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는 유가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침체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경고가 지속되고 있다.
24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 석유공급 위축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문제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5달러에 육박하는 등 올해 들어 무려 15% 급등해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문은 이처럼 계속 오르고 있는 국제 유가가 각 정부나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일 가스 외에도 다른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화석연료에 의존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최근 유가의 동향은 지난 1970년대 석유 파동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SBC의 마두르 자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유가는 실제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유가가 향후 급등하거나 오름세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세계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페이스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유가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유가의 오름세는 수급요인 보다는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금수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의 3%를 담당했던 이란산 원유에 대해 수입 조치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유가의 오름세로 세계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유가는 적정 수준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티그룹의 에드 모스 상품 연구원은 "시장이 원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평균 250만 배럴의 원유를 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직 구두 조치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오래된 유전을 다시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유전의 매장량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골드만삭스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0.25~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2.5% 수준이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성장률 둔화 여파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1970년대의 고물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크지만, 아직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 경제 대부분은 최근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는 안정되어 있다.
중동의 석유공급 충격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경우 세계 석유의 1/5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닫히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럽 경제가 1.5% 위축되고 미국 경제는 0.9%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며 나아가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며, 석유수출국인 러시아 경제가 부양될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 로디움그룹의 트레버하우저는 미국 경제가 지난 1980년대 초반의 경우와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미국 경제가 다시 제발로 성장하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이란와 이라크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23% 폭등하자, 1981년 7월에 미국 경제는 다시 침체로 빠져들더니 1년 반 동안 회복되지 못한 경험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미국과 주요 서방국들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겠지만, 리비아 사태로 인한 28개국의 동시 방출로도 유가 상승을 막지 못했듯이, 일시적으로 유가 상승을 억제할 뿐 추세를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이 때문에 이란의 핵개발 억제에 성공하더라도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뉴욕의 씽크탱크인 전미외교협회(CFR)의 마이클 레비 선임연구원은 무기화되고 있는 석유의 힘을 떨어뜨리는 유일한 길은 "덜 소비하는 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석유생산을 좀 더 늘린다면 취약성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볼 때는 덜 소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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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