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한반도 정책 핵심은 북핵불용·무임승차·중국견제
[뉴스핌=이영태 기자]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지난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한국 대선후보들에게 다행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재선에 성공하면서 41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당국과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보다 유연한 대북관을 갖고 있는 오바마의 재선이 차기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편에선 오바마 재선보다는 오히려 한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나 파장이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경제위기에 집중해야 하는 오바마의 대외전략은 지난 4년과 달라질 게 별로 없지만 한국 대선후보들은 누구나 차기 정부에선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바마 정부와의 정책조율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 오바마의 핵심 한반도 정책과 추진배경은
지난 4년 오바마의 대한반도 정책 핵심은 ▲북핵불용 ▲대북정책에서 한국과의 협력 중시 ▲군사적·경제적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핵불용은 기본적으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외핵심전략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핵폐기를 요구하는 것도 북핵이 단순히 한반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와 세계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채찍이 아니라 북핵포기시 당근도 줄 수 있다는 오바마의 유인전략으로 한국 차기 정부가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 다소 빈틈을 노릴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대북정책에서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중시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와의 조율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소위 '무임승차'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오바마 정부의 한국 정부 중시 태도는 북한과의 관계개선 문제는 우선적으로 한국 정부가 풀 문제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할 경우 미국은 방해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처럼 관계악화를 고수하더라도 이를 중재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오바마 정부로선 대북정책에서 한국 정부가 북핵불용이란 원칙만 공유한다면 굳이 위험이나 비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자신들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경제적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강화는 미국이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중국의 위상이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해지면서 과거 일본에 의존했던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대립지점을 한반도로 앞당긴 것이라 할 수 있다.
7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 김민웅 "차기 한국 정부는 오바마·시진핑의 협력관계 틈타 전략적 유연성 발휘해야"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8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 대북관계는 결국 대중국관계"라며 "(오바마의)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에 대한 유연화 전략을 통해 미국이 들어설 여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이 축을 미국 쪽으로 하는 외교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시진핑의 중국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부시의 대북 강경책과 다른) 오바마 2기의 대외정책이 아닐까"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선 "이 과정에서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사라지며 새로운 형태로 국제질서가 재편된다"면서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선 "미국에게 FTA는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출구전략으로 기능하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핵문제 정책은 투 트랙"이라며 "대화를 열어 놓지만 핵 폐기 진정성이 없을 경우 제재하는데, 제재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진보정부가 들어오더라도 대북화해협력을 추진하면 약간 코드가 안 맞을 수 있다"면서도 "핵 폐기와 한반도 문제를 위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가 주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선 "미국 관료들은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해법 없이 관리 차원에서 제재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 재정적자 경기문제 상에 있는데 (향후) 아시아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 경우 한국의 방위비를 증액시켜야 한다는 요청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결국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미·중 간 파워게임의 중간지대에 있는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몫은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아니라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 주어진 책무라는 점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명심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