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앙은행이 비대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 나타난 공통점이다. 위기로 인한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소방수로 나서면서 빚어진 결과다.
신용경색을 해소한다는 한 가지 목적 위에 각국 중앙은행은 각각 상이한 형태의 비전통적 부양책을 꺼내들었고, 한결같이 몸집이 불어났지만 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과거 대동소이했던 대차대조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차대조표가 가장 크게 불어난 곳은 영국의 영란은행(BOE)이다. 지난해 말 기준 BOE의 자산 규모는 위기 전에 비해 2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규모가 240%가량 늘어났고, 유럽중앙은행(ECB)은 140% 증가했다. 직접적인 위기를 겪지 않은 일본은행(BOJ)는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ECB의 대차대조표는 지난주 기준 2조7000억유로로 유로존 GDP의 약 30%에 달했다. BOE의 대차대조표는 2750억파운드(431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사이 총 3000억파운드에 달해 영국 GDP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준 역시 2조9000억달러로 GDP의 19%에 해당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증가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QE) 시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BOE 역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0.2% 성장을 기록하면서 추가 QE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 국채와 은행권 대출에 적극 나선 ECB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부풀리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천문학적인 자금 공급에도 실물경기의 유동성 경색은 여전하다는 데 있다. 또 잠재적인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투자가들은 지적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곳은 ECB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 부담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는 데서 보듯 장부 상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 대차대조표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ECB는 은행 대출의 담보물 가치를 상각했기 때문에 대차대조표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독일 싱크탱크인 이포연구소의 한스 워너 신 대표는 “기존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국가나 은행에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면 리스크가 더 크고 심각하게 악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판론자들은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유동성 방출이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2010~2011년 국제 유가와 곡물 등 일부 상품 가격 급등이 QE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