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지난 2008년 5년 단임제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오는 25일이면 출범한 지 4주년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말인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1992년 이래 만 20년만에 한 해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집권 5년차의 마지막 해를 맞아 마무리하는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권력교체기 중립적 선거관리와 사회적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특히 경제정책면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온존히 보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분야 공약(公約)과 실적을 평가하면서 집권 5년차 과제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 이명박 정부-정치권, 복지 포퓰리즘 논란 가열
이명박 정부가 5년 단임제 권력체계 속에서 마지막 5년차를 맞이함에 따라 사실상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동력은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이며,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5년차를 맞이해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고, 야당은 몰론 집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정강정책과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권력창출을 위해 정책쇄신 속에서 정부와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요구와 총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정 비판과 국민적 요구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복지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태이다.
새누리당이 복지의 중요성을 당 정강정책에 담고 기존 성장과 복지에 대한 이분법 시각에서 벗어나 복지의 성장 뒷받침 논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야당 역시 빈곤심화 사회양극화 등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 정책을 최대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남아있는 집권 1년 동안 ‘복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고소영’ 등 부자 내각 논란과 부자 감세, 그리고 독선적 국정운영과 인사 왜곡, 방송통신 장악, 한미FTA 논란이 올해는 ‘복지 포퓰리즘’ 논란으로 이미 점화된 상태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장관 등 국무위원은 물론 차관과 외청장까지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관료들한테 강력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또 22일에는 <취임 4주년 내외신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이 선심성 공약 등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며 “남은 1년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0일 <복지T/F 구성 및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정치권의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 추계금액까지 밝히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재정부의 김동연 제2차관은 복지T/F 1차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나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 예산을 추계하면 43조원에서 67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며 “올해 6조원 가량의 복지예산 증액분과 비교하면 7~11배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김동연 차관은 “이는 향후 5년간 220조~340조원 가량이 늘어나는 수준으로 현재 국가예산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예산으로 반영할 경우 국가 재정이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정부는 복지지출을 매년 증액시켜 왔으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선에서 필요한 복지는 선제적으로 수용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치권의 복지 공약은 지속가능성과 실천가능성, 그리고 재원마련 대책을 검토해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 역시 20일 확대간부회의에 “포퓰리즘 대응 등 대한민국의 중심을 확고하게 잡아 나갈 것”이라며 “재정부가 자신의 저력을 믿고 어떤 정당이 집권해도 그 중심을 잡고 나간다면 여론도 우리 편이 될 것이고 역사가 이를 알아줄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렇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복지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는 매우 커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정부는 복지지출의 증가율 측면에서 일반 예산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정치권은 복지수준 자체가 낮으며 또 복지재원 역시 현재의 예산 조정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지난 17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에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이 OECD 평균 19%의 절반으로 GDP의 9.7%“라며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예산을 10% 정도 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하면 30조~32조원은 확보할 수 있다”며 “영국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서 각 부처별 20% 예산 절감을 내걸고 실질적으로 공약을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민주통합당의 조배숙 의원은 “OECD 평균 복지지출이 GDP 대비 20%에 달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나 하는 말이냐”며 “취임 때부터 정치권과 국민들의 복지 확대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폄하해 온 경제관료들의 꼼수에 국민들이 절대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 문제 재설정 필요: 소득분배 악화 시정, 복지재원 확충이 핵심 문제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복지문제에 대한 접근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비용 지출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득 감소나 빈곤 심화 등 경제 및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강행하면서 예산 분배 등 정책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만이 복지인양 협소하게 복지 개념을 쓰면서 복지비용 증가를 재정건전성 악화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난 1997년 이래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한 구조조정 속에서 대량 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등이 빚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면서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이나 경기회복에 초점을 두다보니 선진국형 복지체계나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우선 자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수요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의 경우 제조업을 견조하게 하는 가운데 서비스 산업의 비중 확대가 취약하고, 일자리 불안 속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주성 교수는 21일 한국경제학회 토론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진보나 보수를 초월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기존의 재정정책의 재분배효과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도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더라도, 전국 2인 이상 비농가 가구의 지니계수는 지난 2003년 0.292에서 2007년 0.321, 2009년 0.320으로 높아졌고, 2010년 현재 0.314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지난 2003년 0.277에서 2007년 0.295, 2009년 0.294, 그리고 2010년에는 0.28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전주성 교수는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등 불평등도가 높아지는 것은 소득세 세수 비중과 복지지출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복지지출의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어떤 수준의 적정 복지를 지향하건 이념과 무관하게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복지논쟁의 핵심쟁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공약을 경계하는 데에는 정치권도 무작정 정부를 비판하거나 표심을 얻기 위해 헛된 공약을 남발하지 말라는 충언이 담겨져 있다. 정치권 역시 복지공약을 낼 때 실천가능성이나 지속가능성, 그리고 구체적인 재원대책도 함께 제시하라는 것이다.
전주성 교수는 “정치제제의 불안은 무책임한 정부지출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한 이념정당이 정립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시민의 복지요구가 부각되면서 이면과 무관하게 복지 포퓰리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세대학교의 김정식 교수는 “아직 선진국과 같이 복지체제와 연금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상항에서 지금과 같이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우 늘어나는 복지수요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커질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이명박 정부 남은 1년 과제: 일자리 창출, 물가안정, 양극화 완화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남은 1년 동안 양극화를 지양하는 지속적인 성장 추진하는 데 매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 일자리 창출 ▲ 물가 안정 ▲ 양극화 해소 정책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서비스쪽의 고용질 개선, 그리고 국부유출을 위한 정책과제도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DI는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는 가운데 물가 안정 등 서민생활 안정과 대중소기업간 공생발전의 확실한 토대를 놓은 등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 내수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며 ▲ 서민가계의 안정을 위해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을 강화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 글로벌 경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 저출산 고령화, 연금건강보험 등 세대간 재원분담체계 등 미래 잠재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의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1990년 이후 제조업의 고용탄력성이 낮아졌다"며 "서비스업 부문, 특히 부동산 사업서비스 교육 보건 부문으로 고용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경준 위원은 "제조업의 경우 중국의 부상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될 수 있어 고용탄성이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며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체 고용창출능력은 하락하지 않고 있으나 서비스업 분야의 고용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금융업과 서비스업만을 가지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하며 고용창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을 높여 대중소기업간 임극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며 도심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보다는 광역교통망을 건설해 부심지역의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주식소득에 과제하지 않는 현재의 제도를 개선해 선진국처럼 과세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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