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2011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화두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로섬'은 경쟁이나 게임에 참여하는 주체들 중 어느 한 쪽이 승리하거나 획득하는 것이 다른 쪽의 패배와 손실이란 결과를 낳게 되는 필연적인 상황을 말한다.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한 회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리밸런싱)'가 필요한데, 미국의 달러화 약세 유도 정책이나 중국의 평가절상 요구로 볼 때 단기적으로는 환율 조정이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환율은 선진국 정책이 신흥국으로 전달될 때도 핵심적인 통로 역할을 한다.
이런 면에서 2011년은 '환율'이 알게 모르게 세계경제와 언론 지상의 중심 무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는 타협이든 개입이든 혹은 우회적이든 직접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환율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인위적인 환율 조작이 문제시되고 나아가 상호 비난 속에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마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2012년에는 주요국의 중요한 정치 변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환율이나 무역 분쟁은 첨예한 이슈가 되고 지도자들이 간과할 수 없는 싸움터가 될 수밖에 없다.
◆ '윈-윈'에서 '경쟁'으로
세계경제는 과거 20년간 '대완화(Great Moderation)'과 세계화(Globalization)' 등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경험하고 선진국인 신흥국 등은 모두 '윈윈(Win-Win)'을 강조했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한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로 인해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제로섬 게임'이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이나 경제 주체도 위험한 영역과 안전한 지대를 오고 가는 동요 속에서 원상회복을 추구할 뿐,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그리고 유리한 예대금리 차이를 이용한 데 따른 것으로, 지속되기 힘든 배경을 가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인건비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계속 높으면 소비가 억제되어 기업 실적은 약화될 수 있다.
한편 2008년 세계경제가 위기의 해에서 2009년 회복의 해로 이어졌다면 2010년 이후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위기 대응 정책의 효과과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기 때문에, 선뜻 내년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다.
선진국 경기가 생각보다 강력하게 될 경우도 큰 위험으로 느껴진다. 부양정책이 빨리 회수되고 나아가 긴축정책이 단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위기가 지속되고 주요국의 긴축 재정정책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또다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재연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 이 경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채권 수익률은 하락할 위험이 높아진다.
다년간 강세장이 예상되고 있는 '과감한' 주식시장은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즉자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기대가 이미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방향은 언제든지 선회할 수 있는 위험지대로 분류될 것 같다.
◆ '워싱턴 VS. 베이징'
2011년 화두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환율 전쟁(Currency War)' 혹은 세계 1, 2위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이른바 '워싱턴과 베이징의 대결(Washington Vs. Beijing)'이 놓여있다.
이 중심 쟁점으로부터 다양한 세계 경제 금융시장의 이슈와 전망들이 추동된다.
주요 국제기구들이나 주요국 정부, 중앙은행 나아가 민간 경제전문가와 금융시장 애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내년 경제와 기업 실적 전망은 밝고 무난해 보인다. 투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 모호하고 비생산적이며 불확실한 조건들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의 위기와 불확실성은 세계의 지정학적인 긴장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일극 체제'의 중심이던 미국에 대항마로 유럽연합이 도전한 뒤 점차 중국이 위협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점차 '다극화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은 재정 위기가 지속되면서 내년 세계경제의 가장 분명한 위험 변수로 자리잡았다. 미국도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이런 불똥이 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지방정부 재정 여건이 계속 악화될 경우 미국도 재정 위기 논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여전히 위안화 절상은 느린 속도로 이루어지고, 긴축정책은 예측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글로벌 경제 통치성은 '협동'으로부터 '경쟁'과 '타협'으로의 구도의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교역과 관련된 분쟁이나 환경 및 핵 문제와 같은 국제 이슈에 대해 이해 당사자간 대립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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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