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위기 해결 + 지배구조 개선
[뉴스핌=이영기 기자] 대한전선의 설윤석 사장이 사모펀드(PEF)를 활용해 그룹 재무위기 극복과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3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증자를 통해 3476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대한전선은 이번 증자대금으로 내년 3월 조기상환 청구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2306억원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대한광통신이 기존 최대주주인 대한시스템즈로부터 증자참여권(신주인수권)을 상당부분 매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시스템즈 대신 대한전선의 증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최대주주의 증자참여가 일본 스미토모 등 다른 주주의 증자참여와 하나대투증권 등의 잔액인수를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로써 대한전선은 내년 초의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업계는 유동성 위기 모면과 함께 이번 증자 결과 대한전선의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전에 설 사장은 대한전선의 보유자산처분 과정에서 넘겨받은 대한광통신 지분을 고스란히 큐캐피탈 사모펀드에 약 271억원에 매각해 이 사모펀드를 그룹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웠다.
이번에는 큐캐피탈 사모펀드가 대한광통신을 통해 대한전선이 추진하는 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대한광통신은 기존 대주주 대한시스템즈로부터 대한전선의 신주인수권 상당량을 매입했다.
또 대한광통신이 신주인수권을 바탕으로 대한시스템즈 대신 증자에 참여할 자금용으로 2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그 BW를 큐캐피탈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사모펀드가 나서서 대한전선의 유상증자를 가능케 촉진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광통신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한전선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설 사장은 큐캐피탈 사모펀드에 대한광통신 BW인수자금을 출자해 설 사장, 큐캐피탈 사모펀드, 대한광통신, 대한전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설 사장은 사모펀드를 활용해 그룹의 유동성도 확보하면서 지배구조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어쩌면 속수무책이었던 설 사장이 사모펀드 묘수를 들고 나와 모든 것을 해결한 셈이다.
IB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설사장이 사모펀드를 활용함으로써 대한전선의 유상증자를 무난하게 성공시키고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보다 확고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모펀드 활용구조는 소위 '이중 레버리지'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외국에서는 지배구조 확보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에 국내 대형은행을 인수해 큰 돈을 벌고 철수한 한 사모펀드의 경우도 대규모 펀드 조성에서 이같이 이중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에서 시작해 이같은 레버리지를 여러차례 구조화하면 수조원대 규모의 펀드를 만들뿐아니라 그 펀드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