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단기 시황에 좇아가지 않고 좀더 긴 관점에서 주식을 보고 관리를 한 게 주효했다"(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투자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 주식이 하락할 때 분할해서 사고 상승할 때 목표가에 도달하면 분할에서 팔았어야 했다"(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공모펀드는 기존 고객과 약속한 약관과 철학, 구조대로 운영해야 옳다는 게 증명된 한해였다"(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비법은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고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했다. '운용사리뷰 & 뷰'를 통해 만난 베타랑 주식운용본부장들의 말들은 놀랍게도 비슷했다. 단기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철학을 지키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이 지난해 가장 중요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지난해라는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게 펀드라면 어느 시기에나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일 게다.
그렇다면 대부분이 인정하는 기본을 실천하는 능력은 무엇 때문에 제약되는 것일까. 이를 단순히 매니저의 시장 판단과 포트 조정 차원의 오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른바 '잘못된 판단'은 단순한 매니저 개인의 인지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의 구조적인 상황과도 맞물려 있어서다.
우선 시장의 경쟁적인 요소는 장기적인 주식운용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은 상대수익률이 먼저고, 그 다음에 벤치마크로 앞뒤가 바뀐 것 같다"(기호삼 본부장) 벤치마크 대비 평가보다는 타회사와의 상대적 수익률 비교가 어느새 시장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장 경쟁이 매니저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 필요한 것은 시장을 이길 수 있는(액티브펀드) '경쟁력'이지 경쟁 그 자체는 아니다. 한 본부장은 일주일 단위로 펀드의 성과를 비교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특히 자문형 랩의 등장으로 인한 직간접인 공모펀드의 쏠림 현상은 주식운용본부장 대부분이 인정한 바다. 여기에는 펀드 투자자의 욕심도 한몫했다. "(자문형 랩은) 판매사, 운용사, 고객의 욕심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과다"(송성엽 본부장) "설명회를 가고 기관과 개인 고객을 만나면 항상 (자문사와) 차이나는 부분을 부각시켰다"(유병옥 본부장)
물론 자문형 랩으로 뭉칫돈이 몰렸던 이유도 운용업계의 상품이 단조로웠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곱씹어봐야 한다. 시장의 쏠림 현상은 언제나 있어왔고 신상품에 대한 관심 집중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고준호 신한BNP파리바 본부장)
하지만 자문형 랩에 대한 수요는 고위험-고수익에 합당한 다른 상품으로 충족돼야지 일반 공모펀드가 닮아갈 일은 아니다. 증시 상황 자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랩을 닮아간 공모펀드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운용업계에서 기본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펀드 매니저들이 각자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게 펀드 운용을 하면서 일관된 투자원칙을 지키기 위한 조직 세분화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초 주식운용본부를 성장우량주, 핵심우량주, 가치 및 중소형주 투자스타일에 따라 세분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매니저가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목표를 갖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직상의) 뒷받침"인 것이다.(전정우 삼성자산운용 본부장)
신한BNP파리바 역시 스타일 펀드에 대한 정확한 정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의 신호를 제대로 읽기 위한 리서치 역랑 강화도 눈에 띈다. 최근 하이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그리고 브레인투자자문 등이 지난 연말 이후 리서치 인력을 보강했다.
임진년 새해가 밝은 지 1개월 가량이 지났다. 올 초 증시는 유동성 장세를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지만, 이후 증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올해 증시도 어김없이 쏠림현상은 물론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직면할 것이다.
그럴 때 베테랑 주식운용본부장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운용의 기본과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한번씩은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김현욱 유리자산운용 본부장의 말대로 운용역이란 항상 실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비슷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주식운용 본부장 대부분이 지향하는 것처럼 그것이 고객에게 각자의 투자철학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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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