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베이비 부머세대들도 퇴직후 고민이 많다. 대기업 샐러리맨도 현역을 떠나면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노후불안등 걱정의 근원은 여타 샐러리맨과 마찬가지다. 뉴스핌은 신년기획 일환으로 전자 이동통신 자동차 조선 유통등 국내 주요 기업의 베이비부머 직장인 100인의 퇴직전후의 대책과 바람을 물어봤다. 인생 100세 시대에서 이들이 리타이어 푸어(Retire Poor)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홍군 기자]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C씨(50)는 ‘퇴직’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대학생과 중학생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어 앞으로 몇 년간은 꾸준히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직장을 잃게 되면 아무런 대안이 없다.
직장의 별이라는 임원 타이틀을 단지 2년이 가까워 오지만, 각종 대출과 생활비, 교육비 등으로 빡빡하게 살아온 탓에 퇴직 이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었던 그이다.
C씨는 “당장 퇴직을 하게 되면 자녀들의 학자금, 생활비 등 현실적인 문제가 닥칠 게 뻔하다”며 “은퇴를 해서 노후를 보낼 나이도 아니어서 결국에는 다시 구직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C씨 처럼 기업에서 부서장이나 임원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 직장인들이 퇴직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생활비와 교육비 등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뉴스핌의 설문에 응한 베이비 부머들은 ‘퇴직 후 가장 큰 고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8%가 '생활비'를 꼽았다.
매월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으로 충당해 왔던 생활비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것이다. 이어 자녀교육(30%), 건강(15%), 기타(9%) 순으로 응답했다.
퇴직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커질 때는 매년 정기인사 시즌(51%)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주요 기업들의 인사시즌이 연말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해가 시작되기 직전 직장인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부하직원이 승승장구할 때(23%), 직장상사로부터 질책을 당할 때(15%), 업무처리가 미숙할 때(11%) 등이다.
그렇다면, 베이비 부머들은 퇴직 후 필요한 생활비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을까? 300만~500만원이라는 응답자가 49%로 가장 많았으며, 200만~300만원(38%), 500만~1000만원(11%), 1000만원 이상(2%) 등의 순으로 답했다.
C씨는 “생활비를 충당하고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고 살려면 최소 월 300만원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 중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충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는 또 다른 일을 찾아서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고 씁쓸해 했다.
직장인로서 정점에 다다른 베이비 부머의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았다.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자신의 점수는 몇 점인가요’라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6%가 70~90점이라고 답했다.
또 35%의 베이비 부머가 50~70점을 주는 등 1960년을 전후해 태어나 1980년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의 80% 이상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50점 미만의 불만족을 표시한 베이비 부머는 10%에 불과했으며, 90~100점(9%)의 후한 점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기업 부장 K씨(52)는 “80년대 말 직장생활을 시작한 우리 세대들은 30대에 IMF를 맞아 실직과 전직, 임금삭감 등을 경험하며 노후를 준비할 기회가 제한됐다”며 “베이비 부머들의 노후준비가 부실한 것은 세대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직을 하게 되면 20년 이상을 뭘 해서 먹고 살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할 수 있는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회적 안정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