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불발…그동안 미뤄놨던 매트릭스·해외M&A 속도
- 3일 경남은행에 11개 계열 CEO들 불러, 전략회의 열어
[뉴스핌=한기진 기자] “간부들은 그룹 발전 방안 내라.”
이팔성(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7일 지분 매각 예비입찰이 무산된 뒤 간부들과 처음 만난 30일, 월요 아침 회의의 주제는 민영화가 아니었다. 그룹을 더 키울 ‘미래’에 맞춰졌다.
이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미뤄놨던 것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조직, 카드 분사, 해외 인수합병(M&A) 등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으면 조직가치가 훼손되고 경쟁자들에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팔성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회장은 3일 경상남도 창원시 경남은행 본점에 11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모았다. 전략회의를 열어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비상경영과 발전 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이 세 번째 지분 매각에 실패한 이후 자신이 구상해온 그룹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히 적극적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분매각 입찰공고 동안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해 자회사 감사를 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부실 부동산여신 감사에서는 수백억 원대 규모의 30여건을 찾아냈다. 감사 대상은 임원급 이상으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여신 담당자 시절 관련된 것도 포함돼 있었다. 이 행장은 이 중 2건에 대해서만 관련성을 인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을 의식한 것이 아니고 그전에 부장급 이하 직원들이 부실 여신으로 책임졌기 때문에 위급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54% 감소한 2926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조선업종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 많이 늘어나는 등 대외경제 악화 피해를 그대로 입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해외 금융회사 인수 대상 물건을 지금도 찾고 있다. 특히 영국 아비바그룹으로부터 우리아비바생명 지분인수 가속도도 내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몸집 불리면 안 된다는 지적은 말도 안 된다”면서 “그룹의 기반을 충실히 그리고 착실히 해놓고 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런 전략 외에 우리은행의 반발을 부른 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을 강력하게 밀어 부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임기는 2014년 3월까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새 정부가 공적자금투입기관인 우리금융을 흔들 수 있어 이 회장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이 회장은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애착은 대단히 강하다. 또 금융인 인생 마지막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열망도 크다. 이 회장의 향후 행보가 올해 여름 폭염보다도 더 뜨거울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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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