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SBS ‘김부장’이 10일 AI 제작 사례로 주목받았다.
- 소지섭 액션 일부를 AI로 만들어 제작비를 줄였다.
- 방송가는 AI 활용 범위와 기준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이 장면이 AI로 만들어졌다고?"
SBS 드라마 '김부장'을 본 시청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배우 소지섭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 일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가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10일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는 세미나에서 '김부장'을 주요 사례로 다룰 만큼, 이제 AI는 방송가에서 단순한 실험을 넘어 실제 제작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김부장'의 AI 활용은 특히 눈길을 끈다. SBS는 작품 속 약 3분 분량의 장면 전체를 AI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영 감독 역시 일부 시퀀스에 AI를 도입한 결과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SBS 측은 긴 분량의 장면을 AI로 제작하면서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AI를 무작정 반긴 것은 아니다. 이승영 감독은 AI 활용 장면에 대한 소지섭의 반응을 묻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AI 영상으로 연기가 대체되는 것이 싫지 않은지 물어봤는데, 소 배우는 '괜찮다'고 하더라"며 "전체적으로 무척 긍정적으로 바라봐 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독이 강조한 것은 '제한'이었다. 이 감독은 AI 분량이 극히 일부였다고 강조하며 "김부장의 땀 냄새 나는 서사와 리얼한 액션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시작했다"고 했다. 또 "실패 가능성이 큰 작업인 만큼 연출진과 AI 기술진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 대목은 지금 방송가가 AI를 바라보는 현실을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AI는 분명 매력적인 도구다. 실제 촬영이 어렵거나 위험한 장면을 대체 구현할 수 있고, 기존 제작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과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배우가 실제로 연기하지 않은 장면을 AI가 만들어내는 순간, 시청자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배우의 얼굴과 움직임은 어디까지 배우의 연기이고, 어디부터 AI의 창작인가. 위험한 액션을 AI로 대신한다면 배우와 스턴트 배우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촬영과 후반작업에 필요한 인력의 업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AI가 정교해질수록 이 경계는 더욱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김부장' 제작진이 보여준 방식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AI를 쓰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기술이 작품보다 앞서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AI가 할 수 있는 장면을 모두 AI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지점에 한정해 사용하는 것.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작진의 판단과 기준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승영 감독 역시 '김부장' 제작 과정에서 불과 5개월 사이에도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이 장면 정도는 AI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합의가 가능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 움직임까지 AI가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방송가에서 AI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의 단계를 넘어섰다. 실제 제작 현장에 들어온 기술을 되돌리기보다는 어떤 장면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의 동의를 거쳐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 더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AI가 방송을 바꾸는 것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환영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콘텐츠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기술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김부장'의 AI 액션이 남긴 가장 큰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AI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