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시장 60% 급감...글로벌IB 잇따른 대량 해고"
- "美中 정권교체후 안정기 진입하면 내년 회복될것"
- 홍콩 증권가, 은행 주식거래 근절 주장 최대 이슈
[홍콩 = 뉴스핌 홍승훈 기자] 제주도의 2/3에 불과한 작은 땅덩어리인 홍콩. 그럼에도 뉴욕 런던 토쿄와 함께 전세계 4대 금융시장으로 각광을 받던 이 곳이 최근 글로벌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주식거래가 반토막나고 IPO시장은 고사위기다.
글로벌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프라다, 샘소나이트 등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중국 중심의 아시아 내수시장 성장성이 높게 보고 앞다퉈 기업공개를 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홍콩 거래소 내부 전경 |
4일 홍콩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증시 상장규모는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360억 달러에 달하던 규모는 절반 이상 줄어들어 11월 말 현재 15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중국경제의 성장성마저 더뎌지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
지난달 30일 홍콩 현지에서 만난 브라이언 펑(Brian Fung) 홍콩증권협회장은 "지금 시장 전반적으로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라며 "미국 경제지표가 잘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위기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주식거래량도 반토막 났다. 최근 홍콩증시의 일일 주식거래량은 예년의 절반도 안되는 60억 달러 수준. 때문에 홍콩에 자리잡은 글로벌IB(투자은행)들 역시 사업 영역을 크게 축소하고 나섰다. HSBC, CS(크레딧스위스), 다이와증권 등 공격경영을 해오던 글로벌IB들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내사들도 별반 다를게 없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올해 전체 인력의 80% 이상을 대거 감축하는 등 대수술을 감행했고 여타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사업이 위축되는 양상이다.
현지서 만난 국내 증권사 한 홍콩법인장은 "꽤 이름있고 알려진 글로벌IB 고급인력들도 6개월, 1년씩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홍콩 금융당국과 민간협회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브라이언 펑 회장(사진)은 "중국 성장성이 더뎌지고 세계경기 불황 영향에 회원사(증권사)들의 수익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기업 규모도 급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개선쪽에 무게 추를 조금씩 올려간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정권교체가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개리 층(Gary Cheung) 홍콩증권협회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정권교체를 통해 미 재정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되고 중국 역시 정책에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이자율을 낮추는 등 유로존 문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캐나다 브라질 등 IPO 가능 기업들의 후보군 영역을 세계 각국으로 보다 확대해나갈 뜻도 전해왔다.
브라이언 펑 회장은 "앞으로 캐나다와 브라질, 러시아 등 바운더리를 넓혀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홍콩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을 준비중"이라며 "그렇게 되면 예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 정권교체에 따른 향후 금융정책의 방향성이 관건이다. 브라이언 펑 회장은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추세인데 홍콩쪽에 어느정도 메리트를 줄 지가 관건"이라며 "금융시장 개방 정도와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중국 위안화 거래의 개방 수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홍콩내 글로벌 증권사들의 수익창출 노력도 부산하다. 지난 2003년 이후 주식거래 수수료 자율화에 따라 치열해진 수수료 경쟁에 대해 은행의 주식거래 업무를 중단하거나 최저 수수료 하단을 만들려는 시도가 치열하다.
브라이언 펑 회장은 "홍콩에선 은행에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데 증권업계에선 이를 근절케 하거나 최소한 최저 수수료 하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최근 증권가 이슈를 전했다.
홍콩은 지난 2003년 이후 은행이 주식거래업무에 뛰어들면서 기존의 최저 수수료 수준(0.25%)이 깨진 상태로 은행과 증권사들은 사실상 제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편 홍콩 선물옵션시장 역시 내년부터 밤 11시까지(올해까지는 오후 4시 15분 장마감) 연장하도록 바뀌면서 증권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등 시장 안팎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