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원가율 미공개...해외사업장 현장 확인 안돼
[뉴스핌=서정은 기자] "똑같은 일이 생겨도 또 겪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의 잇따른 어닝쇼크를 겪은 건설담당 애널리스트가 전한 탄식이다.
건설업종의 '대마불사'로 불리던 양사가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주가가 급락하자 화살은 애널리스트들에게로 날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1분기 실적 예상치와 실제 실적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22일 이번 건설주들의 실적 예상이 빗나간데는 건설업종 자체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통상 건설사들이 원가율을 공개하지 않는데다 진행률을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하는 건설업종의 회계기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는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할 길이 없어 해당 건설사가 영업이익에 대해 긍정적으로 귀뜸하면 이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GS건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 많은 증권사들은 GS건설이 올 1분기 수백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우디 EVA, 바레인 하수처리장 등에서 나는 손실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분석에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GS건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영업손실은 5354억원, 당기순손실은 386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또한 이전보다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실적을 예상한 증권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영업손실은 2198억원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GS건설 쇼크의 주범인 UAE 루와이스의 경우 GS건설이 마진율이 높다고 언급했던 곳"이라며 "IR 당시 회사 측에서 루와이스 사업의 매출 총이익률이 15% 가량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경쟁심화로 해외 사업장의 마진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당시에 회사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어닝쇼크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경 실시된 GS건설 IR에서 재무관리최고책임자(CFO)가 GS건설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IR에 참가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CFO가 제시한 영업이익 수준이 생각보다 낮아서 속으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이를 리포트에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어닝쇼크를 미리 예상할만한 방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이 부진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미리 말해줄만큼 시장과 교감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회사마다 해외사업장도 제각각이라 원가율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는 건설업종 특성도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닝쇼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동원하겠다는 목소리는 있다.
조동필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런 일이 생기다보면 해당 회사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해당 회사들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당분간은 주가배수(multiple)에 대한 조정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