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23일 개봉한다
- 장태영·박태영의 질투와 배신을 글로벌 도박판에 담았다
- 익숙한 복수극 속 인간의 욕망과 비교심을 짚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0년 만의 마지막 '타짜', 글로벌 도박판으로 확장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살면서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시기하거나 질투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상대를 바라보며 '저 사람은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작 자신이 가진 것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바로 그런 인간의 욕망과 질투에서 출발한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를 향한 부러움이 시기가 되고, 시기가 배신과 복수로 번져가는 과정을 도박판 위에 펼쳐놓는다. 이번에는 판도 더 커졌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도박판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장태영(변요한)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동명의 절친 박태영(노재원)과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한 판을 벌이는 범죄 영화다.
장태영과 박태영은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사회에 나온 뒤에도 우정을 이어가며 함께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할수록 장태영에게 시선이 쏠리고, 박태영의 질투와 열등감은 점점 커져간다.
늘 운이 따르는 듯한 장태영을 부러워하던 박태영은 그의 베트남 출장 중 배신을 선택하고, 장태영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장태영은 전설의 타짜로 불리는 곽동욱(조우진)에게 포커를 사사받으며 다시 도박판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최국희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욕망을 담으려고 했다"며 "원작에 시기와 질투, 배신이 잘 표현돼 있어 그런 것들을 작품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의 중심을 잡는 것은 장태영과 박태영의 뒤틀린 관계다. 이를 표현하는 변요한과 노재원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변요한이 연기한 장태영에게서는 여유가 묻어난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 같은 자신감과 타고난 듯한 행운을 가진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반대로 노재원의 박태영은 그런 장태영을 바라볼수록 조금씩 질투에 잠식돼간다. 한쪽의 여유와 다른 한쪽의 불안이 대비되면서 두 친구 사이의 균열도 선명해진다.
특히 박태영의 복잡한 심리는 내레이션을 통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노재원의 표정과 목소리가 맞물리면서 장태영을 향한 부러움이 어떻게 시기와 질투로 변해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과연 장태영만 행운아였을까.
한발 떨어져 보면 박태영 역시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뤄낸 인물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뛰어난 머리와 능력을 바탕으로 장태영과 함께 사업을 성공시켰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진 것보다 장태영에게 주어진 행운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자신과 비교한다.
그런 점에서 박태영의 모습은 마냥 미워하기보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다가온다. 자신에게도 분명 가진 것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매몰되면서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것을 초라하게 느껴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질투가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다.

이러한 박태영의 심리는 영화 초반 그가 장태영에게 포커를 알려주며 꺼내는 루시퍼와 벨제붑의 이야기와도 맞닿는다. 극 중 박태영은 루시퍼가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벨제붑이 2인자로 밀려났고, 이를 견디지 못해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배하면서 더욱 사악한 존재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카드에 얽힌 이야기처럼 지나가지만 두 친구의 관계가 변해갈수록 의미가 달라진다. 장태영의 곁에서 자신이 끊임없이 2인자라고 느끼는 박태영의 모습과 벨제붑의 이야기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태영을 무너뜨리는 것은 장태영이 가진 행운 자체라기보다 그것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키워온 질투에 가깝다.
반면 장태영에게 '운'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500원짜리 동전은 두 사람을 가르는 중요한 장치다. 누군가에게 우연과 확률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만들어주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확률에 더욱 집착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승부에 걸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도박의 승패만큼이나 행운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같은 확률을 마주하더라도 그것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다른 선택에 도달한다.

'타짜' 시리즈는 2006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이번 편까지 20년에 걸쳐 이어졌다. 마지막 작품인 만큼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도 곳곳에 묻어난다. 두 친구의 관계가 결국 거대한 도박판의 승부로 향한다는 점에서도 '타짜' 특유의 익숙한 맛을 찾을 수 있다.
다만 그 익숙함이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 숨은 고수를 만나 실력을 갈고닦은 뒤 다시 승부에 나선다는 과정은 쉽게 다음 전개를 예상하게 한다. 한국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까지 판은 글로벌하게 커졌지만 이야기의 뼈대까지 함께 새로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 감독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타짜' 1편이 워낙 잘돼 비교를 피할 수 없지만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기존 시리즈가 가진 색깔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인물과 더 큰 판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익숙한 복수극의 구조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뒤에는 도박판의 규모보다 두 친구를 움직인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500원짜리 동전이다.
동전을 생각하면 흔히 앞면과 뒷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동전은 때로 모서리로 설 수도 있다. 장태영과 박태영 역시 행운과 불운, 승자와 패자라는 두 면으로만 나누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누가 더 많은 행운을 타고났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진 것을 바라보느냐,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끊임없이 비교하느냐에 따라 같은 삶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글로벌 도박판으로 판을 키웠지만 결국 그 안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가장 가까운 친구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질투다.
그리고 그 질투의 끝에서 남는 것은 '누가 더 운이 좋았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동안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라는 질문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는 23일 개봉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