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여정은 21일 박정천과 최전방 국경 요새화 현장을 시찰했다
- 김여정 담화는 한국·국경·경고·도발·광대극 표현이 집중됐다
- 북한은 지뢰 부인에서 대남 긴장 조성과 국경 영구화로 전환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광대극·흥행수입·졸작 등 자주 등장 눈길
비논리적 억지 주장 많고 날짜 틀리자 정정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태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장이 오빠인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며 남북관계 긴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특히 김여정은 21일 새벽 군부 실세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과 함께 휴전선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이른바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까지 직접 나타나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말로만 하던 위협을 최전방 현장으로 옮겨온 것이어서, 향후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발언에는 어떤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향후 어떤 행보를 예고하고 있을까.
뉴스핌 통일연구소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1일까지 6차례 낸 담화와 입장 전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담화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광대극'을 비롯한 연극 관련 어휘가 유난히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멸칭이 넘쳐나는 가운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나 감정적 발언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최다 빈도 단어는 '한국'...5위권엔 국경·경고·도발·광대극
담화 전문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한국'이었다. '한국군부', '한국족속', '한국당국' 등 합성어까지 합치면 50회를 웃돈다.
그 뒤를 '국경'(남부국경, 국경선 등 40여 회), '경고'(경고방송·경고사격 등 40회 안팎), '도발'(30회가량), '광대극·자작극'(30회 안팎)이 이었다. 6위권의 '적'과 '지뢰' 등이 그다음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건 자체를 가리키는 '지뢰'가 이들 단어보다 뒤로 밀려 있다는 점이다. 담화의 무게중심이 '지뢰 지우기'에 맞춰졌고 사건의 부인이나 해명에서 휴전선 일대 긴장상황과 대남 압박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압도적 1위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건 담화의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지난 2일 담화에서 "한국이라는 족속들을 의식하는 것조차 소름이 끼친다"고 했고, 9일에는 "한국의 인간쓰레기들을 외면하고 무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국 대통령의 기념식 발언,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지원 유엔 제재면제 요청서, 경고사격 등 하나하나의 사안에 장문의 담화로 일일이 응수했다.
이를 두고 대북정보 관계자는 "한국을 무시하겠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더 의식하고 집착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진짜 무시하는 쪽이라면 대응 자체를 하지 않을 텐데, 담화마다 한국을 높은 빈도로 거론하는 건 한국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지뢰도발해놓고 '연극'으로 몰고가"
담화에 연극 관련 어휘가 유난히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여정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한국 측의 조사결과 발표를 "자작광대극", "서울의 연출대본", "극작법이 너무나 저급하고 저열하다"고 몰아붙였다.
이달 2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광대극의 제2부가 막을 올린 것 같다", "정의로운 배역 연기로 인기를 많이 끌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이런 표현은 의료장비 대북지원을 위한 제재면제를 한국이 공개한 뒤인 지난 8일과 9일 담화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는 "광대극의 연속편", "흥행수입", "줄거리", "졸작", "제1부에서는 피해자의 허상을 만들어내더니 제2부에서는 천사로 둔갑" 등 한국의 행동 전체를 한 편의 연극으로 규정했고, "광대극 대본작성과 연출, 연기에 공을 들인 자들에게는 값비싼 표창이 차려져야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는 북한식 선전·선동과 적반하장식의 주장의 기본 틀을 이루는 것으로, 결국 '상대의 어떤 행동도 연기로 규정할 수 있는 프레임'이란 김여정의 생각을 보여준다.
그 맥락에서 지뢰 사건은 자작극, 긴장완화 의지는 연극, 인도적 지원은 광대극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무엇을 해도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 내지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다투기에는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논쟁의 틀을 '진짜냐 연기냐'로 바꿔 한국의 대응을 무력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전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 족속·깡패·쓰레기...격(格)을 잃은 저급한 공세
사용 어휘의 수준도 도마에 오른다. 담화에는 '한국족속', '한국 것들', '군부깡패', '군부망종', '호전광', '천치', '추물', '짐승', '한국쓰레기', '인간쓰레기' 등 최소한의 격을 유지하지 못한 표현이 줄을 잇는다.
한국 관리를 "정동영이도"라고 부르고 "개싸움질", "개조불능한 천성적인 바보들" 같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를 협상 상대가 아닌 비인격적 존재로 격하해 접촉 자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과거 김여정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런 돌변은 더욱 부각된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찾았고,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전면에 서서 '화해' 분위기를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이미지와 지금의 '쓰레기' 담화 사이의 간극은 김정은 정권의 대남 인식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으로 완전히 돌아섰고, 김여정이 그 노선의 최전선 대변자로 역할을 바꿨음을 말해준다.
통일부 관계자는 "화해를 이끌었던 사람이 가장 거친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남 적대가 체제 차원에서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논리 군색하자 '정동영 발언'까지 끌어들여
담화의 주장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과거 북한이 사과했던 목함지뢰 도발까지 부인하는 억지스런 대목도 많다.
우선 지난달 29일 담화는 지뢰를 "출처도 모를 곳에서 밟아 터뜨렸다"고 하면서 동시에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단정한다. 출처를 모른다면서 한국의 조작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5년 8월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과 닮았다며 2개 폭발 모두 '남측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는데, 목함지뢰는 한국 조사에서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당시 김정은이 파견한 북측 군부 최고 실세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비서가 "남측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한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합의문까지 만들어 사과했는데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8일 담화는 한국의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자작극이 흥행하지 못하자 급조한 "제2부"라고 몰아붙이면서, 같은 글에서 이 계획이 "수개월 전부터 추진해오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사건 이후 급조한 연극이라는 주장과 시간적 상황이 맞지 않는다.
가장 군색한 대목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은 부분이다.
김여정은 8일 담화에서 정 장관이 지뢰폭발을 "북한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을 두고 "스스로 고백하였다"고 해석했다. 신중론을 자작극의 시인처럼 둔갑시킨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없자 적대 대상으로 규정한 한국 고위당국자의 말까지 끌어다 쓴 셈이어서 스스로 대응논리가 부실하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전방 확성기 방송을 둘러싼 이중 잣대도 눈에 띈다. 한국군의 경고방송은 '도발'이라고 규탄하면서, 자신들의 대남 심리전 확성기 가동은 "가장 정당한 조치이며 적합한 대응"이라고 강변했다.
◆부인 일관하다 '지뢰 지우기'로...긴장조성·'국경 영구화'로 의제 이동
시간 순서대로 놓고 보면 김여정 담화의 초점이 옮겨간 경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9월 29일과 10월 2일 담화는 자작극 주장과 사건 부인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과 9일에는 의료장비 대북지원이라는 새 소재로 공격 대상을 옮기며 "선의든 악의든 시도 자체가 도발"이라고 못을 박았다. 지뢰 사건에서 한국과의 모든 접촉 거부로 논점이 일반화한 것이다.
19일 담화에서는 지뢰라는 단어를 사실상 쓰지 않았다. 대신 8월 이후 확성기 방송 2870차, 경고사격 201차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한국군의 도발로 프레임을 전환했고,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를 훨씬 능가한다"며 정권을 직접 겨냥했다. 전술타격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예고한 것도 이때다.

21일 담화는 한발 더 나아갔다. 국경영구화를 "잘못 써온 역사를 바로잡는 일"로 규정하면서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가 전 국경선에서 가동상태에 들어간다", "무장깡패들을 사정없이 처치할 것"이라며 시한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위협 수위를 올리려 시도했다.
지뢰 사건 해명이라는 수세에서 벗어나 이른바 '국경 요새화'와 대남 대결을 고취하는 쪽으로 의제를 바꿔 궁지에 몰린 입장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당혹한 분위기...최전방 방문 날짜까지 오락가락
김여정의 담화는 과거 북한이 대남입장 표명에서 보여온 정교함이나 전술적인 측면을 갖추지 못한 '감정 배설'에 가깝다.
논리의 구멍은 크고 감정적 조롱과 욕설은 넘치며, 사건 해명이 막히면 다른 소재로 옮겨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는 평양 지도부가 지뢰도발 사태로 당혹해하면서 대응에 부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신감이나 전략이 있다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김여정이 여섯차례나 담화를 쏟아낼 이유가 없다.
특히 김정은이 주도해온 이른바 대남적대 노선에 따른 휴전선 일대 '국경선 공사'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을 분석된다.
허둥대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21일 밤 중앙통신은 김여정이 하루전 최전방 지역을 다녀왔다고 보도했는데, 잠시 후 김여정은 담화를 내면서 "조선중앙통신은 보도기사를 발표하면서 날짜를 오기하였다"며 자신이 현장을 다녀온 날은 전날이 아니라 "바로 오늘 21일 새벽"이라고 정정했다.
당사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바로잡은 것인데 노동당 대외선전의 핵심 창구인 중앙통신의 '오류'를 이렇게 지적하고 나서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