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방부 군위탁 의대제도가 의대 우회입학 논란에 휩싸였다.
- 군위탁생은 시험 없이 의대에 들어가 복무연수도 인정받았다.
- 반면 민간출신은 자비 부담에도 경력·급여서 불이익을 받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사관학교 지원자 3년새 3배… 서울대 선발자 전원 육사
의대 4년이 '군 경력' 100% 인정… 사비 의사와 격차 극심
혜택 다 받고 의무는 회피… 반복되는 '먹튀 논란'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1900년대 초, 대한제국 정부는 국비를 들여 두 청년을 일본으로 유학 보냈다. 서양 의학을 배우고 오라는 명이었다. 한 사람은 김익남(金益南)이었다. 그는 졸업하자마자 귀국해 대한제국 최초의 군의관이 됐고, 관립 의학교 교관으로 4년간 32명의 근대 의사를 길러냈으며, 훗날 독립운동에까지 몸을 던졌다.
다른 한 사람은 안상호(安商浩)였다. 그는 의학교 교관으로 임명되고도 귀국을 거부해 석 달 만에 해임됐고, 이후 조선총독부 산하 친일 단체의 평의원을 지내며 개인의 영달을 택했다. 같은 국비 혜택을 받은 두 사람의 선택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최근 한 인기 배우가 방송에서 "4대째 의사 가문"이라며 집안을 자랑하다 자신의 증조부가 바로 이 안상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친일 논란에 휩싸인 일도, 100여 년 전 이 갈림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새삼 보여준다.
1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방부는 또 하나의 '관비유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여 '군위탁 의대 제도'다. 그리고 이 제도를 둘러싼 오늘의 풍경은, 안타깝게도 안상호 쪽에 훨씬 가깝다.

◆시험 없이 의대에 간다 = 군위탁 제도의 골자는 단순하다. 육·해·공군사관학교와 사관학교 출신, ROTC, 국군간호사관학교 출신 장교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민간 의과대학에 위탁 교육을 보내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일정 기간(통상 10년) 군의관으로 복무시키는 제도다.
문제는 그 '선발' 방식에 있다. 일반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별도의 의대 편입 전형이, 군위탁생에게는 없다. 영어성적 10점, 학부성적 30점, 면접 30점, 지휘관 추천 5점, 심의 15점, 근무평정 5점, 체력 5점. 이 배점표가 이들이 서울대 의대, 연세대 의대 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관문이다. 현재 국방부와 위탁 협약을 맺고 군위탁생을 받는 대학은 이 두 곳뿐이다.
참고로 일반 수험생이 의대에 가는 경로는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의대는 2015학년도를 전후해 학부 6년제로 되돌아가 수능 정시나 학생부 수시로 신입생을 뽑는다. 한때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대졸자만 응시할 수 있던 의학교육입문검사(MEET)는 2017학년도부터 치의학 시험과 통합돼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DEET)'가 됐지만, 현재 이 시험으로 대졸 신입생을 받는 의학전문대학원은 차의과학대학교 한 곳만 남아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줄었다.
군위탁생이 거치는 '면접 편입'은 이런 일반적인 의대 입시 경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별도의 특별 전형인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학원가에서마저 군위탁을 "의대 쉽게 가는 루트"로 소개하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아쉬운 의대 낙방(1~2점 차)"에서 시작해 "사관학교 입학·편입", "국방부 의대 위탁교육 선발", "소위 임관을 거쳐 서울대·연세대 의대 진학"에 이르는 경로가, 입시계에서는 이미 하나의 정형화된 '루트'로 통용되고 있다.
국방부와 각 대학 입학처 자료를 종합하면, 사관학교 출신 군위탁 지원자는 2023학년도 29명에서 2025학년도 79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서울대 의대 선발자 3명은 전원이 육사 출신이었다. 연세대 의대 선발자 11명 중 8명도 육사·해사·공사·간호사관학교 출신이었다. 한 민간 출신 군의관은 "국비로 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정작 시장에서는 '의대 우회 입학 코스'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사관, 그리고 미국의 경우 = 흥미로운 것은 같은 국방부 안에서도 병과에 따라 원칙이 다르다는 점이다. 법무사관의 경우, 사관학교 출신이 위탁으로 로스쿨을 가더라도 반드시 로스쿨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졸업 후에는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해야 법무장교가 될 수 있다. 군법무관 임용시험이 2006년, 사법시험이 2017년 각각 폐지된 뒤로는 이 경로가 유일하다.
여기에 더해 민간 로스쿨을 자비로 졸업하고 입대한 법무장교와, 위탁으로 로스쿨을 다닌 법무장교 사이의 학업 기간 차이를, 임용 계급과 호봉 산정 시 서로 맞춰주는 '보정 장치'까지 마련돼 있다. 정확한 산정 방식은 세부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골자는 위탁으로 다닌 기간과 자비로 마친 기간의 차이만큼 초임 계급이나 호봉에서 상호 조정해준다는 것이다. 군의관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미군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미군 군의관 양성 경로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국방부가 직접 운영하는 군의과대학(USUHS)으로, 여기 입학하려면 일반 의대와 똑같이 의대입학자격시험(MCAT)을 포함한 정규 입시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합격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한다.
다른 하나는 민간 의대 재학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금 제도(HPSP)인데, 이 경우도 먼저 일반 전형으로 민간 의대에 합격한 뒤에야 지원 자격이 생긴다. 즉, 어느 경로든 정규 입시를 우회할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의대에 들어가는 한국의 군위탁 제도는, 동맹군인 미군의 기준으로 보아도 이례적이다.

◆의대 4년이 통째로 '군 경력'이 된다 =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다음이다. 군위탁생은 의대에 다니는 4년 동안 학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동시에 현역 장교 신분을 유지하며 매달 장교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이 4년이라는 시간이, 실제로 부대에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 연수로 100% 인정된다.
반면, 민간에서 자기 돈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가 된 뒤 스스로 군의관을 자원한 사람은 사정이 정반대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전액 사비로 충당하고, 인턴·레지던트 과정까지 마친 뒤에야 비로소 군문에 들어선다.
의대 등록금만 따져도 국립대 기준 6년에 약 5000만~5500만 원, 사립대 기준으로는 6000만~9000만 원 이상이 든다. 여기에 6년치 생활비와 실습비까지 더하면 총부담이 1억 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계산이다. 이렇게 순전히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의사가 된 사람의 의과대학 4년은, 군 경력으로 단 하루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실제 제보 사례를 보면, 민간출신 장기군의관이 의과대학 4학년이던 해에 이제 막 의대 1학년에 입학한 군위탁생이 있었다. 먼저 의사가 된 것도, 먼저 전문의가 된 것도 민간출신 쪽이었다. 그러나 군에서는 상황이 뒤집힌다. 의대 재학 기간이 고스란히 복무연수로 쌓인 군위탁생은 전문의 취득과 동시에 소령으로 진급하는 반면, 같은 시점의 민간출신은 대위 계급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다.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진급 제도의 구조에 있다. 군은 각 계급마다 '이 계급을 최소 몇 년은 채워야 다음 계급 진급 대상이 된다'는 '최소복무기간'을 두고 있다. 군위탁생은 의대 재학 4년이 이미 대위 복무연수로 산입돼 있어, 전문의를 취득하는 시점에 이미 대위 최소복무기간을 다 채운 상태로 소령 진급 대상에 오른다.
반면, 민간출신은 전문의를 취득한 바로 그 시점부터 대위 복무연수 카운트가 시작된다. 즉 출발선 자체가 몇 년씩 뒤에서 시작되는 구조다. 이 격차는 소령·중령·대령으로 올라갈수록 그대로, 혹은 더 벌어진 채로 이어진다. 급여도 다르다. 동일한 전문의 연차, 동일한 계급,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월 100만 원 넘게 차이가 나는 사례가 실제로 확인된다. 한 민간출신 장기군의관은 "내가 의대 4학년일 때 1학년이던 군위탁생은 어느날 내 상급자가 돼 있었다"고 허탈해 했다.
◆혜택이 끝나는 순간, 의무도 끝난다 =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막대한 재정을 들여 양성한 인력이, 정작 의무복무 단계에 이르러 이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먹튀 논란'이다.
학비와 재학 중 장교 급여, 수련 기간의 인건비까지 합산하면 전문의 군의관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약 10억 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이렇게 양성된 인력 상당수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군을 떠난다는 보도가 이어져 왔다.
현역복무부적합심의(현부심)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조기 전역을 위한 우회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 국비 지원으로 양성된 인력이 총상·화상 등 군진의학(전상자 치료 등 군 특유의 진료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 아닌 피부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 등 개원에 유리한 인기 진료과로 쏠린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의무복무를 마치지 못한 인원에 대한 교육비 환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물론 모든 조기 전역이 '제도 악용'은 아니다. 실제 질병으로 복무가 불가능해진 이들을 싸잡아 의심할 수는 없다. 정신질환은 실재하는 병이고, 군 복무 환경에서 악화됐다가 이후 회복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엄정한 구분이 필요하다. 실제 질환으로 복무를 마치지 못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허점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는 갈라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부심과 음주운전, 전역으로 가는 '두 개의 문' = 그런데 군 안팎에서는 특정한 유형의 패턴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의대 재학 시절과 수련 과정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정작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의무복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질환을 이유로 '현역복무부적합심의'를 신청하는 사례들이다.
교육 기간에는 별문제 없이 버티다가, 혜택을 모두 취득한 직후 의무만 내려놓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음주운전과 같은 중징계 사유를 반복해 만들어 현부심 대상이 되는 경로를 이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행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상 음주운전은 최초 적발이라도 감봉에서 해임까지 가능한 중징계 사유이자, 현역복무부적합 조사 대상이 되는 사유다. 정상적인 장교라면 두려워해야 할 이 제도가, 일부에게는 거꾸로 '출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국가가 필요해서 국민 세금으로 의사를 만들었고,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정해진 기간의 복무였다. 그런데 정작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할 단계에서 의학적 전문지식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무를 벗어났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국가와의 약속을 기만한 것이다.
반대로 이런 사례가 실제로 확인됐는데도 해당자가 별다른 불이익 없이 계속 복무하고 심지어 진급까지 이어졌다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조직이 눈감아준다면, 뒤따르는 후배들에게는 결국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고, 설령 걸리더라도 진급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이제 이런 유형의 사례가 실제 몇 건이었는지, 어떤 사유로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았는지, 교육비와 지원금은 얼마나 환수됐는지, 그리고 그 이후 진급 심사에서 이 이력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군위탁 의대제도'의 성패는 '몇 명을 새로 뽑았는가가 아니라, 의무복무가 끝난 뒤에도 몇 명이 군에 남아 있는가'로 평가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시험 없이 들어가 특혜 속에 자란 이들이 조직의 상층부로 향하는 사다리를 어떻게 독점해왔는지, 그 '보직 카르텔'의 실체를 짚는다(하편에 계속).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