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분야…여당·국회·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 경청해야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다. 당면한 국내외 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 심화 속에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절실하다. 뉴스핌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살펴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뉴스핌=노희준 기자] 정치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점은 제대로 된 국민과의 '소통'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부터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을 '여론의 반영통로'와 '책임정치의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수 관료의 '과잉충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다음은 정치전문가들의 제언이다.(이하 가나다순)
(위쪽 왼쪽부터) 김태일 영남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신율 명지대 교수, (아래쪽 왼쪽부터)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유창선 시사평론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
박근혜 대통령의 제일 취약한 부분이 국민 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에 부응하는 소통 능력이다. 하지만 당의 지도자로서, 비대위 운영에서, 인수위 시절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국민 여론에 반응하고 두번째는 충직성이 아니라 직언할 수 있는 참모를 둬야 한다.
세번째는 정당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정당은 표를 먹고 산다. 국민들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기제다. 네번째는 국민의 대표기구인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인데, 그간 잘 안 해 온 것 같다. 본인 스스로 국민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들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고 노력해야 한다.
◆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
가장 큰 것은 박근혜 정부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고 새누리당 정부라는 표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정치는 대통령 개인으로 사인화된 정부가 항상 문제였다. 이제는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 집권당 정부, '새누리당 정부'라는 표현이나 실제가 더 많아져야 한다.
두 번째는 소통, 소통하는데 소통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소통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결정이 먼저 있고 소통을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결정의 과정에서 결정에 참조했던 의견이 드러나는 방법이 진짜 소통이다. 민주적 소통의 핵심은 이해당사자가 결정 과정에서 말하고 대통령과 상호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드러나는 데 있다.
하지만 그간 박근혜 대통령이 해온 인사 결정이나 취임사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사전에 알 수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과정에서 인풋 사이드(input side 투입측면)가 투명해야 하는데 인풋 사이드가 완전히 블랙박스라는 것이다. 좋은 소통은 소통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단 국민과 눈높이를 같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에 민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인선에서 국방부 장관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눈감고 지나가면 안 된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역지사지 해야 한다.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려면 정당과의 관계, 특히 야당보다 여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여당을 부속물로 생각하지 않고 여론의 반영통로로 생각하게 되면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것이 안 됐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
국민들과의 공감과 반응성을 갖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한국 정치의 핵심은 지금 국민들에 대한 반응성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선된 후에는 선거(때)와 달리 본인의 역사적 과제, 본인의 이념에 '올인'하기 쉽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일상적이고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소통하면서 아젠다로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으로 들리지만, 한국정치에서 계속 실패한 것이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사회학 박사)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과제는 두 가지다.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통합을 시행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다. 국민대통합은 대선 때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결국 다시 자신을 지지했던 보수의 가까운 사람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통도 다시 소통부재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정치적 측면에서 여러 국가기구와 국가관료들 내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잉충성'에 대해서 경계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과거 시대로부터의 보수적 관료들이나 국가기구 성원들이 '알아서 퇴행적인' 행위를 하는 경향이 촉진될 수 있다. 예컨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대한 판결, 노동부의 전교조 불법화 시도, 대선 기간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과거의 관료들이 새로운 박근혜 정부를 맞아서 알아서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이는 의도하지 않게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갈등적으로 만들 것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