과육이 달고 아삭하며 자른 뒤 갈변이 적어 조각 과일로 판매하기에도 적합하다.
저장성과 균일성도 강점이다. 설원은 상온에서 약 30일 저장할 수 있고, 연차에 따른 변동 없이 14Brix 안팎의 당도를 유지한다. 개화기도 신고보다 약 1주일 늦어 저온 피해를 피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슈퍼골드는 평균 무게 570g, 당도 13.6Brix 수준의 조생종이다. 단맛과 함께 은은한 산미가 있어 기존 배와 다른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유통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종합만족도 5점 만점에 4.25점을 기록했다. 특히 과즙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중도매인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꽃가루가 풍부하고 신고와 개화기가 비슷해 수분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린시스는 국내 최초의 동양배·서양배 교잡 품종이다. 평균 무게는 460g, 당도는 12.3Brix로 9월 중순 수확한다. 녹색 껍질과 아삭한 식감, 풍부한 과즙이 특징이다.
특히 검은별무늬병에 강해 농가의 방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저장성도 좋아 저온 저장한 물량을 이듬해 6월까지 유통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9월 중앙청과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식 평가에서도 녹색배는 당도와 식감, 저장성 측면에서 대량 유통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미엄 선물용뿐 아니라 연중 소비 확대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 대표 녹색배 3품종 재배면적 80㏊…물량 확보 과제
농진청이 시·군 농업기술센터 협조를 받아 집계한 지난해 기준 자료에 따르면, 아직 녹색배 생산 기반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재배면적은 설원 10헥타르(㏊), 슈퍼골드 27㏊, 그린시스 43㏊로 세 품종을 모두 합쳐도 80㏊ 수준이다.
농진청은 개별 농가 단위 생산으로는 대량 유통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방정부와 전문 유통조직이 참여하는 생산단지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설원은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을 늘린다. 울산은 2029년까지 10㏊, 나주는 2030년까지 30㏊ 규모의 생산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나주는 이미 품종 다변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나주시 전체 배 재배면적 1642㏊ 가운데 국내 육성 신품종은 425㏊로 25.8%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의 약 1.8배 수준이다.
다만 과수 특성상 품종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원 갱신 주기가 통상 20~30년에 달하고 배는 주 품종으로 자리 잡으면 50년 이상 재배할 수 있다. 품종을 바꾼 뒤 3년 이상 수확과 소득이 없는 기간이 발생한다는 점도 농가에는 부담이다.

농진청은 앞으로 개화기가 늦은 품종과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자가결실성 품종, 화상병·검은별무늬병 저항성 품종 등 기후변화와 병해충에 대응할 수 있는 배 품종도 육성할 방침이다. 당도와 식감, 저장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단지 조성과 유통·소비 홍보를 연계해 신품종의 시장 안착을 지원한다.
설원과 슈퍼골드를 재배하는 김지현 나주 해오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신고를 오랫동안 재배해 왔지만, 소비자에게 다양한 맛의 배를 선보이고 싶어 품종 갱신을 결심했다"며 "녹색배는 품종마다 맛이 뚜렷해 초록색을 낯설어하던 소비자들도 한번 맛본 뒤에는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아 품종을 바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윤수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은 "배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명절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평소에도 맛있는 국산 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농진청은 녹색배 품종 특성에 맞는 생산·유통 기반을 마련해 농가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수요에도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