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속보

더보기

[위기의 한국경제②] 경영자와 범죄자 사이를 오가는 ‘CEO’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강필성 기자] “요즘 대표이사(CEO)를 맡는다는 것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기업에서 CEO라면 모든 임직원들의 꿈이자 목표지만 정작 CEO 입장에서는 늘 마음 한켠에는 감옥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두명의 CEO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경영자를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제355조 2항의 배임죄가 자리하고 있다.

8일 재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회 각계에서 요구되는 ‘기업가 정신’은 외견만 보면 아직도 현실에서 먼 이야기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도전보다는 현금을 쌓아놓고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채용이나 신규사업 투자도 당연히 보수적이 되고 있다.

원인에는 경기둔화, 규제강화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경영자의 실패를 형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국내 법체계도 무관하지 않다. 그 핵심은 바로 배임죄의 존재다.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은 모두 배임죄로 인해 법정에 선 경험이 있다. 사진은 4대그룹 사옥으로 특정 기사와는 무관함.

 

◇ 경영실패를 범죄로 만드는 형법 ‘배임’

형법 제355조 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형법 제356조는 ‘타인의 사무처리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해 행위를 할 경우’를 업무상 배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를 배신하고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득을 주는 행위다.

문제는 이 배임죄의 적용으로 인해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 오너 중에서 배임죄에 따른 전과가 없는 사람도 드물다”며 “일부 과실도 있었지만 그만큼 경영상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려 오너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사업이 시작할 때부터 성공만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모두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상의 실패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재계의 주요 오너들이 법정에 설 때 거론되는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배임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해,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성실하게 경영상의 판단을 내린 경우라면 사법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의 경우,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참작할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재판부에 달려있다. 판사의 판단에 따라 범죄자 CEO가 될 수도, 성실한 CEO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한 변호사는 “배임죄 판단여부가 재판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경영자나 주주 입장에서는 늘 억울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법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재판부에서도 양형 재량권을 통해 소극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김학선 기자>
특히 국내 대기업이 수많은 계열사와 그룹단위 경영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임죄의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A그룹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5개 계열사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고 이중 4개 계열사가 큰 수익을 얻었지만 B계열사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 B계열사 CEO는 배임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나아가 채권자와 주주 중 한쪽만 손해를 보고 다른 한쪽이 이익을 보는 경우도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

◇ ‘기업가 정신’을 권하지 않는 사회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채용규모 및 투자규모에 대한 정치권 비판이 많아지고 있지만 투자와 채용을 늘렸다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거냐”며 “결국 도전보다는 안전, 모험보다는 안주에 머물게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기업사회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CEO에게 회사 손실에 대한 책임을 형법으로 묻게 되는 이상 CEO 입장에서는 모험을 해서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대기업이 도전 없이 골목시장의 빵집, 외식업종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이런 형법상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화두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해 범죄 형량을 3년에서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통합당은 ‘사면법 개정안’을 통해 징역 3분의 2이상 형기를 채우지 못할 경우 사면을 제한하게 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법학박사는 “배임죄를 형법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사례”라며 “대부분의 나라는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형사가 아닌 민사상으로 해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감정적으로 재벌 엄단을 외치는 것은 좋은데, 적어도 배임죄는 재판부에서도 유죄 판단이 쉽지 않고 해외 사례도 없어 형량을 소극적으로 부여할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단순히 기계적으로 형량을 높이기보다는 양형지침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채해병 순직' 임성근 1심 징역 3년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채해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8일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 금고 1년 6개월·이용민 전 7포병대대장 금고 10개월 ·전 7포병대대 본부중대장 장모 씨에게 금고 8개월 2년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오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점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서 선고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8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임 전 사단장.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당시 지휘부는 수색 작전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대원들에게 필요한 안전장비를 제대로 구비·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단장과 여단장 등 상급 지휘관들은 수중 수색을 중단시키거나 물가 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홍수 범람 위험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분명한 작전 지휘 상황 속에서 오로지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몰두한 나머지 '더 내려가서 헤치고 꼼꼼히 수색하라'는 식의 적극적·공세적 지휘를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위험지역에서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원들의 생명·신체 위험을 사실상 도외시했다"며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이 구조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고,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가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졌음에도 안전 확보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단장·여단장·대대장 등 지휘관들은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고, 단순한 부작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도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키는 적극적 지시를 내렸다"며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임성근은 해병대원들의 안전보다 적극적 수색을 강조하며 반복적으로 질책해 사고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전 여단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최 전 대대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이 전 대대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장씨에게 금고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 등 5명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부근 내성천 유역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안전로프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중수색을 하게 해 채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을 육군 제50사단장에게 넘기도록 한 합동참모본부 및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을 어기고, 직접 수색 방식을 지시하고 인사 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pmk1459@newspim.com                   2026-05-08 11:47
사진
KF-21, '전투용 적합' 최종판정 받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전투기(KF-21) 보라매가 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며 체계개발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015년 12월 체계개발 착수 후 10년 5개월, 2023년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 약 3년간의 후속 시험평가 끝에 이뤄진 결과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스웨덴·일본에 이어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확보한 8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월 12일 경남 사천 남해 상공에서 KF-21 시제 4호기가 비행성능 검증 임무를 수행하며 비행시험을 전면 완료했다. KF-21 개발은 총 1600여 회, 1만3000개 항목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완료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26.05.07 gomsi@newspim.com 방사청에 따르면, KF-21은 2021년 5월 최초 시험평가를 시작해 올 2월까지 약 5년간 지상시험을 통해 내구성과 구조 건전성을 검증했다. 특히 2022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42개월간 진행된 비행시험에서는 총 1600여 회 비행에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극저온·강우 등 악천후 조건 하 비행, 전자파 간섭 하 비행, 공중급유, 무장발사시험 등 1만3000여 개의 다양한 시험조건을 통해 비행 성능과 안정성을 완벽하게 검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투용 적합 판정은 KF-21 블록-I(기본성능·공대공 능력)의 모든 성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방사청은 KF-21이 공군의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하고, 실제 전장 환경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기술 수준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국방부·합참·공군·한국항공우주산업(KAI)·국방과학연구소 등 민·관·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룬 결실"이라며 "향후 양산 및 전력화도 차질 없이 추진해 공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비행시험 효율화를 위해 시험 비행장을 사천에서 충남 서산까지 확대하고 국내 최초로 공중급유를 시험비행에 도입했다. 그 결과 개발 비행시험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KF-21 체계개발 사업은 올해 6월 종료되며, 양산 1호기는 올해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양산 1호기는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출고됐으며, 4월 15일 출고 22일 만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물량은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될 계획이며, 추가무장시험을 통해 공대지 무장 능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공군은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전력화할 계획으로, KF-21은 노후화된 F-4E·F-5E 전투기를 대체하는 한편, 대한민국 영공방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방사청은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서막을 여는 K-방산 수출의 핵심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gomsi@newspim.com 2026-05-07 11:35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