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가 설탕에 대한 기본관세율을 5%로 인하하려고 하자 제당업계의 반발이 커지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제당업계의 저항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국내 설탕시장 독과점에 따라 소비자들이 비싸게 사서 쓰고 있다며 독과점 폐해를 논하기 시작했다.
특히 설탕의 경우 제빵이나 제과류 떡복이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기본재료여서 자영업자 및 골목 상권까지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물가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꼭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설탕의 기본관세율을 30%에서 5%로 낮춰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당업체들은 기본관세율이 5%로 대폭 낮아지면 국내 제당산업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35%에서 30%로 낮췄는데 또 낮추느냐는 얘기도 더하고 있다.
또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설탕의 관세율을 낮추려 하지만 설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481개 품목 중에서 315위, 0.04%에 불과,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설탕의 기본관세율을 5%로 낮추려는 것은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물가안정의 기반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지난 2010년부터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등 장기화되고 있어 이를 기본관세율로 수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당업체들이 기본관세율 인하로 제당산업의 기반이 와해될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며 “할당관세를 이미 3년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의 이익에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에 따른 관세법 왜곡을 시정해 기본관세율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체가 반발하는 것은 그동안의 독과점에 따라 누린 이익을 하나도 놓지 않고 정부의 시장개선이나 물가안정 노력을 무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설탕시장 3개사 독과점, 국내 설탕가격 비싸다
국내 설탕시장의 경우 CJ, 삼양사, 대한제당 3개의 제당업체가 거의 100% 장악을 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으로서 수입원당가격에다 설탕 생산판매시 독과점 이익까지 그대로 붙여 소비자들한테 전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가격인하를 유도했지만 국내 공급루트가 적절치 않은 상태에서 설탕가격이 높게 형성돼 온 상태여서,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비싼 가격에 설탕을 사서 쓴 것이다.
여태까지는 국내 산업보호를 목적으로 기본관세율을 높게 유지했으나 국내 수입품목들의 기본관세율이 8%로 대폭 낮아진 상황에서 그동안 제당업체들만 설탕에 대해 30% 이상의 고율이 기본관세율의 보호 속에서 이익을 누려온 셈이다.
더욱이 서민생활의 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해 기본관세율이 30%였더라도 특별하게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해 온 터여서, 할당관세율을 폐지하고 기본관세율을 5%로 낮추더라도 업체들한테 당장 커다란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제당업체들이 기본관세율 인하에 대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가안정과 시장구조 개선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할당관세를 적용할 경우에는 3년간이라는 한시성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설탕 수입을 지속적으로 하는 데 문제가 있어 설탕 수입업체들도 소규모나 일시적인 상태에 그쳐 국내 독과점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할당관세를 기본관세로 전환해서 낮출 경우 국내 중소 수입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고 중장기적으로 3개사로 영위되는 국내 설탕시장의 시장구조가 경쟁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땅짚고 헤엄치던 설탕 독과점 업체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설탕가격 인하 강력 추진, 물가안정 효과도 크다
정부는 서민의 생활비 지출증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류, 농축수산물 등 식품류, 교육비 등의 장단기 물가 안정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식품류는 관측 강화, 계약재배, 국산비축 확대, 탄력적 할당관세 운용과 적기수입 등 농산물가격의 구조적 안정시스템을 정착할 계획이다.
설탕의 경우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직수입을 확대하고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한 공급 등을 통해 설탕가격 인하압력을 높이고 소비자들한테 현재 독과점 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동일 품질의 설탕을 공급할 것이다.
특히 설탕의 경우 빵이나 과자, 케익 등을 만들거나 떡볶이, 아이스크림 등 서민들이 애용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생산하는 각종 유가공 식품류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여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만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설탕을 직수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양질의 품질이 이마트나 롯데마트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평가도 좋아지고 있다”며 “설탕의 경우 제방 제과 등 전후방 연관산업도 많아 물가안정이나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설탕의 기본관세율이 30%였던 것은 그만큼 산업육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했고 그만큼 제당업체들이 독과점 이익을 크게 누려온 것”이라며 “업체가 독과점 이익에만 안주할 경우 업체만 이득을 보고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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