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베네수엘라 석유 투자에 미 정부 직접 참여를 추진했다.
- 미 정부는 NABEP 지분 35%와 원유 20% 우선구매권을 검토했다.
- 법적 권한 논란과 노후 인프라 탓에 생산 확대는 지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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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억 배럴 매장 17개 유전 개발권…NABEP 지분 35%·생산량 20% 우선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 국방부를 석유사업의 직접 투자 구조에 참여시키는 이례적인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수개월간 이어진 비공개 협상 내용을 전하며, 이번 합의가 미국 정부의 역할을 베네수엘라 석유 투자의 중재자에서 직접적인 투자자로 바꾸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17개 유전의 개발권을 갖게 될 민간기업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 지분 35%를 확보하고, 이 회사 생산량의 20%를 원가로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구조를 택한 것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정치·법적 불확실성과 낙후된 석유 인프라 등을 이유로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민간기업 대신 美 정부가 직접 투자자로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트가 이끄는 NABEP에 17개 유전의 장기 개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유전에는 약 65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 매장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NABEP 지분 35%를 수동적 투자자 형태로 확보하고, 생산 원유의 20%를 원가로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엑손모빌(XOX)과 코노코필립스(COP)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유전으로 복귀해 생산을 빠르게 늘리기를 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노후화된 인프라와 치안, 법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했고,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 구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 미 국방부 전략자본실 참여…법적 권한 논란
협상은 미 국무부가 주도했지만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후반부에 미 국방부 전략자본실(OSC)이 참여했다.
WSJ에 따르면 OSC는 '페니 워런트'를 활용해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 NABEP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OSC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통상 대출과 대출보증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지원해왔다.
데이비드 로치 OSC 국장을 포함한 미 국무부와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7월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거래 조건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국방부는 OSC가 민간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할 법적 권한은 없으며, 법률상 역할은 대출이나 대출보증, 기술 지원 등에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NABEP에 대한 지분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실제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는 불확실하다.
◆ 650억 배럴 있어도 생산까지는 '먼 길'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거래를 미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원유 가격 안정의 계기로 내세우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서반구에서 저비용 원유를 확보하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측은 이번 거래를 통해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와 2090억 달러 이상의 세수,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매장량이 곧바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10만 배럴로 미국 노스다코타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간의 투자 부족과 관리 부실, 제재 등으로 석유 생산 인프라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석유업계에서는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리려면 막대한 자금과 수년간의 인프라 복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휘발유 가격 하락이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헌법 충돌 논란…차기 정부가 뒤집을 수도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변수다.
베네수엘라의 1999년 헌법은 국가의 석유 자원이 베네수엘라에 귀속되며 이를 매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현재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아닌 만큼 국가의 석유 개발권을 장기간 민간기업에 넘길 법적 권한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향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번 합의의 법적 효력을 문제 삼거나 계약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거래가 정부 간 직접 계약이 아닌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도 정권 교체 이후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석유업계도 '정부 지원 경쟁자' 우려
미국 에너지업계에서는 NABEP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유전 개발권을 확보할 경우 미국 민간기업들이 정부 지원 경쟁자와 맞서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NABEP가 확보하게 될 유전의 매장량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확인 매장량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턴대 에너지 경제학자 에드 허스는 "미국이 왜 자국 석유업계의 주요 경쟁자를 보조금까지 주며 키우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NABEP를 이끄는 베탕쿠르트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사업에서 중개 역할을 해온 인물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페인과 스위스에서 자금세탁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공식 기소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는 이란전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서반구에서 장기적인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