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3월20일 145억유로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그리스의 채무협상이 가닥을 잡지 못한 가운데 월가의 이른바 ‘스마트머니’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제의 3월 만기 그리스 국채를 대량 사들였다가 꼼짝 없이 손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대박 환상에 젖은 ‘묻지마’ 베팅이었을 뿐 ‘스마트’한 투자 결정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뉴욕과 런던의 헤지펀드가 사들인 3월 만기 그리스 국채는 40억유로(52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메릴린치가 헤지펀드에 그리스 국채 매입을 강력하게 권고했고, 나머지 주요 투자은행(IB)도 투자를 적극 추천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의 붕괴 위기를 정책자들이 좌시할 리가 없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과 EU가 자금을 지원해 그리스가 채권 만기를 무사히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또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를 모면하면 3월 만기 국채 가격이 소위 ‘더블’로 치솟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헤지펀드는 50% 이상의 헤어컷(자발적 손실 부담)을 받아들이거나 최악의 경우 보유 자산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치명타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는 그리스 국채를 팔아치우는 데 팔을 걷어붙였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채 보유자들이 너도나도 ‘팔자’에 나선 반면 매수 세력은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를 매입한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나쁘거나 최악이거나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헤어컷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거부할 경우 국채 가치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