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 은행의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에 걸쳐 1조달러에 이르는 장기 저리 대출을 공급했지만 실물경기로 유동성이 유입되지 않은 채 경기 침체 조짐이 점차 뚜렷해진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권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 시행을 검토 중이다.
오버나잇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는 지난 2009년 7월 스웨덴의 릭스뱅크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가능성이 타진됐지만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장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 저하가 뚜렷한 만큼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할 여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줄리안 캘로우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경기 침체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ECB가 좀더 적극적인 대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적용이 검토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이며, 이에 앞서 제로금리를 먼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ABN 암로의 닉 쿠니스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ECB가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한다면 기준금리가 아니라 은행권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머니마켓펀드의 금리를 인하해 은행의 수익성을 저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프랑크푸르트 트러스트의 크리스토프 킨드 자산배분 헤드는 “마이너스 금리는 심리적인 파장이 작지 않은 통화정책”이라며 “ECB가 이를 통해 이상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ECB 이외에 덴마크의 중앙은행 역시 마이너스 금리 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