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노종빈 기자] 일산 신도시에 거주하는 C씨는 얼마 전 자동차 보험을 연장한 후 보험사에서 10만원 상당의 쿠폰북을 받았다. 보험가입자에게 주는 쿠폰북에는 엔진오일 교환할인권 2장(각 2만원)과 타이어교환권(1만원), 펑크수리(1만원) 등 모두 10만원 어치에 해당하는 할인권이 들어 있었다. 제휴업체인 GS넥스테이션의 오토오아시스를 이용해야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스피드메이트나 오토오아시스 등 대기업 카센터에서 엔진오일 교환비용은 보통 3~4만원 수준이다. C씨는 마침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하는 시기라 보험사 제휴업체인 오토오아시스를 찾았다. 자동차점검을 한 정비사로부터 팬벨트와 점화플러그, 배터리에 문제가 있으니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C씨는 찝찝한 마음으로 엔진오일만 교체했다.
이후 자주 찾는 동네 카센터 사장으로부터 제너레이터만 갈면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제너레이터를 바꾸자 시동 걸 때 발생했던 문제가 사라졌다. 들어간 비용은 모두 8만원. 만일 대기업카센터에서 권하는 대로 모두 교체했을 경우에는 최소한 20~30만원의 목돈이 들어갔다.
바로 여기에 대기업카센터들이 보험업계와 제휴해 할인쿠폰을 남발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즉 C씨와 같이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점검서비스를 해주고 다른 부품까지 교체해 이익을 남기겠다는 꼼수다. 할인쿠폰으로 고객을 낚은 후 덤터기를 씌우는 전략이다.
◆ 소비자 기만 뒤에는 위탁업체 갈취
또 하나의 문제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엔진오일 교환할인권 등을 남발한 후 그 비용을 이면계약을 맺은 카센터 점장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핌에 대기업카센터들의 불법영업을 제보한 A씨는 “약자 입장인 점장들은 본사 요구를 들어주고 하라는 대로 해야 그나마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형편이라 아무리 불합리한 요구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심지어는 설비나 사무실 등 고정자산을 운영하기 위한 유지보수 비용이나 소모품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비용은 대략 수십만원대에 이르지만 업소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점장들에게는 꽤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점장들로서도 매출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고 때로는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굳이 교환해도 되지 않을 부품을 교환하는 ‘과잉정비’를 하거나, 2개 부품만 교환하고 4개를 교환한 것처럼 청구하는 ‘수량부풀리기’ 등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4리터를 넣어야 하는 엔진오일 양을 3.5리터만 넣고 4리터를 넣은 것으로 속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자동차경정비 사업체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대기업카센터의 운영비리와 관련,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대형 정비사업체의 경우 작업장에 고객이 직접 들어가서 확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하게 닦아서 쓸 수 있는 것도 교체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들도 수리해서 주면 서비스로 인정을 하지 않고 부속을 갈아주는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년간 카센터를 운영해왔다는 이 사장은 또 “고객들도 브랜드만 본다. 기술을 인정하고 노하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브랜드를 믿는다. 크게 시설을 차려놔야지 조그만 영세업체는 노하우가 있어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카센터사업에도 거품이 끼고 있다는 말이다”며 “엔진오일은 고급을 써야하는데 드럼통에 든 싼 것을 넣고 생색을 내는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시설규모보다 정비사 기술 인정제도 만들어야”
아울러 “대기업들이 영세업종까지 진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직률은 높아지고 부품은 자주 교체하면서 자원까지 낭비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에도 있다. 단속을 하면 큰 데보다는 작은 곳을 물고 늘어진다. 크든 작든 규모보다는 정비사의 기술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